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그 세계로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와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 〈About Time〉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삶은 더 행복해질까?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만약 과거로 돌아가 단 한 순간을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60세의 외과의사 엘리엇. 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죽기 전에 사랑했던 연인 일리나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엘리엇은 캄보디아에 구호활동을 위해 갔다가 신비한 노인으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비약을 얻게 되고, 그토록 바라던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의 연인이었던 일리나는 마이애미에 있는 오션월드에서 수의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러다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녀가 죽기 직전으로 엘리엇은 돌아가게 된다.
노인이 준 열 개의 알약, 그렇게 엘리엇에게는 열 번의 시간 여행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일리나를 만나는 게 소원이었으나 과거로 갈수록 비극적 상황을 바꾸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그렇듯, 엘리엇이 과거를 바꿀수록 현재도 바뀌게 된다.
엘리엇과 함께하는 아홉 번의 시간 여행, 나는 엘리엇과 함께 그 여행에 동참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알랭 드 보통'과 '기욤 뮈소'를 이야기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글을 읽으면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설책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나만 받은 게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은 한국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드라마 '나인' 역시 이 소설을 모티프로 제작되었다고 하니까. 사실 '나인'은 표절 논란이 일 정도로 거의 이 작품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기욤 뮈소의 대부분의 소설은 읽고 나면 '아. 이거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아홉 개의 알약을 사용한 뒤 엘리엇은 폐암에 걸려 숨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 그의 장례식에는 오래 전 헤어진 친구 매트가 찾아오고, 엘리엇의 사연을 알게 된 매트는 마지막 알약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 매트는 젊은 시절의 엘리엇을 만나 담배를 끊게 만들고, 그 결과 엘리엇은 다시 살아나 꿈에 그리던 일리나를 만나게 된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달라진다. 한 사람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흔들고, 그 결과는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을 통해 묻는다.
“과거를 고친다고 해서, 진정 원하는 현재를 얻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리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질까?
우리 인생에서 어떤 고통을, 어떤 회한을, 어떤 후회를 지워버리고 싶을까?
진정 무엇으로 우리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되기 위함인가?
어디로 가기 위함인가?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기 위함인가?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영화 〈About Time〉의 주인공 팀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로부터 놀랄 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팀 집안의 남자들은 21세가 되면 초능력을 부여받게 된다는 것. 그것은 바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단, 자신이 기억하는 시절의 어떤 상황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미래로 갈 수는 없다. 이동 수단은 타임머신이나 자동차나 뭐 그런 게 아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혼자 집중해야 하는데, 가장 최적화된 공간이 바로 옷장이다.
팀은 처음에는 사랑을 얻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실수와 불운을 바로잡기 위해 반복적으로 과거를 수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은 깨닫는다. 아무리 시간을 고쳐도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사실을.
수차례 과거로 돌아갔던 팀은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이 젊은 시절부터 너무 많이 피운 담배가 원인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로 돌아가면 자신의 자녀 팀과 킷캣의 존재가 사라지기에 그럴 수가 없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아버지는 팀에게 행복을 위한 공식을 말해 준다.
두 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 다음은 아빠의 계획 2단계다.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 살면서는 느끼면서 말이다.
팀은 셋째 아이가 태어날 때쯤, 과거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어린 팀과 젊은 아버지. 둘은 함께 해변을 걸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한다. 그 두 사람의 모습이, 남녀 주인공이 함께할 때의 모습보다, 내 머릿속에 더 진하게 각인되어 있다.
팀은 결국 시간 여행을 멈추고, 주어진 매일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삶임을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대사 하나를 남겨본다. 내 마음에 너무나 와닿아 오랫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글귀로 써 놓았던 글귀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와 〈About Time〉은 모두 과거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두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미묘하게 다르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후회와 선택의 무게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과거를 고쳐도 완벽한 행복은 없음을 말한다. <About time>은 현재를 사랑하는 법을 따뜻하게 가르쳐 준다. 매일의 소소한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시간임을 일깨운다.
결국 두 작품은 서로를 보완한다. 과거의 후회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오늘 하루를 사랑하라는 다정한 조언을 건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때때로 후회에 잠기고, 다시 기회를 꿈꾸지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것뿐이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와 〈About Time〉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너머, 같은 진실을 속삭인다.
사랑은 어제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