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1995) 입니다. <보이후드>로 잘 알려진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비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죠. 이 시리즈는 2004년의 <비포 선셋>, 2015년에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집니다. 주연 배우는 제시 역에 에단 호크(Ethan Hawke)와 셀린 역에 줄리 델피(Julie Delpy)로, 세 영화에서는 이 둘 의 20대, 30대, 40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유럽의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젊은 남녀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함께 내려 하룻동안 다니면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대부분이 두 배우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둘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 문학과 예술, 사랑,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끊이질 않죠.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의 생각과 태도를 통찰력있게 보여주어서 많은 호평을 받았어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 영화 덕분에 많은 청춘 남녀들이 설렘을 기대하며 기차여행을 떠났다고도 합니다. 벌써 25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일례로 셀린은 평생을 함께할 남자만을 찾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제시는 가족을 꾸리고 결혼도 하고 싶기는 하지만 남들보다 내가 월등하게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나눌법한 진솔한 이야기들로 10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꽉 채운답니다.
이 영화에서 미술 작품이 나왔었나 갸우뚱 하실 분들이 많으실거 같아요. 사실 작품이 제대로 나온 것은 아니고요, 비엔나의 밤길을 걷던 중, 전시회 포스터를 보고 제시와 셀린이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 작품에 관해 짧게 설명 드리려고 해요. 포스터에 등장한 작품은 조르주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1884-6)입니다.
이 작품은 세느강변의 한 공원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풍경을 그린 것입니다. 일요일에 파리지앵들은 나무 그늘에서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열기를 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림의 우측에는 양산을 쓴 여성과 남성이 서 있는데, 여성의 가죽끈에 원숭이가 있습니다. 강둑 근처에서는 한 여성이 물 위로 낚싯대를 뻗고 있고요. 실제로 이 장소는 부르주아들이 매춘부를 만나는 장소였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낚시’는 중의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와 그 뒤로를 두 명의 군인, 파이프를 문 남자, 뜨개질을 하는 여자도 보이고요. 그림 중앙에는 흰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서 있는데, 이는 관객에게 질문하는 사람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사람들은 누구이며, 이들의 계급은 어떻게 될까요?”
쇠라는 실제로 그곳에 앉아서 수많은 스케치들을 진행하며 색채와 빛 형태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28점의 드로잉, 28점의 패널 작품, 3점의 캔버스 작품을 제작했다고 해요.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 작가들은 대상을 더욱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는데요. 인상주의에 과학성과 합리성을 더하고자 한 것이예요. 당시 새롭게 발견된 슈브뢸(Chevreul)의 색채 이론을 접목시켰어요. 그래서 대상의 윤곽선은 단순화하고, 대상은 움직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물감을 팔레트 위에서 섞지 않고 캔버스 위에서 작은 점들로 병치하여 표현하는 점묘법(Pointisslisme)과 과학적 분할주의(Divisionism)를 활용합니다. 였습니다. 작은 점들은 관객의 망막에서 시각적 작용을 통해 중간색으로 인식되는 것이지요.
20대 시절의 풋풋한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한번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왓챠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