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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무위자연

by 정지영

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도가 철학의 핵심 개념인 '도(道)'를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인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따르는 태도입니다. 장자는 인간이 인위적인 욕심이나 강박을 내려놓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조화롭게 살아갈 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장자의 우화를 통한 무위자연의 설명

장자는 여러 우화를 통해 무위자연을 설명합니다. 굽은 나무의 이야기에서는, 곧게 뻗은 나무는 목재로 잘려 나가지만, 굽은 나무는 형태가 비뚤어져 있어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어 그저 자연 그대로 자라며 오랜 시간을 살아남습니다. 이는 억지로 유용해지려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포정해우(庖丁解牛)의 이야기에서는, 숙련된 도살자인 포정이 소를 해체할 때 칼날을 소의 뼈와 근육 사이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마치 춤을 추듯 해체합니다. 포정은 소의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그 자연스러운 틈을 따라 움직임으로써 칼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장자는 우리가 억지로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과 흐름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억지로 남에게 맞추거나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무위자연의 현대적 적용과 교훈

오늘날 이 철학은 우리 삶에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경쟁과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의 태도를 실천하면, 우리는 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지나친 계획이나 통제를 내려놓고 상황의 흐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정이 예상치 못하게 변할 때, 이를 억지로 되돌리려 하기보다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위자연의 실천입니다. 예기치 않은 교통 체증으로 인해 중요한 약속에 늦게 될 때, 분노와 좌절 대신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입니다.


인간 관계에서도 억지로 관계를 만들거나 조작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의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과도한 노력으로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대신 서로의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며, 억지로 가까워지려 하기보다 자연스러운 거리와 친밀감을 유지할 때 관계는 더 깊어집니다.


직장에서는 과도한 경쟁이나 강박적 성과 추구 대신 유기적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무위자연의 실천입니다. 업무에 무위자연의 태도를 적용하면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하려 하기보다 팀원들의 개성과 재능을 믿고 나누어 맡길 때, 우리는 팀의 조화와 개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로 이어집니다.


자기계발 측면에서는 남과의 비교나 강제가 아닌, 자신의 본성에 맞는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갭 이어(gap year)'나 자기 탐구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무위자연의 한 예입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성장하며 불필요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취미를 시작할 때도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감 대신, 자신의 호기심과 흥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무위자연입니다.



무위자연과 현대 철학의 연관성

무위자연은 현대의 '마음 챙김'과 '미니멀리즘'의 철학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마음 챙김이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판단을 내려놓는 것처럼, 무위자연도 인위적 욕망과 판단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미니멀리즘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어 본질에 집중하듯, 무위자연도 인위적인 것을 덜어내어 우리의 본성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무위자연은 단순히 무행동이나 도피가 아닌,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르며 삶을 살아가는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장자의 가르침은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 추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조화를 이루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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