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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pr 11. 2020

우리 아빠가 뭘 잘못했는데?

가이드 언니 캐리어가 사라졌다. (부모님과 유럽여행 1)

2008년  7월

드디어 부모님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갔다. 

패키지 투어인데 우린 현지에서 조인하는 거라  대한항공을 타고 먼저 로마에 도착 후 공항 근처 호텔에서 우린 피자와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먹고 산책을 했다.  긴 비행이었지만 비행기 안에서 잘 자서 그런지 피곤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에 오전 6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가이드를 만난 후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여름방학시즌이라 어린아이들과 학생들이 많았다.


바로 바티칸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서 한 시간이 지나서야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로마 시내 관광을 했다. 트레비 분수를 구경 후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고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도 구경하고 나서야 저녁을 먹고 또 버스 타고 이동했다.

로마에서 밀라노 구경 후 피렌체 두우모 성당을 구경하는 일정이었다.  워낙 인원이 많아서  이동할 때마다 짐을 꺼내고 넣고 하는 것도 일이었다. 아빠는 가이드 언니가 인원 체크하느라 바빠 보여서 매번 리어를 버스 안에 넣어주셨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가이드 언니가  가방이 없어졌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가끔 이탈리아에서는 한쪽에서 짐을 넣으면 반대편에서 짐을 빼가는 도둑이 많다고 하면서 아마도 짐을 넣자마자 가져간 것 같다고 했다. 

아빠는 가이드 언니 리어를 넣어준 거뿐인데  많이  미안해하셨고  분명히 버스 짐칸 안쪽에  잘 넣으셨다고 해서  내가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다.

가이드님, 버스 안쪽까지 다 확인하신 거 맞나요? 제가 한번 확인해 봐도 될까요?


그러고 나서 나는 치마를 입은 상황에서 기어서 버스 짐칸 안쪽까지 들어가서 구석구석 살폈다. 역시 확인하길 잘했다. 검은색이라서 버스기사가 제대로 못 본 건지 아니면 없다고 하고 가져가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찾았다는 거다. 솔직히 아빠가 리어를  넣어준 게 아니었으면 그렇게 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가이드 언니가 계속 아빠한테 어디에 넣었는지 물어보고 아빠는 도와주미안해하시는 그 상황에서 나는 뭔가 하고 싶었다.


우리 아빠가 뭘 잘못했는데?

 

버스 짐칸에서 리어를 찾아서 나오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역시 승무원의 기본자세인  '더블체크'가  완전히 습관화됐다며 자화자찬했다.


가이드님 일하시느라 바쁘신 건 알지만
 안쪽도 잘 찾아보시고 말씀하셔야죠!  
아빠가 도와주셨는데 케리어가 없어져서 얼마나 걱정하셨는데요. 아직 여행할 날이 10일이나 더 남았는데 다음부턴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이드 언니는  정말 미안해하시며 아빠에게 와서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 아빠  진짜 십년감수했다. 진짜 리어가 없어졌으면  도와주고 욕먹고 여행도 다 망칠 뻔했다. 그래서  그날 스트레스를 은근  많이 받으셨는지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다. 그래서 아빠에게 다음부터는 도와주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는데 성격은  어디 안 간다.  매일 아침 일찍 준비하시고 나오셔서 여전히 도와주셨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러기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시.  솔직히 아빠가 보수적이고 본인의 주장만  맞다고 하시는 분이라서 답답한 면이 많았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타인을 항상 먼저 배려하는  아빠의 좋은 점찾게 됐다.  그래서 여행은 할 말한 가치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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