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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Mar 14. 2019

인생 제2막에서는 새로운 길을 무심히 걸어보리니.

--미처 보지 못했던 내 삶의 착하고 아름다웠던 근심,  호수의 잔잔함.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는 반드시 근심이 있다.--공자

(인생 제1막에서 걸어보지 못한 길, 인생 제2막에서 한 번 무심히 걸어 보리니....)     

                                                             

                

4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시점에 뭔가 절절하게 다가온 공자의 잠언이다. 

앞만 보고 걷던 지난 세월, 

미처 보지 못했던 내 삶의 착하고 아름다웠던 근심, 

앞만 보고 노를 젓다가 어느 날 갑자기 노를 잃어버린 것 같은 

퇴직이 당황스럽고 막막하겠지만 이제 비로소 호수의 잔잔함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현 근무지인 연수원에 오기 전, 00 교육지원청 과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수없이 폭주하는 업무와 악성민원 등, 강도 높은 교육행정에 시달리곤 했다. 

주변의 선배나 동료가 은퇴설계 연수를 신청할 때 무덤덤하게 결재만 했을 뿐, 미래 설계과정이나 전직 설계과정 등 은퇴설계에 관한 연수는 나와 거리가 먼 남의 일처럼 여겼었다. 

퇴직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던 올해 4월, 미래설계과정 연수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곧, 정확히는 2년 6개월 후에 퇴직하게 되는 나는 서기관으로 승진하여 교육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오랜만에 업무의 강도가 약해지고 한가해졌다. 

그러면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금방이라도 은퇴를 전부 다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에 연수를 신청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래 설계 연수>는 나처럼 인생의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직 설계과정>을 추가로 들을 예정이다. 

이런 은퇴설계 연수를 왜 진작 듣지 않았을까 후회도 들었지만 늦게라도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00도 교육청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인생 2막의 설계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 

    

먼저,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는 반드시 근심이 있다.’라는 공자의 말씀에 따라 조급하게 살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우선 자원봉사를 실천할 것이다. 봉사는 ‘은퇴자들의 특권이며 여가활동의 꽃’이라고 배웠다. 

그동안 시인으로 등단했던 문학적 사유를 최대한 발휘하여 교육문화회관이나 시립도서관에 등록하여 문학 강사로서의 활동을 희망한다. 

이런 생각들이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소원했던 강원 문단과 지역문단의 문학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을 갖고 시를 쓰고 책을 읽고 끊임없는 사유로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재정립되었으면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용 가스실을 만든 아이히만의 1급 전범 예루살렘 재판’에서 심리학자 ‘한나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개인적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말했다. 

공직자로서 이 나라, 이 사회에 되돌려주어야 할 품격과 경험을 이루었기에 ‘어리석음의 무덤, 무사유’에서 벗어남을 널리 알리고 느끼게 할 것이다. 

이는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이 실천하고 가르친 애민정신과 청렴사상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청렴강사로 기본과정과 전문과정을 수료했고 다산 공직관 청렴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공무원으로서 후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나니 반드시 그의 곁에는 이웃이 있다’라는 진리를 널리 퍼트려 애민을 잊지 않는 목민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를 정립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이다.   

  

셋째, 요즘 젊은이들이 농담처럼 쉽게 내뱉는 ‘헬 조선 탈출’의 인식을 바꾸는데 노력할 것이다. 

물론 사회•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왜곡에 의한 갈등과 아픔은 나의 소관이 아니지만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선배인 만큼 젊은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그런 기성세대들의 인식과 관심이 하나 둘 합쳐지고 공유될 때 이 사회 신문 1면의 헤드라인에 심심찮게 나오는 ‘헬 조선 탈출’이라는 슬픈 표현은 사라질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 만큼 믿음이 간다. 든든하고 반갑다. 

새 정부 5년 동안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리라 생각된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이 말은 후퇴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천천히 한 걸음씩 전진해가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재현될 것이다. 헌법 수호자인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무척 다행스럽다.

      

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 

현재의 삶을 가장 중요시하고 저축보다 소비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다. 

이러한 경향은 TV에서도 나타났는데 인도네시아의 길리트라왕 섬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잠시 운영되었던 tvn의 <윤 식당>은 시청률이 14%까지 치솟았다. 

YOLO 라이프에 빠진 예능프로의 대표작으로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트렌드가 점점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져서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넷째, 우리 마음의 고향인 농촌, 어촌, 산촌의 인심과 감성에 근거한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고 다음과 같은 제도를 벤치마킹할 것이다. 

‘FU-SO(Feeling up-Stress off의 줄임말)는 농촌이나 어촌의 집 (FU-SO 체험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농어촌의 훈훈한 인심과 감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템플 스테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남도 답사 1번지 강진군에는 120여 곳의 FU-SO 체험의 집을 선정 운영하여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 또한 이번 다산 공직관 연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내 고향 강원도와 정선에 본 제도를 건의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동 제도의 확장을 통해 피폐해진 현대인의 감성치료에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째, 가슴이 뛰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여가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실천은 미지수다. 

이번 미래설계 과정 연수에서 인상 깊게 강조된 단어는 ‘여가 활용’이었다. 

나는 시와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린다. 

요즈음은 책을 출판하기 전에 블로그 작업을 먼저 하는 것이 추세다. 블로그가 유명해지면 출판사의 출판 제의를 받거나 1인 출판도 한다. 특별히 욕심은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을 차분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다. 그것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여섯째, 이 글을 읽으시는 공직자 분들은 은퇴설계과정 연수 중 졸리고 지겨워도 6대 교과목은 정신 차리고 듣기를 권한다. ‘여가 설계, 내일 찾기, 대인관계, 건강관리, 자산관리, 변화관리’는 명심할 부분이 많다. 

꼼꼼히 메모하고 잘 들어야겠다.

     

끝으로, 인생 1막이었던 공직 생활이 깃발만 보고 쫓아다녔던 패키지여행이었다면, 

인생 2막은 내 마음대로 길을 떠나는 자유여행이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 자유여행의 장점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유여행은 신중하고 꼼꼼하게 계획해야 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한 여행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해 한방에 훅~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는 욕심을 버릴 것이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현직 때의 10% 정도의 수입만 생겨도 건강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감사 한 마음으로 헌신할 것이다. 

먹고사는데 근심 걱정이 없고 여유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연금>이 보장되는 한 

물질에 대한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흠~ 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새롭게 시작될 내 인생의 제2막이 아름답고 행복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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