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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Dec 09. 2022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

엄마는 프라이버시는 어디로…

자유시간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할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기, 시간 구애받지 않고 저녁 외출하기, 자유롭게 여행하기 등등 정말 많은데, 그중 가장 간절한 것은 여유 있는 샤워시간이다. 뜨거운 물에 가만히 서서 멍 때리며 샤워하고 천천히 머리도 말리고, 로션도 바르고 싶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로션 바르고 오일도 발라주고 해야 하는데... 나에겐 그 10분의 시간이 없다 ^^


출근을 위해 7시 반에 집을 나서는데, 준비하려면 6시 반쯤 일어나야 한다. 아이가 내가 다 씻고 나온 후 일어나면 상관없지만 (물론 그래도 후다닥 씻느라 여유는 없다) 5시부터 6시 반 사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아이 때문에 늘 아침 샤워시간은 아이와 함께이다. (남편은 뭐하냐 물어보신다면... 남편은 7시 반부터 이모님 출근하실 때까지 육아담당입니다..ㅎㅎ 퇴근을 11시~12시에 하기 때문에 일찍 깨우지 않아요)

나를 지켜보는 우리집 상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화장실 문은 없다. 문을 열어두고 문 앞에 미키 의자와 아이가 먹을 과일과 빵을 가져다 두고 "엄마 샤워하는 거 봐~!!" 라며, 마치 우리가 무슨 모험을 하러 떠나는 것처럼 신나게 아이를 꼬신다. 문을 열어두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서 샴푸를 하며 틈틈이 까꿍놀이도 해주고, 물이 흥건한 욕실 안에 아이가 들어오려는 걸 못 들어오게 저지하고, 로션 바르면서는 한계에 다다른 아이를 "엄마 다했어~ 얼른 나갈게!!" 라며 어르고 달랜다. 내가 린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마치고 나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샤워만 했는데 이미 지쳐버림...ㅎㅎ


머리를 말리고 간단한 화장을 하는 동안에도, 내 파우치를 열어 이것저것 만지고 다 열어보는 딸을 수시로 관찰하면서 정신없이 준비를 한다. 닥치는 대로 다 열어대는 통에 정신이 쏙 빠진다. 한 겨울에도 땀을 삐질 흘리며 겨우겨우 준비를 마쳐야 아이와 본격 놀아줄 수 있다.


아이가 없을 때 친구들이 아이를 안고 화장실을 갔다는 얘기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문을 열고 샤워를 하다니... ㅎㅎ 아이와 둘이 있을 때 화장실을 가려면 문을 열어두고 아이가 어딘가에 한눈을 판 사이 후다닥 다녀와야 한다. 그나마도 내가 사라지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콩콩콩 뛰어서 화장실 앞으로 온다. ^^ 이런 사랑스럽고 귀찮은 존재여... ㅎㅎ


아이가 없다면? 이런 가정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ㅠ하루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맘껏 누워서 뭉개고 저녁에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도 가고 이런 것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편~하게 한번 씻어봤으면… 반신욕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여유 있는 샤워시간... 당연한 게 아니었다!


왜 엄마에게 10분의 자유시간도 주지 않는 거니!!! 싶다가도 너에겐 내가 이 세상 전부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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