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어린 시절, 부모님들은 우리 키가 얼마나 자라고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는지 정기적으로 체크해 주셨다. 그리고 또래들이 모이는 초등학교만 가도 우리는 알게 된다. 내가 키가 큰 편인지, 다른 아이들 대비 뚱뚱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키와 몸무게 같은 우리의 물리적 성장 상태는 항상 점검이 가능했었다.
이에 반해 정신적 성장은 어떻게 측정하지? 성장하는 걸 느꼈던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적 성장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잣대도 없고 내가 객관적으로 나 스스로의 정신적 성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어떤 경우는 내가 생각해도 다시 유치해지는 나를 목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에는 <성장>보다는 <성공>이 하고 싶었다. 당시 그때그때 생겼던 그 성공의 구체적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고 하찮다. 그것들은 예를 들면, 매출 규모가 큰 브랜드의 매니저가 되는 것, 히트 브랜드를 내고 싶은 것, 그리고 마케팅 부문장님에게 인정받는 것 들이었다.
성공을 바라던 나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조급했다. 어떻게 해야 마케터로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큰 숙제를 늘 가지고 있었지만 정답을 알려주는 책도 교육 프로그램도 없었다. 하루하루 업무를 쳐내고 있는 선배들은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방법은 내 기준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선배를 관찰하거나 자기 계발 책을 사서 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나를 성장시켜 준 코치들은 제 주변 곳곳에 존재했다. 아주 지근 거리, 생각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우선 나의 업무, 마케팅이라는 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성공했을 때, 실패했을 때 각각 얻게 되는 교훈이 있었고 성공이 주는 희열과 실패가 가져온 상처나 절망을 꽤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실패하고 왜 실패했을까 뒤 돌아보고, 혼자 되새김질을 하면 다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처신 같은 것들이 당연히 정리되었다. 오히려 어설픈 성공이 나에게는 독이 되어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한 경험도 있다.
일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만났던 몇몇 분들은 거인과 마주할 때 드는 경외감이 들만큼 훌륭한 분들! 이 분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교훈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속성 과외 그 이상이었다.
요즘은 후배들에게 마케팅이나 브랜드 강의를 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수업 내용보다는 나의 커리어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이 많다. 나의 직장 생활 여정이 평범하지 않았으니 인간적인 호기심이 큰 것 같았다. 덧붙여, 아마 자신들도 곧 겪게 될 상황과 선택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은 것처럼 치열한 경쟁 시장인 뷰티 산업에서 생존을 위해 버티고 있는 후배들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마케터로서 내가 스스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꽃 길은 못 깔아줘도 후배들은 선배가 저질렀던 실수와 어리석음은 피해 갔으면 한다.
모든 후배들의 지친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지만 필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연재글로 대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