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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14. 2020

2241000045 무슨 뜻일까?

이때는 참 애틋했는데.

부모님이 이사 준비를 하시면서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 내 물건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쓴 다이어리부터 상장들 그리고 편지들. 그중에서 다이어리 꽂아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삐삐 약어'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기억을 못 했으면 다이어리에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을까.


몇 가지는 기억이 나지만 아직 여전히 왜 이 번호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다.


여기서 질문!

101023

979712

1212

2222

1717

여기서 4개 이상 맞춘 분들은 X세대일 거라 생각한다.

 ( 답은 마지막 사진 확인)


내가 삐삐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대학 입학 선물로 작은 아빠가 카드형 무선호출기를 사주셨다. 얇아서 다이어리나 지갑에 넣어서 다니기 딱 좋았다.

삐삐는  X세대인 신세대들의 새로운 연애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출처  나무위키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다. 이들은 기존의 가치나 관습에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수업시간 때 삐삐가 오면 누구한테 온 걸까 궁금해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전속력으로 공중전화박스로 뛰어갔었다. 하지만 매번 줄이 정말 길었다.

그래서 음성을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이런 약어들이 많이 생겼다. 지금 인터넷용 채팅용어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채팅용어 모르면  가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거처럼 삐삐 약어를  몰라서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냐며 친구들에게 구박을 받곤 했다. 아마도 그래서 다이어리에 이렇게 보관하고 다녔던 거 같다.  


그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카페의 기준은 무조건 테이블에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래야 삐삐를 하면 바로 친구들과 통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없었기 때문에 가끔 늦게 오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이 방법이 가장 편했다. 어딘가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먼저 자리를 잡고 삐삐를 치고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장소를 알려줬었다.


그리고 삐삐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자기소개 멘트다. 좋아하는 음악을 깔고  간단히 말하면 되는 거였지만 수십 번은 녹음을 해야 만족을 했었던 거 같다. 그땐 정말 왜 그렇게 거기에 목숨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삐삐 멘트는 나를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너무 중요했다. 가끔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멘트를 남겼지만  반응이  영 아니었던 적도 있었다. 친구들의 음성을 들어보면 너랑 안 어울리니 당장 바꾸라는 친구들의 외침을 들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게 재밌어서 일부러 더 과장하고 그랬 같다.


금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다시 삐삐를 사용하면 어떤 느낌일까? 요새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 싹쓸이를 보면 레트로가 더 많이 유행할 거 같다.

레트로
-추억이나 전통 등을 그리워해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성향을 말한다. 즉,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이 현재에 다시 부상하는 것
-패션이나 인테리어·대중음악 분야 등에서 주로 사용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요새 많이 그때가 그립다.  20대 때 겁 없이 도전하며  즐겁게 살았던 그때의 내가 보고 싶다. 지금 나에겐  그때의 패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삐삐#레트로#삐삐 약어#삐삐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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