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8년 2월 미국 플로리다에 그를 만나고 온 후 비행하면서도 그가 생각이 나서 프러포즈했다.
그리고 결혼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가 9월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6월에 결혼해서 7월 한 달은 신혼여행 다니고 8월에 플로리다로 가는 계획이 가장 좋을 거 같았다.
결혼 준비기간은 3개월 정도 있었다.
신혼생활은 미국에서 시작하니 혼수 장만이나 집을 알아볼 필요는 없으니까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나만의 착각이었다...
가장 먼저 언니 결혼 준비할 때 도와주신 웨딩플래너에게 연락을 했다. 플래너 언니에게 체크리스트를 받아서 한 가지씩 준비해 나갔다.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예식장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웨딩홀과 호텔을 가봤지만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거이 이주 동안은 비행 끝나면 바로 예식장을 보러 다녔다.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었는데 6월에 오픈하는 예식장이 있는데 이미지 컷만 보고 결정을 하면 30프로 추가 할인된 가격으로 계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가격도 정말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위치였다. 선릉역 근처였고 2호선과 분당선이 있어서 교통이 정말 좋았다. 예식장을 정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중요한 스드메 (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정해야 했다. 보통 신랑과 드레스를 보러 다니지만 난 우리 언니와 함께 갔다. 드라마에서처럼 신부가 드레스 입고 나오면 신랑이 너무 감동해서 말도 못 하는 그런 상황을 기대한 건 아니다. 단지 그런 소중한 시간을 그와 함께하지 못해아쉬웠다.
신랑이 미국에 있어서 결혼식 일주일 전에 들어오기로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못 오는 거 알면서도 괜히 전화 오면 투정을 부렸다.
네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정말 보고 싶어 하는 걸 알면서도 심술부려 미안...
그리고 스튜디오는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곳으로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고 웨딩촬영은 결혼식 일주일 전에 찍었다.
이런 커플이 또 있을까??...
그리고 메이크업은 플래너 언니가 추천해주는 곳으로 그냥 결정했다. 내 얼굴은 메이크업에 따라 크게 변화는 얼굴이 아니라서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나 신부 맞니??...
나름 하나하나 준비해나가니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화동은 조카인 유하와 준하가 해주기로 했고 청첩장은 신랑이 책임지고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혼여행 계획을 짰다.
푸껫 , 서유럽, 그리고 이집트와 요르단 이렇게 한 달 정도 계획을 한 후 여행사 예약을 했다.
특히 승무원의 스케줄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꼭 원하는 날 하루를 생리휴가로 신청할 수 있었다. 6월 비행 스케줄이면 4월 말에 휴가를 신청해야 했기 때문에 더 늦게 말하면 동기들과 선배들이 스케줄상 결혼식에 못 올 수도 있었다.
친한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결혼을 한다고 하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내가 한 번도 남자 친구 얘기를 한 적이 없었고 아무도 그를 본 사람도 없었다.
뭐야? 남자 친구가 하늘에서 떨어졌어? 너 결혼하는 거 진짜 맞아? 얼굴을 보여줘 봐!! 그럼 믿을게!!
솔직히 이런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놀랄지는 몰랐다. 그래서 간단하게 우리 상황을 얘기를 하자 또 한 마디씩 했다.
어떻게 그런데 한 번도 얘길 안 하냐? 우린 친한 거 맞냐?
친구들에게 욕이랑 욕은 다 먹었지만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가 미국에서 오자마자 웨딩촬영을 했다.
난 비행 후 바로 촬영이라 쌍꺼풀이 두 겹이었고 그는 한국 오기 전 플로리다 한인 축구대회를 다녀와서 얼굴이 완전히 많이 탄 상황이었다. 이런 몰골을 멋진 신랑과 아름다운신부로 만들어주시느라 메이크업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고생하셨다. 난 한복 촬영 대신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신랑과 촬영을 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 그제야 진짜 비행을 그만두고 결혼을 한다는 게 현실로 다가왔다.
감정이 뭐랄까... 시원섭섭함...
3개월 동안 정신없이 준비한 결혼식은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잘 마쳤다.
12년 동안 힘들고 슬펐던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았기에 이렇게 결혼기념일을 기념할 수 있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