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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04. 2024

대체 왜 뛰는 거야?

취미가 뭔가요?


취미가 뭔가요?


"저는 러닝 동호회 멤버들과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마라톤 폴 코스 완주입니다."



모의면접 중이었다. 제자는 달리기 예찬론을 펼쳤다.


"00야!! 달리기 좋다는 거 면접 용이야? 진심이야??"


"니엘쌤, 진짜 레알 진심이에요!! 뛰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번에 아디다스 마이런 10km 참가해요!!"





이때쯤이었다. 책을 볼 때마다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달리기 관련 글이 계속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김연수 작가님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


작가님의 책에서 '달리기'는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덩어리였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 경험의 인간. 그게 바로 러너다.
나는 한 번도 트레이드 밀을 밟은 적이 없다. 내게 달리기는 언제나 이해와 경험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러너는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얻을 수 있는
희망을 향해 달리는 사람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고난과 역경이었다. 특히 체력검사했을 때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진짜 달리기는 오늘 이후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웠다. 그러나 작가님은 어떤 나라를 가던지 날씨에 상관없이 비가 와도 비를 맞고 뛴다는 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작가님에게 달리기는 운동이 아닌 그 이상이었다.


'달리기는 어떤 의미일까??'


그날 하루 종일 제자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뛰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까?'


그래서 마라톤 풀코스 경험 있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물어봤다.


"00야, 나 마라톤 할 수 있을까? 아디다스 마이런 그런 대회 나갈 수 있을까?"


"왜 그래 너?? 네가 갑자기 뛴다고?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접수는 끝났지만 뛸 수는 있는데 한번 해볼래? 대신 그전에 꾸준히 연습해야 돼!!"



친구는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갑자기 마라톤에 나간다고 하니 많이 놀란 눈치였다. 이제야 철이 들었다며 내 결정을 지지해 줬다. 달리기 어플을 보내주면서 하루에 적어도 3km씩은 꾸준히 뛰라고 했다. 대회전까지 달린 후에 매번 친구에게 기록을 캡처해서 보냈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초보 러너를 위한 유용한 책을 읽었다. 효과적인 달리기 훈련법에 대한 정보와 부상의 위험을 최소로 하며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마라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요점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적당히 꾸준히 쉬면서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갑자기 필 받아서 미친 듯이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드디어 2018년 9월 16일 '아디다스 마이런' 대회 날이다. 이런 대회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다. 친구가 첫날이라 러닝메이트로 같이 뛰어주었다.  이렇게 뛰어보니 다음번엔 충분히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km를 뛰고 싶었는데 수업이 있어서 이번에는 5km 뛰었다.


처음인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해졌다. 친구도 예상외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며 10km는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 이제부터는 1km당 7분 안에 뛸 수 있도록 잘 조절하라고 했다. 첫 도전은 나름 성공이었다.



3주 후 10월 4일 손기정 평화마라톤 10km에 참가했다.  목표가 생기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5km을 뛰면서 연습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 집결했다. 집 근처라 익숙해서 그런지 스타트가 좋았다. 운동장을 나와 우리 집 근처를 지나 잠실역 쪽으로 가는 코스였다.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뛰었다. 완주가 목표지 기록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뛰었다.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10km를 가뿐하게 뛰었다. 이렇게 뛰고 나서도 수업을 4시간 연속으로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니 체력이 좋아진 걸 느꼈다..



12월 2일' we are runners' 대회에 니엘아빠와 함께 참가했다. 이 날따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옷을 겹겹이 입었다. 니엘 아빠와 가슴에 '니엘 예나 사랑'을 붙이고 호흡을 맞춰가며 같이 뛰었다. 엄마와 아빠가 이렇게 뛰는 걸 보더니 딸 나엘이도 함께 달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2019년 5월 19일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주최하는 '국제어린이 마라톤'에서 우리 가족 세 명이 4km를 함께 뛰었다. 비가 와서 좀 걱정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있어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2020년도에도  국제어린이 마라톤에 참여한다. 코로나 때문에 함께 뛰는 마라톤이 아니라 가족이 원하는 곳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원하는 시간에 4.2195km를 뛰면 된다. 참가비 전액을 국내외 아동들에게 후원하는 기부 행사이기 때문에 뛰고 나면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이 대화를 위해 니엘이 와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러닝을 하려고 한다.




운동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마라톤 대회를 찾아가며 참가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놀라고 있다. 달리기가 운동 그 이상인 의미를 조금은 알 거 같다. 자연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 주변은 변해가지만 나는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머리에 꽉 차 있었던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이 사라졌다. 계속 앞으로 뛰어가면서 꾸준히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어떤 계획이든, 시작한 것은 반드시 끝낸다.
그렇게 습관을 들이다 보면 역시 나중에는 제 버릇 못 버리고 일단 뛰기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42.195킬로미터도 기어이 완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by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달리기를 하며 나를 알아가고 싶다. 즐기면서 달리고 싶다.

일단 뛰자! 꾸준히 달리면 언젠가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니까.






2020년 9월에 쓴 글이다. 4년이 지난 글이다.  한동안 멀어졌던 나의 브런치스토리... 공저 책인 ' 미니멀라이프로 꿈꾸는 나의 인생'이 이번 연도 2024년 4월에 나왔다. 내 책방에 책을 올리려고 하니 3개월 내에 글수가 5개 이상 올려야 가능하다고 나왔다. 바로 지금 글을 쓸 여력은 없어서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한 글을 블로그에서 읽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블로그에 방치되어 있었다.


지금 난 다시 달리려고 노력 중이다. 달리기보다는 걷기에 가깝지만 그래도 1시간 이상을  트레드 밀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 노래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며 걷는 시간이 감사하다.... 최근에 너무 지치고 힘든 일이 있다 보니 무기력함은 나를 계속 방구석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을 나와 일단 걷기 시작하면 조금씩 숨이 쉬어진다. 맞다... 힘든 일이 있을수록 뭔가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난 다시 이렇게 걷고 달리며 다시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살아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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