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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배 Sep 04. 2017

북한 6차 핵폭탄 실험을 예상 못 하였는가

2017년 9월 4일 북한 6차 핵실험을 하다

2017년 9월 4일 신문,  '북의 6차 핵실험'에 대하여 대문자로 이렇게 씌여 있다 


문대통령 "북에 분노"


북의 6차 핵폭탄 실험을 예상 못 하였는가? '분노'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위협당하거나 해를 입는 개인의 지각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감정" 


친구나 가족과 같이 평소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반을 당하였을 때 분노는 매우 크다. 그래서 '분노'라고 표현하였을까? "위협을 당하거나 해를 입는 경우가 예상되었을 경우"에는 분노를 느끼기보다 자괘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처다 보고만 있어야만 하는, 듣고 있어야만 하는, 입을 놀리는 일 외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우리의 형편(그런 형편을 이미 우리 스스로 알고 있다)에 대한 자책과 자괘감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위정자들은 국민의 감성을 이용하여 비굴하게 북에 구애했었다. 결국 예상된 상황이 왔다. 2017년 9월 3일, 북한은 6차 핵폭탄 실험을 했다. 이제부터는 꼴통에 의해 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꼴통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집은 졸부이다. 나는 고등학생이다. 나는 우리 반에서 가장  멋 있는 옷을 입고 제일 좋은 가방을 메고 다닌다. 신발도 나이키이다. 그렇다고 내가 전교에서 제일 잘 사는 것은 아니고 우리 반에서 잘 사는 편에 들뿐이다. 옛날에는 나는 전교에서 꼴찌로 가난하였는데 말이다. 나는 지금 공부도 꽤 잘하고 성격도 온순하다. 


그 옛날 전교에서 제일 못 살던 시절에 똑 같이 못 살았던 꼴통 친구가 있었는 데 그 꼴통이 우리 옆집에 산다.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덕분에 지금 나는 풍요스럽게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그 애는 집안이 꼴통이라 여전히 형편이 어려웠고 공부도 깡통이다. 껄렁배같이 몸은 작지만 재빨라서 동료들의 등을 치며 학교를 다니고 동료에게 나쁜 짓은 혼자 다하고 다닌다. 그래도 나는 옆집에 사는 내 친구이기에 잘 대해 주었다. 그러나 꼴통은 심심하면 나를 때리고 돈을 빼앗고 옷과 가방을 찟는다. 


나는 태권도를 배웠기에 싸움도 좀 잘 한다. 꼴통과 일대일로 맞붙으면 충분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꼴통은 싸움질을 깡패에게 배웠고 그리고 깡패 세력을 등에 업고 폭력으로 계속 나를 괴롭혔다. 내 옆집에 사는 친구가 아니던가. 내 스스로 돈을 주고 무마도 해 보았고 빵집에서 빵을 사주며 설득도 해 보았다. 먹을 때만 잠잠하였고 먹고 난 뒤에는 더 노골적으로 돈과 아부를 요구했다. 쥐어 박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었고, 혹이여 큰 싸움이 될까 겁도 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평소 선생님의 도움과 친한 친구의 보호를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평소 나를 보호해 주고 지켜 주었던 그 친구는 전교에서 가장 부자이고, 힘 세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였으며, 태권도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꼴통은 나에게 공갈치고 돈을 갈취했다. 이제는 꼴통은 나 뿐만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챔피언 친구에게도 공갈을 치고 욕을 일삼았다. 나의 일에 나서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동시에 꼴통은 오랫동안 집에서 스스로 싸움 실력를 단련하더니 이윽고 권총을 차야 한다고 하면서 공공연히 폼을 잡고 다니기 시작했다. "권총만 차 봐라, 그때는 가만히 안 두겠다"고 공갈을 쳐댔다. 선생님과  챔피언 친구에게도 맞장구를 쳤다. 나는 꼴통을 회유하기 위해서 큰 돈까지 주었는데 그 대신 그는 그동안 집에서 성능이 아주 좋은 권총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그는 드디어 반짝반짝 빛나는 권총을 내 허리에 대고 겁을 주었다. 


"헤헤헤, 꼼짝 마, 지금은 총알이 없지만, 다음에는 장전된 총이 너의 옆구리에 있을거야."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차라리 분노 때문이었으면 좋았다. 아니다. 그것은 자괘감이고 자책감이었다. 예전부터 예견되었던 사항이 아니었던가? 더구나 그동안 내가 한 짓이 일조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피가 꺼꾸로 솟았다. 그러나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입 놀리는 것 밖에.  


꼴통은 이제 총알이 준비되면 등하교길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내 집에까지 쳐들어 와서 더 많이 더 자주 나를 패고 겁탈하고 돈을 강탈할 것이다. 아무리 꼴통이라하더라도 권총을 함부로 사용하겠는가? 권총을 몸 속 깊숙히 품고는 꼴통 짓거리를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보복을 한다거나 방어를 한다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공개적으로 총을 구입할 수도 만들 수도 없다. 그리고 맨몸 싸움에도 그리 강하지 않다. 


반면 챔피언 친구는 최고의 권총도 여러 정 가지고 있고 최고의 유단자이기도 하다. 그는 친구로서 나를  맨몸으로는 얼마든지 도워줄 수 있다. 맨몸으로 싸우다 좀 다쳐도 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꼴통이 권총을 차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챔피언 친구는 가족도 아닌 나를 도워 주다가 꼴통 총에 조금이라도 다칠 수 있는 수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꼴통이 총을 들고 달려 든다면 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즈음 내 머리와 몸은 정상이 아니다. 나의 왼손과 나의 오른손은 지금도 서로 피를 흘리면서 싸운다. 건강했던 다리는 이제 제 몸값을 많이 달라고 하고, 판단하여야 할 머리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우된다. 그런데 자존심은 강하다. 챔피언 친구의 가족은 되기는 싫고, 깡패 조직에 가담은 더더욱 싫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 되니 어쩌라. 죽기 싫으면 맞고, 겁탈당하고, 돈 뺏기고, 그리고 몸과 머리는 골병이 들고... 


언제 정신을 차리려나, 왼손아? 언제 반성하려나, 오른손아? 몸과 머리가 병들면 그때는 늦으리, 쯔쯔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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