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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24. 2019

02 :: 여행, 편한 메이트(11)

KYOTO & OSAKA in 2016

KYOTO&OSAKA, 2016.09.05 

숙소 -> 아침식사 -> 덴덴타운 -> 난카이난바역 -> 오사카성 -> 한큐&한신 백화점 -> 간식타임 -> 햅파이브 -> 우메다 공중정원 -> 저녁식사 -> 숙소     


오사카의 높은 하늘

“부슬비와 함께한 이 깊은 밤”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했다.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던 빗방울 탓에 우산을 썼다가 이마저도

귀찮을 때는 그냥 부슬비를 맞고 다녔다.      



햅 파이브에서 내려와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걸어가는 와중, 잠깐 멎었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의 양 탓에 우산은 쓰지 않은 채 였다. 가끔은 이렇게 비에 머리를, 어깨를, 발등을 적셔가며 자연의 생리현상에 동화되어도 좋은 것 같다.      



오사카의 하늘이 빚어내던 촉촉한 물기에 몸을 맡겨 두고 오사카 대로변을 걷다보니,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회사원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 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오사카였다. 


이들 사이에서 유달리 가볍고, 느린 발걸음을 한 사람들은 나와 동생 같은 여행객들뿐이었다. 지금 이 거리, 그 누구보다 여유로워 보였고, 누가 봐도 오사카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닌 모양새였다. 지치고 맥 빠지는 일상을 보내는 현지인들과 한 공간에 뒤섞여 걸으며 상대적인 자유로움에 취해 있을 때, 문득 우울한 사유하나가 내 속을 비집고 나온다. ‘이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도 이들처럼 그저 바닥만 보며 걷는 일상을 살아가겠지?’      



여행이 주는 강한 안식과 여유는 아무래도 해당 여행지의 출퇴근 시간에 굉장히 크게 와 닿지 않을까 한다. 내게는 한 없이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전해 주는 이 공간, 분위기는 빠르게 회전하는 시계추를 가진 이곳의 그 누군가에게만은 전혀 다른 시간을 전해줄지도 모를 일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 나와 전혀 다른 하루의 시간을 소비하고, 상황을 만들었을 그 누군가의 모습은 이렇게 크게 대비되기 마련이다. 선 굵은 대조가 만들어 내는 상대적인 평안함은 결국,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여행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곧 현실에 돌아가야 할 것에 대해 가지는 묵묵한 두려움은 각 여행자가 가지는 당연한 덤 일 터.


           

촉촉하게 내리는 저녁 비에 옷이 젖어 갈 때 즈음,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도착했다. 건축학도생인 나의 동생은 해당 건물을 보자마자 입을 헤 벌린 채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곧 이어, 이 건물이 어떤 공법으로 만들어 졌고 어떠한 설계과정을 거쳤을 지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해 댄다. 음, 나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동생의 입을 빌리자면, 우메다 스카이빌딩은 오사카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40층 높이의 고층 빌딩 두 동이 나란히 위치해 상층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된 구조 사이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데, 뭔가 우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착하는 곳은 공중정원 전망대 내부다. 공중정원 전망대 외부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하나 더 타고 올라가면 오사카 시내의 스카이라인을 제대로 만끽 할 수 있게 된다. 



360도로 회전하며 볼 수 있는 오사카 시내의 야경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밤의 검은 물이 번진 요도가와 강이 시내의 중심에 유유히 흐르고, 각 구역마다 연결 된 다리에서 발산되는 선명한 빛깔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 즐겨했던 스크래치 작품을 도화지에 펼쳐 놓은 듯했다. 



가물거리는 빛을 발하고 있는 육지의 조명들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빛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장면은 가끔은 세상을 관망하는 자세에 대한 필요성을 확실히 일깨워 주고 있었다. 상대가 만들어 내는 시끄럽고 요란한 세계에 굳이 애써서 발들일 필요 없다는 무언의 문장을 그렇게 내 가슴 속에 알알이 박아 두고 있었다.       


*우메다 공중정원

 위치

 :일본 〒531-6023 Ōsaka-fu, Ōsaka-shi, Kita-ku, Ōyodonaka, 1 Chome−1, 

  大阪市北区大淀中1丁目1−1

 운영시간_ 평일&주말: 9:30~22:30

 입장료_ 성인:1500엔/4세~초등학생:700엔/장애인:350엔 (+ 주유패스 소지자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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