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6년 동안 비행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여전히 비행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지만 슬기롭게 승무원 생활을 했었다면더 오랜 시간 비행을 즐겼을 것 같다.
그래서 합격한 제자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한다.
승무원들이 왜 오랜기간 동안 비행을 못하는 거 같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야!! 지금은 20대라 충분히 건강하기 때문에 걱정 안 되겠지만 비행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들 잘 때 우리는 비행하고 또 비행 가면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올 때도 많거든!! 비행 오래오래 하고 싶으면 어디서든 잘 자는 적응력과 체력이 정말로 중요하단다!!!!
슬기로운 승무원 생활을하기 위해선 이것만은 꼭 지키자!!
1. 절대 체력
ㅡ 무조건 체력이다!! 승무원은 체력이 재산이다!!
ㅡ 꾸준한 운동 환경 설정(요가나 필라테스 또는 짐등록)=> 투자를 해야 더 하고 싶어 진다.
ㅡ레이오버 가서 수영 또는 운동
ㅡ 운동 메이트만들기(같이하며 동기부여)
체력의 중요성을 솔직히 비행초창기에는 느끼지 못했다. 에미레이트 경우 숙소에 짐(GYM)과 수영장도 있고 사우나까지 구비되어있다. 하지만 난 몇 번을 이용했는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성을 주기 위해 숙소 근처 에미레이트 크루 할인이 되는 짐에 GX(그룹운동)를 20회를 결제했다. 혼자 하면 안 할 거 같아서 친한 선배를 설득해서 같이 했다. 그나마 선배와 함께 해서 3개월에 20회를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재등록을 하지 않은 게 함정이다...
이 게으름.... 비행다녀오면 먹고 바로 수면...
그냥 자야되는데 배가 고프니 폭식 후 수면한다...
점점 벨트가 짧게 느껴졌다... 숨을 쉬기 힘들다..
살을 빼거나 바지사이즈를 바꿔야 할 듯하다.
레이오버를 가면 난 바로 구경하러 나가거나 잠을 자는데 다른 크루들은 수영장을 가거나 짐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난 비행 6년을 통틀어 운동을 한건 딱 한 번
멜버른에서 했다. 4일간 그곳에 체류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너무너무 심심해서 내려갔다가 트레이드밀에서 조금 뛰고 온 게 다다. 그런데 다른 크루들은 짐이나 수영장을 집처럼 아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그좋은 호텔 수영장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수영복 입는 것도 귀찮고 수영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정도로 체력에 관심이 없었고 잘 먹고 잘지내면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1박 12일 두바이 싱가포르 멜버른 오클랜드 써틀 장거리 비행을 다녀오니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운동은 정말 너무 하기가 싫었다. 운동을 멀리 하면 할수록 내 체력은 갈수록 약해져 갔다.
2. 수면
ㅡ 비행 전 무조건 조금이라도 꼭 자기
ㅡ 수면의 질 올리기
에미레이트는 새벽비행이 많아서 초저녁에 잠을 자야 되는데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간 적이 있다. 이때는 정말 졸림과의 싸움이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너무 무겁다..
점프씻( 도어 옆의 승무원 좌석)에 앉아있는데 눈뜨고 있는 게 너무 괴롭다.. 게다가 승객 분과 마주 앉는 좌석이다. 미소 지으며' 나 조는 거 아니에요. 눈뜨고 있는 거 맞아요.'라고 말하는 듯 큰 눈을 꿈벅꿈벅한다.
서로 어색하다.. '아..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아까 마신 커피가 효력이 전혀 없네.. 다음엔 두 잔 마셔야겠다....' 후회를 하자마자 감사하게도 기장님의 방송이들린다.이렇게 바쁘게 서비스를 하다 보면 다시 아주 쌩쌩해진다. 비행후 또 쉬지 않고 신나게 나가서 구경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직도 낮이라 잠이 안 온다. 그냥 저녁까지 버틴다. 그러다 보면 24시간을 눈뜨고 있다. 이렇게 수면 패턴이 망가지다 보니 소화도 안되고 갈수록 더 피곤해졌다.
3. 자기만의 취미 만들기
ㅡ 배우고 싶은 거 바로 시작하기(자기 계발과 성장)
ㅡ 다양한 것들 경험하기 (악기/그림/외국어 등)
승무원은 오프 시간 때 뭐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특별한 게 없다. 내경우엔 선배들과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며 그 시간을 보내거나 그냥 방콕 하며 푹 쉬었다. 나름 스트레스도 해소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자기 발전은 없다. 그러던중 선배가 클라리넷을 배우는데 재밌다고 해서 나도 강사님을 만나서 상담받고 바로 클라리넷을 샀다. 오프 때 클라리넷 레슨을 받으며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지만강사님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시면서 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른 강사님을 찾고 계속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의지력이 부족했다.
한 후배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관련 자격증을 공부하기도하고 제2외국어를 배우는 동료들도 많았다. 두바이 거주했을 때 아랍어를 좀 배워두면 좋았을 텐데 난 4년 동안 비행하며다섯 단어로 소통했다.
이 5 단어면 대부분 해결이 돼서 굳이 배울 생각을 안 했고 게다가 너무 어럽게 느껴져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난 이 나라를 떠날 거니까.... 이런 핑계를 대며...
이때 제대로 아랍어를 배웠더라면 나만의 무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나 보다. 그때좀 배워둘걸...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면 슬기롭게 승무원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해서 후회되는 것들이라 후배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길 바란다.
지금 다시 비행할 수 있다면 전보다는 슬기롭게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비행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