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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G 정재연 Oct 05. 2024

어느 투자자의 아카이브_20241005

독점의 새로운 관점

관악산 정상에서 과천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백숙을 파는 돌담집이라는 식당이 있다.


경쟁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식당은 치열한 경쟁환경 속의 자그마한 식당에 불과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고 고객들은 어디에서든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선을 살짝만 좁혀보면 경쟁이 아닌 독점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악산에서 내려오는 메인 길은 10개 가까이 된다. 그 중 1개의 길로 특정해보면, 그 길을 지나는 등산객들은 반드시 있고, 그들은 돌담집을 강제적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 길에는 돌담집만 있지 않다. 7개 정도의 식당이 음식냄새로 코를 자극한다. 그런데 돌담집에는 다른 6개 식당이 가지지 못한 경쟁력이 있다. 바로 계곡이다. 계곡과 맞닿아있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돌담집밖에 없다.

실제로 연매출을 검색해보면 돌담집이 여타 식당들보다 단연 앞선다. 당연한 결과다.


당신이 보기에는 이것이 독점인가, 완전경쟁인가? 나는 이것이 강소기업이 갖는 독점과 같은 것으로 본다.


계산하고선 사장님께 질문 하나 던졌다.


"장사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15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사장님은 피부과를 자주 다니셨는지 적지 않은 연세에도 피부가 아주 좋아 보였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내년 매출은 어떨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망하진 않을지 항상 두려워한다.


그런데 과연 돌담집이라는 이 식당은 두려워 할 이유가 있을까? 관악산이 어디로 가진 않을 것이고 관악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빅테크들의 독점만 독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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