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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24. 2019

14 :: FAN ZONE

다시만난 그곳

당시는 잔뜩 흥분하고 있어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국에서 축구 관람한 게 내 인생 통틀어 난생 첫 축구 직관이었다. 한국에서도 친선 경기 보러 가야지가야지 했어도 시간이 안 맞다는 핑계로, 돈이 없다는 핑계로 직관 보다는 치킨과 함께 편안하게 tv앞에 앉아 보는 방향을 택했었는데,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이렇게 직관을 하다니! 하지혜 그래도 복은 있다 싶었다. 



 경기가 열릴 웸블리구장으로 우리의 걸음이 가까워 져가자 손흥민의 영향 덕에 한국인 팬들이 꽤 많이 보였다. 심지어 전전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던 한국인 남자들도 보였다.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는 통에 그 어색한 길을 걸어가다 보니 경기장 앞에 Fan Zone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BOX Park가 보였다. 토트넘 홈 구장인 만큼, 토트넘 팬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었다! 



역시, 뭐 하나 하면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아는 유럽인들의 서비스는 이런 것인가? 티켓만 보여주면 토트넘 팬들은 자동 입장 가능한데, 우리는 토트넘의 우상, 손흥민과 같은 한국인이라 자동 프리패스였다. 한국인이어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하게 입장한 Fan Zone은 정말 별천지였다. 



둥둥하고 크게 울리는 DJ의 비트를 배경음악 삼아 수 백 명의 축구 팬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주말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장관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나올 때 따라 부르는 팬들도 여기저기 보이고. 그 곳에서 우리는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진풍경을 함께 만끽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시선이 이리저리 휘둘리며 쏠렸다.



다들 마시는 맥주니, 우리도 저들이 마시는 맥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대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의 점! 카드 결제 밖에 안 된다. 경기장 내 위치한 스토어에서 역시 카드 결제만 가능하니 경기 직관 할 때는 꼭! 카드 지참해서 가시길! 다행히 나의 든든한 동행자 덕에 카드 결제를 완료하고, 이리저리 우리가 앉을만한 자리를 물색하고 돌아다니는데, 이러니 축구팬 할 맛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토트넘을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같은 맥주 맛에 알싸하게 취하다 보니 경기 전 감돌지도모를 은근한 긴장감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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