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요리 Nov 24. 2021

결혼 5주년

부부에서 부모가 된 우리의 결혼 5주년

초보 육아맘으로 맞이한 결혼 5주년.

살아온 만큼만 더 살면 10주년이구나 생각하니 세월이 참 빠르다.

우리는 그때 뭘 안다고 29살, 31살에 결혼을 했을까?

"우리는 결혼하고 한 번도 안 싸웠어요!"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5년간 잘 살았다.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는 과정들은 끊임없는 이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나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사는 일은 일주일에 서너 번 가장 예쁜 모습으로 꾸미고, 좋은 곳에서 재미있는 일을 하는 데이트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24시간 지내다 보면 사소한 생활습관의 차이도 큰 싸움이 된다는 걸 결혼하신 분들은 다 알거다.


왜 입고 온 옷을 있던 자리에 둘 수 없는지, 장롱문은 왜 열어두는지, 먹고 난 아이스크림 스틱을 왜 개수대 옆에 두는지 등등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행동은 나의 폭풍 잔소리를 부르고, 남편의 짜증을 유발했다. 물론 지금도 남편은 (강도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으나)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나를 열 받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정돈되지 않은 옷가지나 수건들이 남편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거슬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가급적,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잔소리하지 말자. 그러려니 하자."로 내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그래도 가끔... 난 짜증이 나고 화도 난다. ^^:;


물론 남편도 나에 대한 불만이 있을 텐데...

하나를 사도 좋은 걸 사고, 여기저기 비교해보고 사는 남편과 다르게, 나는 일단 배송이 빠르거나, 구매가 쉬운 곳에서 사는 걸 추구했던지라 소비패턴이 조금 달랐었다. 신혼초에는 남편이 가끔 잔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바빠지고 집안일에 신경을 전혀 못 쓰면서부터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별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나도 나이가 들면서 소비패턴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


위에 나열한 이슈들 외에도 소소하게 부딪힐 일은 많다.

향기에 민감한 남편은 무향 섬유유연제만 선호하고, 내가 사다 놓은 디퓨저 향을 싫어하기도 하고, 다른 곳은 다 잘 치우면서 냉장고 안에 식료품 관리는 미숙한 나를 남편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육아에 주체의식이 없는 남편의 모습에 속에서 열불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부성애는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고, 남편도 아이가 커가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큰 갈등 없이 극복해 나가고 중이다.


나는  콩알만  아기   건사하는 것도 부담감이 밀려오는데, 수십 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사업을 하는 남편이 얼마나 버거울까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본인이 평일에 육아를   없으니, 아이를 함께 돌볼 시터 이모님 고용을 먼저 제안해  점도 초보 엄마로서는 고마운 마음이다. 주말에 하루는  육아를 같이 해주려고 일정을 맞춰주는 것도 나는  기쁨이다. 지금 남편 회사 상황에서는  정도까지가 일단은 최선인 것을 알기에,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걸로!


상대방을 좋은 마음으로 일단은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남편을 좋아하고 남편도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남편 생각은 들어봐야 한다. 여보? ) 나는 여전히 남편이 참 좋다. 같이 보내는 시간도 재미있고, 그냥 보고 있으면 웃기고, 철없는 행동을 해도 (어이가 없긴 해도) 그냥 귀여워 보인다. 그리고 내가 뭔가 해 줬을 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 천생연분인가?


여기저기 집안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고, 어~엄청 가정적인 남편들과 계속 비교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그리고 막상 나도 남편이 너무 집에 있는다고 생각하면 답답할 거 같기도 하다.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남편 각각이 가진 성향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무던하고 약간은 둔한 내 성향이 예민하지만 추진력 있는 남편의 성향과 잘 맞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도 아내 말에 꼼짝 못 하는 공처가 스타일의 남편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막상 나랑 잘 맞을지? 생각하면 자신 있게 "YES"라는 답은 할 수 없다.


정해진 규칙과 누군가의 리드에 따라서 사는 걸 좋아하는 나를 내가 너무 잘 알고,

힘든 남편을 보면 측은하고, 같이 조금만 시간을 보낼 수 있어도 행복하고,

귀염둥이 딸과 함께할 우리의 5년 후, 10년 후가 너무너무 기대가 되니

지금 우리가 딱 좋다!


작가의 이전글 알아서 잘 자라는 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