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이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요즘에는 사실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우리는 어른이라는 사람들이니까,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건 우리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마스크 없이는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참 안쓰러웠는데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마스크를 벗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마음이 참, 그랬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능 날은 어김없이 왔고, 아이들은 마스크를 끼고 시험을 치러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수능이 끝난 지금, 수능 날의 풍경 사진을 보니 눈물이 찔끔 났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것 같았던 그날도 사실은 지나고 보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다 결정할 수는 없었다는 것을- 너희들의 노력이 단 하루로 인해 모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험을 치러낸 너희는 이미 너무나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오늘이다.
매년 수능날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이번에는 마음까지도 차갑게 얼어버렸다. 2020년의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차갑고 차가운 오늘을 잘 살아준 모든 이들에게 참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밤이다.
우리 아프지 않고, 잘 견뎌내 보아요. 우리 아이들도 차가운 시간 속에서도 누구보다 강인하게 오늘을 보내준 것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