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1:) 코이의 꿈

코이의 꿈

by 에스더유


작고 예쁜 유리 어항에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 물고기의 이름은 코이입니다.

코이는 몸길이가 5cm로 아주 작고 앙증맞은 물고기지요.


코이의 주인은 8살짜리 여자아이 '네무'입니다.

네무의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꿈의 소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셨지요.

네무는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소녀로, 왼쪽 머리 위에는 항상 주황색 금붕어 모양의 핀을 꽂고 다닙니다.

할아버지가 시장에서 코이를 사 오시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코이와 똑같이 생긴 핀을 발견하고 네무에게 선물로 사다 주신 것이지요.


네무의 집은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어요.

네무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강둑길을 따라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갑니다.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놀자고 할 때마다 잠깐 고민이 되긴 하지만,

코이가 온 뒤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요.

왜냐고요? 코이를 정성껏 돌봐야 하거든요.


네무가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관 앞에 가방을 재빠르게 ‘휙’ 던져놓는 일입니다.

어떤 날은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는 것도 깜빡 잊어버리곤 하지요.


"코이야~ 언니 왔다!"

네무는 신나게 외치며 책장 위에 놓여진 유리 어항 앞으로 달려갑니다.

코이도 네무를 알아보는 듯

온몸을 흔들며 네무가 있는 쪽을 향해 헤엄칩니다.


네무는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금붕어 핀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 코이가 좋아하는 사료를 쪼로록 코이의 머리 위로 떨어뜨려 줍니다.

그러면 코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사료를 먹고,

지느러미를 흔들며 제자리에서바퀴를 빙그르르 돌지요.


이건, 코이가 신이날 때마다 하는 특별한 행동이에요.

그런 코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 시간이 네무에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네무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요즘 들어 코이의 모습이 조금 불안해 보였거든요.

코이는 유리어항 여기저기에 몸을 부딪히며 답답해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어요.


"할아버지! 요즘 코이가 좀 이상해요.

아픈 건 아닌지 걱정돼요. 자꾸 어항에 몸을 부딪히거든요…"

네무가 걱정스레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요.


"어항이 좁아 답답한가 보구나.

네무야. 이 할아버지가 집 앞마당에 넓은 연못을 만들어보마."

코이의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신 뒤,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말씀하셨어요.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마당에 연못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강이 잘 보이는 마당 한 켠에 땅을 파고,

강가에서 동글동글한 돌들을 주워 오셨지요.

산에서 나무도 해오셔서 연못 주변을 꾸미셨어요.

연못이 점점 제 모습을 드러내자, 할아버지는 연못 둘레에 예쁜 꽃들도 심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강가에서 강물을 퍼다가 연못을 가득 채우셨답니다.


네무는 기쁨에 가득 차 소리쳤어요.

“와! 할아버지~ 코이의 연못이 정말 멋져요!”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네무야, 어서 코이를 데려오너라."


"네 할아버지!"


네무는 코이가 든 유리어항을 조심스레 들고 마당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코이를 연못에 살포시 풀어주었지요.

코이는 정말 정말 신이 나는 모양이에요.

지느러미를 흔들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았기 때문이지요.

넓은 연못을 이곳저곳 누비며 신나게 헤엄치는 코이의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와 네무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번졌답니다.


코이는 정말 이 연못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좁은 어항에서는 왠지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넓은 곳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싶었는데,

이렇게 멋진 연못에 들어오게 되어서 정말 기뻤어요.


연못이 커진 만큼 코이의 몸도 자라났어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코이의 모습에 네무는 신기하면서 기뻤어요.

처음엔 엄지손가락만 했던 코이가 어느새 네무의 팔 길이만큼 커졌지요.


네무도, 할아버지도, 그리고 코이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요.


"할아버지~ 코이가 정말 많이 자랐지요?

연못으로 옮긴 뒤로 이렇게 쑥쑥 크고 있어요!“


네무가 신이 나서 말하자, 할아버지도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렇구나. 코이의 꿈이 자란 만큼 코이도 자란 모양이구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어요.

집 아래 강가에는 벚나무가 하얀 벚꽃 몽우리를 아름답게 피우기 시작했답니다.

코이는 요즘 집 아래 강가에 사는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코이는 매일 생각했어요.


‘와! 저 넓은 강에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이 정말 많이 살고 있구나.

저곳은 어떤 곳일까? 매일 어떤 즐거운 일이 벌어질까?

나도 저 친구들처럼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코이의 꿈은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선명하게 커져만 갔어요.


그러나 네무의 할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약해지셨어요.

콜록콜록 기침도 잦아지셨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네무야. 이 할아버지가 몸이 더 약해지기 전에

코이를 집 앞 강에서 살도록 데려다주는 게 어떨까?"


네무는 코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속상했지만,

아픈 할아버지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코이야. 우리 할아버지가 점점 몸이 약해지고 계셔.

연못을 가꾸는 일을 더 이상 하기 힘드실 거 같아.

저 아래에 강 보이지?

거기에는 친구들도 많이 살고 있고, 이곳보다 더 넓은 곳이니까

앞으로는 거기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네무는 코이에게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바퀴가 달린 커다란 통에 코이를 조심스레 담으셨어요.

할아버지와 네무는 코이가 든 통을 들고 집 앞 강으로 내려갔어요.

강가에 앉아 통의 뚜껑을 열자 코이는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코이야 잘 지내렴. 건강히…

이 넓은 곳에서 마음껏 네 꿈을 펼쳐보너라."


할아버지가 소리치셨어요.


"코이야 잘 가. 행복해야 해."


네무의 작별인사가 끝나자, 볼에서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강물에 떨어지며 ‘반짝‘ 빛을 냈어요.


코이는 난생처음으로 넓은 강가에서 자유롭게 헤엄쳤어요.

처음 온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엄마 품처럼 익숙하고 포근했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기쁨만큼, 행복함 만큼, 넓은 강의 크기만큼 코이의 몸도 쑥쑥 자랐습니다.

강가에 핀 벚꽃이 흩날리고, 벚꽃이 지고, 파릇한 새싹이 돋아 나고, 버찌 열매가 빨갛게 익어갈 즈음,

코이의 몸은 어느새 100cm가 되었어요.

바로 코이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에요!


"코이야. 코이야!"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바로 네무였어요.

코이도 그동안 네무가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정말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코이는 강가에 서서 자신을 부르는 네무의 목소리를 듣고,

네무 앞으로 헤엄쳐 갔어요.


“코이야. 너 코이 맞아?

네무는 몰라보게 커진 코이를 보고 깜짝 놀라 외쳤어요.

코이는 있는 힘껏 지느러미를 흔들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어요.


“코이야! 너 코이 맞구나!”


네무는 코이가 자란 모습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코끝이 찡긋했어요.

네무는 코이의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잘 자랐구나, 코이!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네무의 볼에서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강물에 떨어지며 ‘반짝 반짝‘ 빛을 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