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으로 일하는 이상 유니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유니폼을 입는 순간 난 새로운 나로 변신한다. 덤벙거리고 실수하는 내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 책임감을 가지고 밝은 미소로 서비스를 하는 승무원이 된다.
나에게 유니폼은 나를 바꾸는 매직이다.
하지만 유니폼이 족쇄일 경우도 있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승무원은 우리 항공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언행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규에 따라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유니폼 착용 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지침이 있다.
ㅡ 국내외 면세점, 공항 내 쇼핑몰이나 상점 출입 ㅡ 공공장소 이동 중 전화사용 ㅡ 커피 등 음료수 들고 다니며 마시는 행위 ㅡ 이동 중 전화, 문자, 인터넷 사용 등
내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했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승무원이 칼리무진 안에서 매니큐어를 칠했는데 그걸 보고 버스에 탄 승객이 승무원의 이런 행동 때문에 냄새가 나서 불쾌했다고 고객의 소리에 글을 써서 그다음 날 공지가 바로 나왔다. "버스 안에서 매니큐어 금지 "
기내가 아니라 버스인데도 우리는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다. 버스이건 비행기이건 공항이건 어디든 상관없다. 유니폼을 입었으면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유니폼을 입으면 족쇄를 찬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자유는 1도 없다.
내가 비행했을 때보다 규제가 더 강화됐다.
난 유니폼 입고 전화도 했었고 커피도 마셨었다.
게다가 사무장님께서 면세점에서 쇼핑할 시간을 주시곤 하셨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안된다고 한다. 이것도 고객의 컴플레인 때문이라고 들었다.
고객이 선글라스를 너무 구매하고 싶었는데 그 주변에 승무원들이 많아서 구경할 수 없어서 사지도 못하고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 내용이었고 이 또한 바로 승무원들에게 지침이 내려졌다."승무원 면세점 출입금지"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승무원 준비생들에게는 유니폼은 승무원이 되고 싶은 동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승무원이 되고 나면 비행이 아니면 절대 유니폼은 보기도 싫어진다는 사실이 슬프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음... 나는 유니폼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승무원을 하고 싶었던 오직 한 가지 이유는 외국에서 사는 거였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다면 어떤 유니폼이든 감사하며 입을 수 있었다.
내가 근무했을 때 에미레이트 유니폼은 실용성이 강조되고 치마와 바지를 선택해서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
대신 디자인이 이쁘지는 않았다. 바지가 배바지라서 정말 날씬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 뚱뚱하게 보여서 치마를 선호하는 크루도 많았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해서 바지만 입었다. 특히 우리 항공사 유니폼은 빨간 모자가 꽃이기 때문에 이 모자가 없으면 정말 작업복 같았다.
그리고 살이 좀 쪄도 유니폼 핏에 별 변화를 느낄 수가 없어서 이때는 그렇게 다이어트에 집착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내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느꼈을 때는 바지 벨트를 하니 답답하게 느껴져서 살을 빼지 않으면 벨트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였다. 게다가 에미레이트는 픽업 버스가 기숙사에서 브리핑 센터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에 크루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브리핑이 끝난 후 공항으로 가지 않고 바로 비행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승객을 기내에서 처음 만난다.
하지만 대한항공 유니폼은 살이 조금만 쪄도 옷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져서 다이어트가 생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바지와 치마 두 가지 다 스판 재질이 있어서 늘어나긴 하지만 몸에 좀 붙게 입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편하진 않았다. 실용성보다는 이미지가 중요한 유니폼이었다.
색깔도 아이보리 색깔이라서 서비스하다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바로 티가 나서 스테인 리무버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또한, 대한항공은 각자 유니폼을 입고 회사로 출근하기 때문에 버스 안이나 전철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고 이런 점 때문에 본인 차로 이동하시는 승무원분들도 물론 있다. 그리고 브리핑 후에도 공항을 통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면세점을 이용금지 등 승무원이 유니폼을 입었을 경우 다양한 지침이 생긴 것 같다.
지금 다시 비행한다면 나에게 유니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6년간 유니폼을 입고 비행한 시간들이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나에게 유니폼은 의미가 정말 너무 크다.
난 결혼사진을 찍을 때도 두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찍었다.그래서 가끔 사진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하다...
"난 어떤 마음으로 비행을 했을까?"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그때는 참 애증의 유니폼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비행했던 때가 그리운 거 보면 그런 시간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