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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Feb 06. 2019

스마트폰, 나의 절대반지



  『반지의 제왕』에는 신비한 반지가 나온다. 일명 ‘절대반지’라 불리는 그 반지는 손가락에 끼면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 거대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반지는 그것을 가진 사람의 내면을 파괴해가지만, 그는 반지의 매력에 사로잡혀 절대 그것을 버릴 수 없게 된다. 반지에 사로잡혀 망가진 대표적인 인물로 골룸이 있는데, 그는 원래 정상적인 사람이었지만 반지를 가지기 위해 친구를 죽이고 오백 년 동안 반지의 힘이 자신을 갉아먹도록 그것을 지녔다. 반지를 가리켜 ‘My precious’라고 하는 그의 대사는 유명하다. 반지와 자신을 가리켜 ‘우리’라고 부를 정도로 반지에 사로잡힌 골룸은 반지를 빼앗기자 사력을 다해 되찾으려 한다. 


  나는 그런 골룸과 반지를 보며 자신을 망가뜨리는 물건에 어떻게 그토록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 같았으면 그냥 버려 버릴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판타지 작품이기에 반지에 깃든 마력 때문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이 현실에서도, 나는 골룸과 같은 존재였고, 나의 반지도 있었다. 내 반지는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가지기 이전에 나는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아이였다. 새로운 책을 보고,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고, 똥을 눌 때도 책을 읽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악기도 배우며 많은 것들을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란 것을 얻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스마트폰을 보며 신기해했던 나는 내 스마트폰이 생기자 신이 났다. 그전까지와 달리 기기 하나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게임, 촬영, 채팅, 인터넷, SNS, 그렇게 스마트폰은 내 시간을 장악해 나갔고 중학교 때 책을 거의 안 읽은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시간을 정말로 허비한 것 같아 몹시 아쉽다.


  지금은 다시 책을 읽게 되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엄청나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가진 사람은 반지에 의해 망가지면서도 반지를 내려놓지 못한다. 나도 똑같았다. 스마트폰은 나를 망가뜨리고 있지만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기 전 불을 끄고 폰을 하다 자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지 못한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동굴 속에서 해골 같은 모습으로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My precious’를 중얼거리고 있는 골룸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달은 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반지를 버리지 못한 골룸처럼 여전히 하루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있다. 오히려 대학을 오면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고, 페이스북을 시작하면서 거의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폰을 주머니에 넣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시 주머니에 손이 가는 내 모습도.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폰을 너무 많이 한다고 엄마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 화를 내면서 중독이라고 할 땐 발끈해서 아니라고 반박했다. 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없다. 난 스마트폰 중독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중간에도 폰을 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마트폰을 하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던 시간을 더 알차게 썼다면, 눈앞의 쉽고 가까운 즐거움에 굴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살아온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욱 나은 나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낭비한 시간에 대한 낭비는 더 큰 시간 낭비라고. 당장 반지를 벗어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골룸 꼴이 나지 않으려면, 벗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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