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도바다 Mar 17. 2019

기형도에게 쓰는 편지

---나의 영어실력은 태양이 1분씩 길어지듯이 늘고 있어

기형도!     









지난달에 너의 편지를 받아 놓고는 이제야 답장을 쓴다!

나의 영어 실력은 태양이 1분씩 길어지듯이 천천히 늘어가고 있어.

나이 사십 대 중반에 웬 영어? 그러나 세 달째 다닌 학원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니 씁쓸하군. 

아니면 다른 영어학원을 알아봐야겠어

박찬호가 야구하는 곳 텍사스 출신, Mr. colin 하고는 꽤나 친했었는데.. 

바다도 갔었고 태백산도 올랐고, 술도 꽤 여러 차례 마셨고, 포켓볼도 쳤고, 점심도 여러 차례 먹었는데, 18일까지만 태백에 있을 거래 

미국이든 한국이든 언제나 마누라가 문제야. 카멜이라는 여자, 예쁜 Lady인데 임신 5개월 째래, 태백을 떠나려고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태백의 의료 수준이 낮아 애 낳기에 불안하다는 거야 

마누라 성화와 불안감 때문에 떠난 다나 봐, 태백에 숱한 사람들은 애를 펑펑 잘도 낳았는데... 

두 번째 이유는 도리라는 7살 된 여자 애 교육문제, 도리는 Colin의 애가 아니냐, 전남편의 애인데, 약간은 깜둥이인 유색인종이지, 태백에서는 도리를 교육시키는 곳은 미술학원 정도가 고작이라는 거야 서울로 간데... 

서울에는 외국인학교가 있으니까 그것도 큰 이유가 되기도 하지  

내가 다닌 학원장이 서울의 학원장에게 전화했는데 태백 학원에서 동의 안 해 줘도 무방하대 

무척 기분 나빠하더라고, 원래는 1년 계약인데., 중간에 그만두면 원칙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거래 

서울에서는 불법체류를 시키는 한이 있어도 카멜과 콜린이 원하니 할 수 없다는 배짱 심보인가 봐 

서울에 있는 학원장은 완전히 비즈니스맨이라고 Colin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나 봐, 나도 어제 학원 갔다가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분하고 서운하여 한 잔 진하게 펐지.... 

18일까지 콜린에게 배우고 방랑자처럼 다른 학원을 기웃거려 보려고 해, 내가 다닌 학원은 외국인 강사 고용이 너무 골치 아파서 이번 기회에 학원 문을 닫기로 한다나 봐. 

1년 6개월 학원 운영에 외국인 강사가 4번째라니, 외국인 강사는 평균 네 달씩 있은 셈이야, 외국인 고용하는 절차가 무척 힘든가 봐, 에이젼시에 소개비 줘야지, 왕복 항공료 줘야지, 인천에 데리고 가서 외국인 취업등록 비자 만들어 줘야지, 태백에서는 아파트 얻어 줘야지, 심심하면 주말마다 놀아 줘야지... 봉급도 다른 학원보다 눈치껏 더 줘야지......,

 콜린은 사람이 꽤 괜찮은 편이었어 백호주의에 물들어 있지 않고, 항상 자기가 한국말을 못 하듯이 우리도 영어를 못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늘 강조했으니까... 

그래서 더 서운한 거야... 약 1년 동안 정말로 열심히 영어를 마스터하여 아리랑 TV라는 영어방송을 능숙하게 들으려고 했는데... 내가 엄청 횡설수설하지 기형도......

어제 콜린하고 영어학원에서 1차, 마이하 우스라는 생음악 하는 곳에서 2차, 청산이라는 노래방에서 3차, 그다음은 어떻게 집에 왔는지. 필름이 잠깐 끊겼어, 

아침에 학원 앞에 세워놓은 차 가져오고 너의 저번 편지에 대한  답글을 쓰는 거야. 

콜린이 어제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 지금도 약간은 기억나는데... Let it me를 부른 것 같아...... 다른 곡은 내가 잘 모르는 노래였으니까 기억에 없어... 콜린도 나에게 학원 측에 무척 미안해하고는 있지만 마누라와 도리는 벌써 서울에 갔나 봐... 어떻게 한다지... 

마누라 등살에 서울을 꼭 가야 한다니,, 어제는 내가 잘 안 되는 영어로 나를 망쳤고 학원도 망쳤으니 책임지라고 콜린에게 강짜를 부렸는데, Colin은 어쩔 수 없다는 표현만 계속하더라고, 한영사전을 들추어 가면서 <콜린! 자네는 공처가야!> 하니까, 왜 계산할 때 반반씩 내는 거 있지? 

그렇게 피프티, 피프티 하듯이 마누라와 자기는 항상 50 : 50 이래, 그게 거룩한 아메리카 문화래, 빌어먹을.... 내가 왜 이렇게 횡설수설하는지 기형도는 이해가 갈 거야..... 

거룩한 아메리카  말 배우려다가 내 성질만 버리겠어,

  요사이는 1 : 1로 영어 수업을 받는데(오후 7시 시간대에는 나밖에 없나 봐) 어제 그제는 콜린과의 수업 중 콜린이 나에게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묻는 거야, 공직에 계속 있기는 정녕 싫고 해서 약 10년 후에 여행사를 차리고 싶다고 내가 답변했는데, 5가지 중요한 준비과정을 차례로 묻는 거야, 

나는 중요한 순서대로 Money라고 하니까, 콜린은 Financial이라고 정정해서 말해주더라고, 회사 차릴 지역, 공부, 경험, 비즈니스 등 여러 가지를 답했는데 콜린은 미국에서도 회사 차릴 도시가 가장 중요하다고 몇 번을 강조하더라고, 그때 콜린은 본인이 떠날 것을 예정하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어, 

지금 생각하니까, 나도 Dweep 한 놈이 확실해...... 다시 생각하면 우습고도 서운해...

나는 어떤 것이든 집착이 무척 강한 가봐, 주위에서 열심히 학원을 다니니까 모두 놀라는 거야, 그렇게도 좋아하는 테니스도 치다가 저녁 7시가 되면 팽개치고 영어학원을 가는 나를 보고 처음에는 신기해하더니 이제는 나의 열정에 공감을 하더라고, 또 남들이 다 본다는 야인시대도 푹 빠져들까 봐 애초부터 안 보기로 했고, 저녁 9시 뉴스 시청 외에는 시간만 나면 영어방송인 아리랑 TV를 계속 보고, 직장에 소장하고 있는 시사영어사가 만든 E2 Genius라는 14개짜리 중학생용 비디오도 계속 틀어 보고, 자나 깨나 영어만 생각하니까, 

나보고 다른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큰 바위 얼굴이 되었을 거래. 그리고 영어가 잘 안되면 나에게 엄청 짜증을 내게 돼, 읽고 쓰고 영어방송 보고 비디오 보고 그러는 데도 참말로 미칠 지경으로 속이 뒤집힐 지경으로 환장하게도 영어가 잘 안 늘어, 어떤 때는 영어가 잘되어서 뿌듯하기도 한 적이 있어 

가끔, 변덕이 죽 끊듯 해 나는.

 요사이는 책도 영어 책만 봐, 나에게 배달되는 월간지인 文學思想과 現代詩學, 계간지인 詩眼과 다층 그리고 지인들이 보내주는 詩集들이 책상 위에서 나를 자꾸 아프게 쳐다보고 있어....

요사이 문학전문잡지에게 너무 미안해하며 살고 있어, 詩라는 위인에게도.... 나는 누구엔가 항상 빚만 지며 살고 있나 봐,  나에게 상관되는 모든 것들에게 완벽하게 빚을 갚는 날이 언제쯤 올까? 

아마 내가 죽으면 모든 빚을 갚았다고 선언되어 질까? 

죽는다는 말이 영어로 Die 맞아? (decease, expire, perish),

그럼 안녕 기형도!!!

     

Dweep : 얼간이, 멍청이


매거진의 이전글 내 가슴속에 일어나는 혁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