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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13. 2020

아이 엄마가 어떻게 원하는 걸 다하고 실아요!

질문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니엘이를  목욕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질문을 한다. 머리를 감기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를 들더니 질문을 한다.

엄마, 저를 낳고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뭐예요?


이런 심오한 질문을 목욕하면서 하다니 정말 뜬금없다. 얻은 것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만  아이는 확인하고 싶었던 거 같다.

니엘이가 태어나서 엄마가 되니 책임감이 생기고 우리 가족이 너무 소중해졌어요.
그리고  잃은 점은... 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가 무조건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내 시간을 가지기가 힘들고 행동에 제약이 많은 점이 있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혼자 훌쩍 떠날 수도 없고 늦게까지 영화가 보고 싶어도 아이를 재워야 하니 다음을 기약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에게 설명을 할 수는 없어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니엘이가 태어나서 얻은 점이 많지만 가끔은 엄마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얘기하는데 니엘이가 내 마음을 아는 듯이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없는 게 잃은 점이라는 거죠? 근데 엄마 , 어떻게 아이 엄마가 하고 싶은걸 다하고 살아요! 나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힘들죠! 그럼 엄마가 하고 싶은 거
같이 하면 되겠네요!!!


이렇게 얘기하는 니엘이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나보다 생각이 깊다. 어른이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인들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엘이는 이번 생이 두 번째인 거 같다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또 질문이 들어온다.

엄마, 언제가 가장 억울해요?


니엘이가 억울할 때를 묻는 거로 봐서는 최근에 분명 이런 일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며 니엘이에게 질문했다. 그랬더니 그 질문을 다시 해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억울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엄마,  피아노 연습하는데 선생님이 5번씩 연습하라고 해서 난 그거 다 했는데 옆의 친구는 매번 몇 번씩 뛰어넘었으면서 다 했다고 했거든요!! 근데 한 번도 안 걸렸어요. 그래서 나도 너무 힘들어서 딱 한번 뛰어넘었는데 선생님이 바로 아시는 거 있죠? 그래서 정말 많이 혼났어요... 그 친구는 몇 번이나 해도 안 걸렸는데 난 진짜 딱 한번 했는데 걸렸어요.
진짜 너무 억울해요!


 얼굴 보니 정말 억울한 표정이다. 그 친구는 한 번도 안 걸리고 자긴 걸려서 너무 억울하다는 니엘이.ㅋ

역시 아이는 아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니엘이에게 관심이 많아서 몇 번 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시는 거라고 했다. 그러니 제발 억울해하지 말라고. 선생님이 니엘이를 너무 잘 가르쳐주고 싶으셔서 그런 거니 절대 뛰어넘지 말고 열심히 연습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조금씩 미소 짓기 시작한다. 지금 체르니 30번이 거의 다 끝나가서 연습량이 정말 많아졌다.  그래서 요새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어서 니엘이가 더 예민해진 것 같다.  너무 지치고 힘들면  피아노 학원 그만 다닌다고 할 텐데 아직 그런 얘기는 없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어서 너무 대견스럽다.


니엘이가 질문하는 시간이 재밌다.  질문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어서 참 좋다. 다음엔 또 어떤 질문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할까?

#엄마와딸#질문#억울한일#엄마가된후얻은점과잃은점#피아노연습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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