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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10. 2024

스토아 철학을 실천적 지혜로

에픽테토스: 고대 스토아 철학에서 현대적 내면의 자유로

 에픽테토스는 인간이 외부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통제함으로써 평온한 삶을 추구할 것을 가르친 고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불쾌한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내면 통제'의 한 예입니다.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내면의 자유와 평온을 위한 실천적 철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생애와 배경

 에픽테토스는 기원후 55년경 소아시아의 히에라폴리스에서 노예로 태어났습니다.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얻어진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의 출신 배경을 잘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로마로 팔려가 네로 황제의 비서였던 에파프로디토스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불편한 몸을 가졌지만, 주인의 허락으로 철학을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스토아 철학자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가르침을 받으며 철학에 깊이 몰두했습니다.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이후, 로마에서 철학자로 활동하다가, 93년경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철학자 추방령으로 인해 그리스의 니코폴리스로 이주하여 철학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수많은 제자를 통해 전해졌으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철학적 가르침을 듣기 위해 그를 직접 방문할 만큼 에픽테토스는 널리 존경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황제조차도 그의 철학적 통찰과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는 135년경 사망하였습니다.



주요 철학적 가르침

 에픽테토스의 철학은 실용적이며, 내적인 자유와 자기 통제, 그리고 윤리적 책임을 중시합니다. 그의 가르침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을 기초로, 인간이 어떻게 내면의 자유와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다음은 그의 핵심 철학적 개념들입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에픽테토스 철학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의 구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날씨를 통제할 수 없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는 등의 행동은 우리의 선택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겪는 상황들을 통해 내면의 통제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생각, 판단, 욕구, 행동 등 내면의 선택이며,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외부의 상황, 타인의 행동, 재산, 명성, 질병과 같은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사람들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날씨는 우리의 통제 밖에 있지만, 우리는 비가 올 때 우산을 쓰고 기분을 가라앉히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리와 수용의 태도는 현대 심리치료의 핵심 방법인 인지행동치료(CBT)의 기본 원리와 일치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을 조절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외부 상황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변화시켜 불안을 줄이는 접근을 취합니다. 이는 에픽테토스가 제안한 '사물에 대한 판단'의 중요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선과 악의 내면적 위치

 에픽테토스는 선과 악은 외부가 아닌 우리의 선택과 판단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처럼 선과 악은 외부 상황 자체가 아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반응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로써 그는 진정한 선과 악이 외부 사건에 좌우되지 않고 인간의 내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는 철학적 입장을 확립했습니다. 외부의 소유물, 명성, 재산 등이 선이나 악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았으며, 내적 평온을 추구하도록 권했습니다.


역할 수행과 사회적 책임

 에픽테토스는 인간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정에서는 부모나 자녀로서, 사회에서는 시민이나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역할들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자연에 따른 삶이며, 이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선을 동시에 실현하는 길이라고 보았습니다.


욕망의 절제와 감정의 조절

 에픽테토스는 욕망을 절제하고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나친 욕망과 감정적 반응이 우리를 외부 상황에 휘둘리게 만들어 내면의 평온을 방해한다고 보았습니다. 고통과 쾌락에 대한 무관심(아파테이아)을 통해 내적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파테이아의 실천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감정의 동요를 최소화함으로써 내적 평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물질적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도한 욕망을 조절하며, 내적 가치와 덕성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권장했습니다.


이성의 역할과 판단의 중요성

 에픽테토스는 이성을 통해 덕스럽게 판단하고, 외부 사건을 이성적으로 해석하여 대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교통 체증에 직면했을 때 화를 내기보다는, 이를 시간 관리의 기회로 삼고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 이성적 판단의 한 예입니다. 이렇게 이성을 활용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건 자체는 우리를 괴롭히지 않지만,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해석과 판단이 고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통해 내면의 평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주요 저서와 철학적 영향

 에픽테토스는 직접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그의 가르침을 기록하여 전해졌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담론』(Discourses)과 『편람』(Enchiridion)이라는 책으로 전해지며,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담론』: 에픽테토스의 강의와 대화를 바탕으로 한 이 저서는 원래 8권으로 구성되었으나 현재는 4권만 남아 있습니다. 인생의 도전과 시련에 대처하는 방법, 이성적 판단의 중요성, 사회적 관계에서의 윤리, 그리고 자유와 행복의 본질을 다룹니다.  


『편람』: 『담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이 책은 53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픽테토스의 철학적 가르침을 간결하게 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철학적 지침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적 의의와 적용

 에픽테토스의 철학은 현대에서도 큰 의의를 지니며, 특히 심리적 치유와 개인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으로 널리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은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통해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 전 불안감을 조절하기 위해 에픽테토스의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의 철학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제의 이분법 적용: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식시장 변동이나 날씨 같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지출 관리나 건강관리와 같이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내적 평화와 회복력: 직장에서의 승진 탈락이나 인간관계의 실패를 경험할 때, 이를 자아의 본질적 가치와 분리하여 바라보고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  

윤리적 생활과 개인적 책임: 윤리적 생활과 책임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환경 문제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자기 통제: 정보 기술과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에픽테토스의 자기 통제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부정적인 댓글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을 통해 자기 통제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루의 특정 시간을 '디지털 디톡스' 시간으로 정해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독서나 운동과 같은 활동에 집중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부정적인 상호작용에 평온하게 대처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태도는 현대적 적용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에픽테토스는 스토아 철학을 실천의 철학으로 발전시킨 인물입니다. 그의 가르침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할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그의 가르침은 내적 평온과 윤리적 삶을 지향하는 실천적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초연하고,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집중할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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