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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캔두 Oct 07. 2021

결산은 아무나 해야 한다

흙수저 탈출기 8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아니다. 쉽지 않다

 그러면 결산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아무나 다 해야 한다.

 회계사가 되어야 한다든가 기업의 회계담당자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계에 관한 완벽한 지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결산을 해야 한다. 매월 거르지 않고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고 자산 현황을 파악하는 일, 결산을 해야 한다.

 물론 아무래도 나는 회사에서 재무쟁이로 일하다 보니 나에게 결산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또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돈 공부를 시작하고 나만의 재무제표 작성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월별 결산은 내가 자산형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 중 하나이다.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도 모르면서, 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겠는가.


  기업에서도 손익계산서(Profit and Loss)와 재무상태표(Balance Sheet) 두 가지를 작성하듯이, 나라는 가계에서도 손익계산서 = 수입과 지출, 재무상태표 = 자산 현황을 정리하면 된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익숙해지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형식은 엑셀을 활용해도 좋고, 종이에 손으로 적어도 된다. 본인에게 편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나는 엑셀이 편해서 뱅크샐러드 앱과 함께 엑셀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초, 9월 달 결산도 9월의 마지막 날인 9월 30일에 딱 끝냈다. 요즘은 가계부 어플과 내 계좌와 카드를 연동해놓으면 거래 내역도 바로바로 기록되니 놓칠 일이 없어서 편하다. 그리고 돈 공부 초기일수록 특히 지출 내역의 기록과 검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게 꼭 필요한 데 그러려면 본인의 지출 내역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통 수입의 50% 이상은 저축해야 한다고 많이 권유하는데, 내가 저축의 %를 저축하는 지도 결산을 해야 있다. 나는 아직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니 자취하는 친구들에 비해 확실히 일이 적다. 그런데도 처음 지출을 정리하고 보니 그다지 저축비율이 높지가 않았다. 물론 당시 내 명의로 받은 집 전세대출 이자를 내가 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돈이 어디에선가 새고 있다는 의미. 몇 달간의 지출 내역을 기록하고 나니 내 돈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보였다. 물론 지금은 7~80%를 저축 중!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커피를 좋아하지 않고, 커피는 각성제로만 마시기 때문에 카페에 돈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 약속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카페에 가게 되거나,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쓸 때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카페 대여료는 내는 것일 뿐. 그래서 내 돈이 새고 있는 곳은 카페는 아니었고, 지그재그와 올리브영이었다. 지그재그가 차세대 유니콘으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한 데 내 지분이 꽤나 될 거다. 옷을 좋아하는데 특히 무채색보다는 화려하고 무늬가 있는 옷을 좋아했으며, 모자나 신발, 귀걸이도 좋아한 편이라 옷 쇼핑을 많이 했다. 이전 글인 자존감에 관련된 글에도 언급했지만, 단순히 옷을 좋아해서 쇼핑을 많이 했다기보다는 감정의 소비를 했다. 그것만 줄여도 내가 모을 수 있는 돈은 많이 늘어난다. 티끌 모아 티끌일 뿐이라면서 많이들 절약의 힘을 무시하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티끌도 중요한 법. 월에 10만 원을 아끼면, 연 이자율 2%로 생각했을 때 6,000만 원을 더 모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복리를 생각하면 지금의 10만원이 미래에는 몇 천이 될 수도 있다. 너무 괴로울 정도로 조일 필요는 없지만, 절약은 무조건 필수!


 그리고 역시 앞선 자존감 관련 글에서 잔고가 불어나는 게 보이면서 자존감도 더 높아졌고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언급했는데 잔고가 불어나는 게 보이려면, 당연히 월별 자산 현황을 기록해야하지 않겠나. 기록하지 않으면 과거의 나와 비교할 수가 없다. 몇 년 전에 얼마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가?


정리하자면 기록의 필요성 혹은 장점은 아래와 같다.

▶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다.

 나의 수입과 지출, 그리고 자산 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록해야할까? 너무 간단해서 기록 방법을 소개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손익계산서 - 수입과 지출]

1. 월 중에는 뱅크샐러드(본인에게 편한 어플이나 가계부, 엑셀 등 아무거나 가능. 뱅크샐러드 광고 아님!) 를 통해 틈틈히 입출금 및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정리한다. 

 2. 월 말이 되면 가계부에 정리된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여 기록한다. 수입은 급여, 상여, 이자, 배당, 앱테크 등을 구분하고 비용은 이자, 통신비, 교통비, 식비, 의료비 등 역시나 카테고리별로 구분하여 기록한다. 

→ 카테고리별로 소비가 크게 늘었다거나, 특이사항이 있으면 사유를 파악하고, 저축률을 체크하여 저축률을 향상시킬 방법 등을 고민해본다. 


[재무상태표 - 자산과 부채 현황]

1. 예적금, 주식계좌, 부동산, 개인연금 등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항목별로 자산 잔액을 기록한다. (나는 원금과 평가금액을 둘 다 기록하고 있다.)

2. 자산 잔액뿐 아니라 대출 등의 레버리지가 있다면 해당 금액도 기록한다.  (총 자산에서 부채를 빼야 진정한 나의 찐 자산, 순자산이 계산된다.) 

*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불린 사람들이 순자산 기준으로 얼마인지 이야기하는데 보통 그런 경우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 전세금을 계산한 금액이다. 

→ 전월 대비 혹은 연초 대비 변동사항(수익률이나 증가한 금액 등), 올해 목표로 했던 금액 대비 달성률 등을 체크하여 보완할 점이나 개선 사항을 생각해본다. 

 

결국에는 기록하고 다시 보고 개선할 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달과 금액이 똑같아서 심지어는 줄어들어서 속상할지도 모르고 포기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기록, 절약, 투자하고 공부한다면 그 싫은 가난은 극복이 가능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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