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 중 어디가 더 좋아요?

외항사와 국내항공사의 차이점

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 중 어디가 더 좋아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두 항공사가 너무 달라서 '어디가 좋아요'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승무 시절의 궁금한 점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답변을 하고자 한다.

1.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며 여행을 좋아해서  두바이, 미국, 호주에서  총 9년 정도 거주했으며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4년간 근무 후 대한항공 경력직 승무원으로 2년간 비행을 했다. 지금은 니엘 아카데미에서 니엘쌤으로 외항사와 내항사 면접 코칭을 하고 있다.

2. 승무원 시절, 업무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보통 21일쯤에 다음날 스케줄(로스터)을 확인할 수 있고 비행은 한 달간 80~100시간 정도 하고 한 달간 데이 오프는 8일~10일 정도이다. 또한 스탠바이 때는 집에서 대기 후 콜이 오면 비행을 한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3. 6년 동안 국내외 항공사에서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근무했던 항공사는 어디인가요?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4년간 근무 후 대한항공 경력직 승무원으로 2년간 비행을 했다.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 재직 시절♡

4.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직원들과 고객 만족도가 최고인 항공사라고 알려져 있는데, 혹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대해서 직접 들었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어떻게 직원들에게 자율성이 보장되는지 등)

무엇이 성과를 만드는가?

지금 비행하면 즐길 수 있을까?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기업이 궁금해할 거라 생각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서평을 썼을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대해서 언급했다.
업무에서 즐거움을 조성하는 문화는 사우스웨스트가 POS(positive outrageous service,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적인 서비스 )를 제공하는데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기내방송을 하는 사무장이나 대모 하는 객실 승무원의 얼굴을 보니 정말 일을 즐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즐겁게 일을 하게 되면 승객에게 더 진심 어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승객들은 그 서비스에 만족해서 좋은 피드백을 SNS를 통해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이 항공사를 이용하게 된다. 그럼 당연히 항공사는 더 많은 이윤을 만들게 된다. 일을 즐기면서 하면 고객까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동기는 중요하다.

나는 서비스직 경험 없이 객실 승무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승객들을 만나고 크루들도 만나면서 국제적인 감각으로 열린 사고를 하며 외국어 능력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5. 그에 비해 우리나라 항공사는 얼마나 다른지 (수직적 문화(?))

"나 할 말 있다!!! "나 땐 선배 스타킹 빨았다" 이 얘긴 나도 대한항공에서  비행할 때 들었는데  아직도 이런 얘기가 돌다니...

국내 항공사에서는 외항사에서 겪지 못했던 시니어리티와 승객들의 언어폭력에 많이 지치면서 기계적으로 비행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이때는 간접 동기가 직접 동기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경력직 승무원이다 보니 더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시니어리티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가끔 호칭에 실수를 하고 외항사에서 일하다 국내로 바로 이직하다 보니 대화하다가 영어가 나와 당황하고 많이 경직된 분위기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서적 압박감이 높아지고 즐거움 동기가 낮아지며 적응성 또한 떨어지게 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회의감이 생기게 됐다. 하지만 이때 직접적인 동기를 찾으며 노력하면서 극복했었어야 했는데 이땐 간접 동기가 워낙 강했던 것 같다.

솔직히 국내 항공사와 외항사가 다른 점이라기보다는 대다수 국내 기업은 입사 연도로 선후배가 정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서로 간의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해준다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외항사에서는 무조건 혼자서 다 알아서 해야 해서 무지막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에서는 '정'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많이 알려주시고 챙겨주시는 선배님들 덕에 조금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6. 외항사와 국내 항공사의 가장 큰 차이점

(외국 승무원과 한국인 승무원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언어다. 외항사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존칭어가 없어서 보다 유연한 분위기에서 일을 하는 반면에 국내 경우는 존칭어 부분과 시니어 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 소통에 있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나이가 아닌 입사 연도로 선후배가 정해지기 때문에 대한항공으로 이직했을 때는 이미 경력직이라도 입사 연도가 늦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적은 선배가 많았다.

7. 비행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한 적 있으신가요?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에미레이트에서 인도 하이데라바드 비행할 때
첫 비행인 동료가 2명이나 있어서 비즈니스에서 일을 마친 후 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를 도와주러 갔다. 그때  기내식 서비스 중이었는데 승객이 무의식이라서 의사 호출을 한 후 자동심장충격기까지 이용했던 응급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동로들의 강한 팀워크와 결단력으로 신속하게 일을 해결해서 골든타임 안에 승객을 살릴 수 있었다.


8. 최악의 승객 vs 최고의 승객
(고객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
최악의 승객
대한항공에서 비행했을 때 승객이 신문을  요청하셔서 드리러 가고 있는데 한 여성고객분이 남편분 정장을 옷장에 걸어달라고 하셔서 먼저 신문 전달한  후 바로 걸어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다시 와서 정장을 걸어드리겠다고 하니 그때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네가 날 무시했다', '너 이름 머냐?' 

'오늘이 너의  마지막 비행이 될 거다!!' 등..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셨지만 옆에 배우자분은 계속 신문만 읽고 계셨다. 보딩 중이라 정말 바쁜 상황이었지만 정중히 사과드리고 비행 중 다시 찾아가서 사과드렸던 기억이 있다.

최고의 승객
1) 에미레이트에서 인천 비행 중이었는데 여성승객이 계속 기침을 하셔서 요청하지 않으셨지만 허니 레몬티를 만들어서 드렸는데 너무 고마워하시며 덕분에 비행을 편하게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한국 오면 꼭 맛있는 식사를 사주고 싶다고 하셨던 승객분

2) 에미레이트 첫 비행이 프랑크푸르트 비행이었는데 앉을 시간 없이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한 승객이 내 이름을 부르며 정말 열심히 즐겁게 일한다며 칭찬편지를 써주며 내릴 때 사무장에게 내 칭찬을 해줬던 승객분 등..

3) 대한항공에서 외국인 부녀가 비즈니스석에 앉아 있었는데 아이가 심심해 보여서 다가가서 말을 걸며 놀아줬더니  그 모습이 이뻐 보이셨는지 아버님이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셨다. 영어공부는 어디서 했는지 물어봐서 두바이에서 비행했다는 얘길 하니 아버님도 두바이에서 호텔에서 근무하셨었다고 지금은 제주도 소재 호텔 총지배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딸과 놀아주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셨다고 칭찬을 해주시면서 호텔에서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하시면서 명함을 주셨다.

4)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비행 때 선교를 하시러 가시는 간호사 승객분을 만나서 기내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에미레이트 빨간 모자를 쓰고 크루들과 사진을 찍어줬는데 고맙다며 편지를 써준 승객분..
내 결혼식 때 와서 축하도 해주셨고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정말 감사한 승객분들이 너무 많다.

9. 최악의 상사 vs 최고의 상사
(직장 내에서의 관계에 대한 질문)
최악의 사무장
정말 바쁜 비행인데 전혀 도와주지 않거나 편견이 있는 사무장.. 비행할 때는 팀워크가 정말 중요한데 리더가 비협조적이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할 때는 같이 일하기 힘든 적이 있었다.

최고의 사무장
신뢰를 기본으로 항상 경청하며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사무장님과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한 고객이 불만 편지를 써서 사무장님께 전해주자 고객의 말만 듣지 않고 담당 승무원과 이일에 관해서 대화 후에 너를 믿는다고 하시며 그 승객의 불만 편지를 찢어버린 적이 있다. 그런 사무장님의 동료에 대한 신뢰를 통해 더 좋은 팀워크가 유지될 수 있었다.

**다음글은   승무원업무특성관련 인터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