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그의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아우라(Aura)’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아우라는 예술작품이 지닌 독특한 존재감,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 작품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벤야민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 아우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경험과 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벤야민은 아우라를 예술작품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가지는 고유한 존재성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작품이 지닌 역사와 장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경험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미술관에서 직접 보면, 그 작품이 지나온 시간과 공간을 느끼며 자신 또한 그 순간의 일부가 된 듯한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이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복제된 이미지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작품이 가진 독특함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벤야민은 이를 두고 아우라가 소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복제는 예술작품을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져다줬지만, 그 과정에서 작품이 가진 고유성과 특별함을 약화시켰습니다. 벤야민은 사진과 영화 같은 기술이 예술작품을 단순히 소비되는 이미지로 바꾸었다고 보았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감상하기보다는 사진을 찍는 데 더 몰두합니다.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 뒤에는 그 순간을 금방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직접 느껴야 할 감각적 경험을 대신하고, 그 순간의 의미를 희석시킵니다.
아우라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예술작품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인간 관계와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경험이 기술로 복제되고 어디서나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바뀌면서, 우리는 점차 ‘독특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억과 소중한 순간들조차 디지털 기록 속에 묻히며, 진정으로 특별하다고 느낄 여지가 점점 줄어듭니다.
벤야민의 경고는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감각과 관계를 상실해가는 과정을 성찰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순간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벤야민의 아우라는 단지 예술작품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아우라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그 가치를 다시 느끼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습니다.
- 순간에 집중하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지금 눈앞의 장면에 온전히 집중해 보세요. 아름다운 노을을 볼 때, 사진을 찍기보다는 빛과 공기를 느껴보는 겁니다. 기록하지 않아도, 그 순간은 당신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 기술 사용 줄이기
중요한 순간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대신 그 순간을 직접 느껴보세요. 여행지에서도 셔터를 누르기보다는 그 장소의 소리, 분위기, 그리고 감정을 담아보는 겁니다.
- 오래된 물건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가족과 함께 오래된 사진 앨범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관계와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 됩니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많은 경험의 특별함을 빼앗아갔습니다.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은 이를 경고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순간의 특별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하루, 당신에게 특별한 순간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이 당신의 감각과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다시 발견할 때입니다. 그것이 벤야민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