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되자.
한 손에 고기쌈, 다른 손에 소주잔을 든 생활인이
너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너는 황홀경이다.
라면이 되자
새벽녘 마음이 허기진 수험생이
너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너는 추진체다.
가로등이 되자
소진된 육신으로 비탈길을 오르는 청춘이
너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너는 위로이다.
제주 올레길의 간세가 되자
욕망의 미로에서 길 잃은 도시인들이
너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너는 안도이다.
단비가 되자
지독한 가뭄에 하늘을 바라보는 등 굽은 농부가
너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너는 생명이다.
각지각처에서 너를 기다린다.
너는 더디지만 쓰임이 되어, 사방에 내릴 것이니.
너의 때를, 너를 위해 기다려라.
이것은 조언의 말도 위문의 글도 아닌 절절한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