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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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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G 정재연 Feb 04. 2021

투자단상(斷想)_2021. 2. 4.

지난주에 눈 오는 날 어머니께서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었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셨다.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참 좋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 번 눈이 온다면 나도 밖에 나가서 눈사람 꼭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다짐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때마침 어제 저녁에 눈이 펑펑 쏟아졌다. 아내에게 "눈사람 한 번 만들어볼까?"라고 물었고, 아내는 이에 응해줬다. 우리 둘은 어린애마냥 설레이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집앞 놀이터에는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다. 우리는 그 무리에 껴서 동심으로 돌아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눈사람을 만든 건 근 30년만인 것 같다. 초등학생 때에도 눈싸움은 한 적이 있지만 눈사람 만드는 건 애기들이나 하는 놀이라면서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30대 중반이 되어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른들도 눈사람을 만들어 SNS에 올린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약속도 별로 없고 밖에서 놀거리도 별로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나는 사진을 올릴 곳은 없고 그냥 눈사람 만들면서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워렌버핏은 스노우볼로 자산의 증식 과정을 얘기한 적이 있다. 산 위에서 눈덩이를 굴리면 내려가면서 그 눈덩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얘기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땐 그냥 말 그대로 이해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직접 눈을 굴리다 보니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눈덩이가 작았을 때는 눈을 다져주면서 굴려야 빨리 커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눈덩이가 작았을 때 단순히 굴리기만 하면 눈이 쉽게 달라붙지 않을 뿐더러 눈덩이가 커졌을 때 반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반드시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고 투자를 회수할 때마다 복기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지기를 통해 투자 철학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눈덩이가 커졌을 때는 눈을 굴리기만 해도 쉽게 커질 수 있다. 눈덩이의 무게 덕분에 다지기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다져진다. 투자로 치면 이 때가 돈이 알아서 일하게 끔 되는 시기일 것이다. 자철학은 이미 정립이 됐고 그것에 맞춰 자산이 증식되는 것이다.


마지막 깨달음은 눈덩이가 커지면 무거워져 관성을 이용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이 적을 때는 투자를 중간에 쉬어도 되고 사고팔고 해도 상관없지만 자산이 아주 커졌을 때에는 투자가 지속되어야만 자산을 증식시키기 쉽다. 시장의 움직임에 마음이 흔들려 사고팔고 하면 오히려 시간만 더 오래걸릴 뿐이다.


아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갔던 어제 저녁의 추억.

깨달음도 많았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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