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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Feb 27. 2023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삶

이별이 계속되고 있는 여행과 삶이다.

살던 곳으로 돌아왔고, 지내던 곳에서 떠나왔다. 그리울 것은 당연할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깊은 그리움과 그만큼의 시차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매일 새벽에 눈을 떠 긴 밤을 지새운다. 덕분에 가장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오는 날, 후회 없이 사랑했고 행복했던 지난날과 잘 이별하려 지난 사진들을 또 보고 봤다. 다시 꺼내보지 않아도 될 만큼 보고 또 봤다.

그래도 좀처럼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돌아오자마자 또 다른 이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떠나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가는 사람, 익숙함을 떠나 낯선 곳에서 긴 시간 삶을 지내다 다시 이곳에 여행 오듯 한 사람을 다시 보내는 일.

삶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별이 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이별들을 마주하고 익숙해져 가는 게 삶 속에 삶이라면 그것도 꽤나 하고 있는 요즘이다.


만남이 있기에 이별도 있는 거겠지만, 누군가가 들어오는 일은 파도가 마음으로 밀려들어오는 것 같이 잔잔한 반가움과 기쁨이 있다면,

누군가 삶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수많은 파도가 일렁이던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휑하고 허전하다.


돌아와 처음으로 읽은 책, 변종모 작가님의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중 이런 구절이 있다.

 

p. 116

잠시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나누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사라마다 남기고 가는 흔적들은 모두 다 다르다. 내겐 그렇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돌아간 자리는 마음 안쪽에 크게 남아 오래오래 바라보게 된다.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 때가 많다.


p.249

당분간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로 살겠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이 내 안에 잘 살고 있다. 지금 이곳의 일들과 풍경이 어느 미래에 살가운 친구처럼 힘이 될 것임을 안다. 다시 세상이 맑아지면 오늘의 힘으로 또 배낭을 메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좋은 결정을 하겠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것. 결국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다.


여행과 삶 그 사이 어디 즈음에서, 여행자인지 그저 살아가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드는 마음이 당연하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나의 마음이 유별날까 봐서 걱정했다. 아마 여행을 하고, 삶을 살고, 그곳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드는 마음이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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