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Mar 20. 2020

슬기로운 승무원 생활

이것만은 꼭 지키자!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승무원이 됐다.

하지만 6년 동안 비행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여전히 비행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지만 슬기롭게 승무원 생활을 했었다면 더 오랜 시간 비행을 즐겼을 것 같다.


그래서 합격한 제자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한다.


승무원들이 왜 오랜기간 동안 비행을 못하는 거 같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야!! 지금은 20대라  충분히 건강하기 때문에 걱정 안 되겠지만 비행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들 잘 때 우리는 비행하고 또 비행 가면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올 때도 많거든!! 비행 오래오래 하고 싶으면 어디서든 잘 자는 적응력과 체력이 정말로 중요하단다!!!!


슬기로운 승무원 생활을 하기 위해선  이것만은  꼭 지키자!!


1. 절대 체력

무조건 체력이다!! 승무원은 체이 재산이다!!

꾸준한 운동 환경 설정 (요가나 필라테스 또는  등록)  => 투자를 해야 더 하고 싶어 진다.

  레이오버 가서 수영  또는  운동

ㅡ  운동 메이 만들기( 같이하며  동기부여)


체력의 중요성을 솔직히 비행 초창기에는 느끼지 못했다. 에미레이트 경우 숙소에 짐(GYM)과 수영장도 있고 사우나까지 구비되어있다. 하지만 난 몇 번을 이용했는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성을 주기 위해 숙소 근처  에미레이트 크루 할인이 되는 짐에 GX(그룹운동)를 20회를 결제했다. 혼자 하면 안 할 거 같아서 친한 선배를 설득해서 같이 했다. 그나마 선배와 함께 해서 3개월에 20회를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재등록을 하지 않은 게 함정이다...


이  게으름.... 비행 다녀오면 먹고 바로 수면...

그냥 자야 되는데 배가 고프니 폭식 후 수면한다...

점점 벨트가 짧게 느껴졌다... 숨을  쉬기 힘들다..

살을  빼거나 바지사이즈를  바꿔야 할 듯하다.


레이오버를 가면 난 바로 구경하러 나가거나 잠을 자는데 다른 크루들은 수영장을 가거나 짐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난 비행 6년을 통틀어 운동을 한건 딱 한 번 

멜버른에서  했다. 4일간 그곳에 체류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너무너무 심심해서  내려갔다가 트레이드밀에서 조금 뛰고 온 게 다다. 그런데 다른 크루들은 짐이나 수영장을 집처럼 아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그 좋은 호텔 수영장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수영복 입는 것도 귀찮고 수영도  좋아하지 않았다.

 정도로 체력에 관심이 없었고  잘 먹고 잘 지내면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1박 12일 두바이 싱가포르 멜버른 오클랜드 써틀 장거리 비행을 다녀오니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운동은 정말  너무 하기가 싫었다. 운동을 멀리 하면 할수록 체력은 갈수록 약해져 갔다.


2. 수면

ㅡ  비행 전 무조건  조금이라도  꼭  자기

ㅡ  수면의 질 올리기


에미레이트는 새벽비행이 많아서 초저녁에 잠을 자야 되는데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간 적이 있다. 이때는 정말  졸림과의 싸움이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너무 무겁다..

점프씻( 도어 옆의 승무원 좌석)에 앉아있는데 눈뜨고 있는 게 너무 괴롭다.. 게다가  승객 분과 마주 앉는 좌석이다. 미소 지으며 ' 나 조는 거 아니에요. 눈뜨고 있는 거 맞아요.'라고 말하는 듯 큰 눈을 꿈벅꿈벅한다.

서로 어색하다.. '아..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아까 마신 커피가 효력이 전혀 없네.. 다음엔 두 잔  마셔야겠다....' 후회를 하자마자 감사하게도  기장님의 방송이 들린다.  이렇게 바쁘게 서비스를 하다 보면  다시 아주 쌩쌩해진다. 비행 후 또 쉬지 않고 신나게 나가서 구경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도 낮이라  잠이 안 온다. 그냥 저녁까지 버틴다. 그러다 보면 24시간을 눈뜨고 있다. 이렇게 수면 패턴이 망가지다 보니  소화도 안되고 갈수록 더 피곤해졌다.


3. 자기만의 취미 만들기

ㅡ  배우고 싶은 거 바로  시작하기(자기 계발과  성장)

ㅡ 다양한  것들  경험하기 (악기/그림/외국어 등)


승무원은 오프 시간 때 뭐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특별한 게 없다. 내 우엔 선배들과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며 그 시간을 보내거나  그냥 방콕 하며  푹  쉬었다. 나름 스트레스도 해소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자기 발전은 없다. 그러던 중 선배가 클라리넷을 배우는데 재밌다고 해서 나도 강사님을 만나서 상담받고 바로 클라리넷을 샀다. 오프 때 클라리넷 레슨을 받으며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지만 강사님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시면서 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른  강사님을  찾고  계속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의지력이 부족했다.


한 후배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기도 하고  2외국어를 배우는 동료들도 많았다. 두바이  거주했을 때  아랍어를 좀 배워두면  좋았을  텐데  난 4년 동안 비행하며  다섯 단어로 소통했다.

이 5 단어면 대부분  해결이 돼서 굳이  배울 생각을 안 했고  게다가  너무  어럽게 느껴져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난 이 나라를 떠날 거니까.... 이런  핑계를  대며...


이때 제대로 아랍어를 배웠더라면 나만의  무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나 보다. 그때   배워 둘걸...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면  슬기롭게 승무원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해서 후회되는 것들이라 후배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길 바란다.

지금 다시 비행할 수 있다면 전보다는  슬기롭게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비행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승무원이 된 후 변한 입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