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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Oct 28. 2020

오래전 그날의 그곳.

아주 오래전 우리의 놀이터 같았던 곳을 오랜만에 찾아갔다. 직장인 친구의 점심시간에 맞춰서 친구와 또 다른 친구와 친구의 아기와 함께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꼭 오래전 그날처럼,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펼쳐두고 소풍 기분을 냈다. 그리고 늘 빠질 수 없는 추억을 반찬 삼아 보태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정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쩜, 그대로였다. 벽을 따라 걸려있는 그림들, 신기한 조형물, 전시들은 그대로였다. 우리가 뛰어놀며 꿈꾸었던 그날이 생각났다. 어린 날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생각하게 했던 것들을 어느새 친구의 아기가 신기해하며 만지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바로 감회가 새롭다고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친구와 나는 어쩐지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고, 우리는 훌쩍 컸다. 아니 훌쩍 컸다기보다 어른이 되었다.


이제 그곳은 내년부터 2년 정도 대대적인 공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의 놀이터였던 모습은 아마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곳이 되어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것은 여전할 수 없다. 변하지 않고 모든 것이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어쩌면 욕심일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은 흐르는 법이니까- 우리를 꿈꾸게 해 주었고, 이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자리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또 다른 아이들에게 꿈이 되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본다. 고마웠어요 나의 놀이터, 우리의 오래전 그날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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