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나는 중견기업 인사팀의 8년차 채용담당자이다. 연간 수백건의 채용을 진행하며 많은 대학생들과 신입사원들을 만나고 면담을 했다. 이 글은 어떤 정보제공을 위한 글은 아니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나도 학교다닐 때,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미리 생각했더라면 아쉬운 마음에 적어보았다.
어쩌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취업에 대해 정말 준비가 1도 안되어 있어 취업이 아직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대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
본인의 주특기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공을 100%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전공과목이 크게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
나는 심리학 전공을 하고 HR 업무를 하지만, 내 동료들 중에는 공학전공자부터 교육학전공자까지 많은 전공이 있다. 주특기를 알라는 것은 단순히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취업박람회에 가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제 전공으로 그 회사에서 무슨 업무를 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을 하거나, 더 황당한 경우 우리회사 채용부스에 와서 "뭐 하는 회사에요?" 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악의를 가지고 질문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저런 질문을 받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채용박람회만큼 각 회사의 채용담당자와 1대1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흔하지 않다. 채용담당자가 권력을 가진 "갑" 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자리만큼 진짜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궁금한 점, 지원하고 싶은 직무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꼭 본인 전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면서 관심분야를 넓혀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산업군에서 일하고 싶은지 많이 고민해본 학생들은 면담부스에 와서 하는 질문자체가 다르다. 질문자체도 깊이가 있고, 정말 이 산업군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어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리 많이 고민을 한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고, 그만큼 남들보다 더 빠르게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신입사원으로 입학한 대졸 신입사원이라도 취업 전 본인이 얼마나 이 직무에 열의를 가지고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적응을 하고 성과를 내는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회사는 많고, 할 수 있는 직무는 더 많다.
몇 일전 영어선생님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중학생이 있는데 학생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고, 부모는 그림에 소질이 없으니 수학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강요해 갈등이 있다는 것. 학부모의 요청에 영어선생님이 학생과 이야기를 해 보니 아이는 꼭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나중에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게임회사에 게임 디자이너만 있는 것은 아닌데, 학생들이 알리가 없다는 것을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 고등학교때부터 여러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아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얼마나 많은 회사가 있고, 그 안에 다양한 직무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공부를 하면 좋겠다.
보통의 대학생들은 그룹사 공채나 유명한 IT 기업들,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만 취업을 해야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알짜 중견기업이나 외자사도 많다. 또 각 기업들 안에는 영업/마케팅, 경영지원 등 많은 대학생들이 알고 있는 직무 외에 수십 많게는 수백개의 직무가 존재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영업/마케팅이라는 큰 직무 안에 실제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직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장단기 목표를 수립하고 관리하는 sales effectiveness 관련 직무 (일반적으로 영업기획이라고 하기도 한다.)도 있고, 영업부서를 지원하는 관리부서도 있다. 또한 물류 재고를 관리하는 부서, 수출입 통관을 담당하는 무역관련 부서, 회사 제품의 license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인사교육을 담당하는 HR, 회사 PR 전반을 담당하는 홍보부서 등등 일일히 나열할 수 없는 많은 직무가 있다. 이런 직무는 산업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부서 및 직무는 유사하다. 이렇게 다양한 회사와 직무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취업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 어떤 부서는 지원자가 없어서 지원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나도 채용담당을 할 때 특정 부서는 구인자체가 힘들어서 고생을 한 기억이 많다.
(대부분의 회사는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조직도나 주요직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도 각 회사의 조직도는 검색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시대이니 필요한 정보는 약간의 게으름을 극복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기본은 언제나 중요하다.
사실 학생들이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는 "토익 성적이 좋아야 하나요?" "학점 컷트라인이 몇 점인가요?" 등 성적에 관련된 것들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직무별 영어성적 기준은 정해져 있었지만, 학점은 특정 점수 기준으로 일괄 탈락시키지는 않았다. 학생들과 면담을 할 때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주면서 늘 "사실 성적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라며 조심스레 덧붙였다. 같은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자라면, 특히 경력이 없는 신입의 경우 그들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생활을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좋은 학점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고성과자의 track을 밟는 것은 아니다. (흔히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다르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일단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려면 첫 번째로 통과해야하는 서류전형 및 면접전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류상 나타나는 점수나 활동내용등을 참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학창시절 학점관리를 하고, 전공공부(혹은 관심분야 공부)를 하고, 관심있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얘기 모르는 사람도 있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아주 기본적인 것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도대체 내가 왜 취업이 안되는거야?"라고 생각을 한다.
덧붙여, 가끔 학생들이 고시준비나 전문대학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발생한 공백기간을 걱정하여 문의를 한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는 설령 결과가 불합격으로 끝났어도, 어떤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 기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물론 그 기간에 공부한 것이 실제 취업 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학창시절을 성실하게 보내는 것이 나중에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성실하게 보낸다는게 꼭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림이나 음악 등 예체능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유투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학창시절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그냥 그런 보통의 학생이었다. 내가 취업할 때만 해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좋았고, 또 운 좋게 사람을 뽑는 회사도 많았어서 원하던 직무에 취업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취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더 없어진다. 진짜 사회인이 되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 나중에 후회를 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HR에서 8년을 근무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다.
하지만, 내가 일하면서 느낀 이런 저런 소소한 정보를 향후 브런치에서 종종 공유해볼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내 커리어와 회사에 대해 되돌아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