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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Dec 16. 2022

왜 남편은 매일 안경과 지갑을 찾을까?

이해는 못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MBTI의 열성팬은 아니지만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마감기한을 철저히 지킨다, 뒤에서 묵묵히 한다, 기존 질서를 지킨다 등등의 항목)

며칠 전 대학 친구들을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났는데, 우리 네 명이 모두 ISFJ 아니면 ESFJ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의 MBTI 결과, 십수년째 같은 결과


같은 유형이라도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우리들만 보더라도 대체로 J의 유형의 사람들은 예측되지 않은 상황을 싫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뭐든지 미리미리 한다. 시간 약속에 절대 늦지 않으며, 일상생활에 있어 대체로 계획되고 정돈된 생활을 해서 물건을 잃어버린다거나 물건을 찾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들은 대부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편들과 살고 있었다. (P형이거나 나의 남편처럼 J형이나 P의 성향을 많이 가진 ^^)

안경 찾기, 지갑 찾기, 약속 늦기 등등등 외출할 때나 어떤 task를 수행할 때의 모습이 놀랍게도 똑같았다.

서로가 나만 이런 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나무위키 이미지

남편은 일과 공부에 대해서는 철저한 J형인데, 일과 공부에 모든 목적, 계획, 절차의 에너지를 쏟아버린 나머지 그 외에는 굉장히 유연한 생활을 한다. 물건을 찾거나 잃어버리는 건 놀랍지도 않은 일, 남편에게 우산이나 장갑을 줄 때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심지어 예전에는 언니와 제주도 여행을 간 나에게 전화해서, 본인의 지갑의 행방을 묻는 아주 기상천외한 일도 있었다. 열차 출발 20분 전에는 도착해서 여유 있게 기다려야 하는 나지만, 남편은 헐레벌떡 뛰어서 타도 놓치지 않으면 된 거 아닌가? 생각하는 주의이다.  이런 성향은 타고난 기질인지라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는 않고 싸움만 되는 것 같다.


우리도 많은 갈등이 있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 몇 가지 기질에 대해서는 열심히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1. 어질러진 것을 바로바로 치우지 않는 것

- 뭔가 잔소리가 나오려고 할 때 한 박자 기다리며 참아보려 한다. 그 잠깐을 이겨내면 내 눈은 피곤해도 싸우지 않을 수 있다. 남편은 물건이 어질러진 것을 치우지 않는 게 아니고, 어질러진 게 눈에 안 들어오거나 눈에 들어오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혹은 어질러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 시간을 빠듯하게 다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 일단 남편과 여행 다니면서 비행기나 열차를 놓쳐본 적은 없으니 그걸로 1차 위안

- 약속시간/열차시간을 무조건 30분 앞당겨서 말해준다. 어차피 열차표나 비행기표도 계획형인 내가 예매하기 때문에 알게 뭐야? 30분 앞당겨서 말해주면 그 시간에 맞춰 준비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조금은 미리 도착할 수 있다.


3. 매일매일 찾는 물건들

- 대표적으로 안경, 지갑이다. 항상 출근하기 전 꼭 거쳐가는 식탁 위에 가져다 놔둔다.

- 마스크는 현관문 옆에 걸어둔다.

- 장갑은 패딩 위에 올려두고, 패딩은 매번 찾지 않게 그냥 남편이 걸어둔 식탁의자에 그대로 둔다. (너무 싫지만..^^)


사실 피곤할 때가 많고, 나도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외출할 때 애도 챙겨야 하는데 남편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 유형인 남편과 사는 것이 즐거운 점도 많았다.  특히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곳을 갔을 때, 즉흥적으로 남편이 검색해서 찾아갔던 곳들, 먹었던 음식들은 거의 100이면 100 다 좋았었다.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을 두려워하는 나에게는 어쩌면 꼭 필요한 파트너이지 않나?

이때도 간신히 기차탔던 기억 (@부산)



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그의 "내 안경 어딨지?"는 당최 적응이 안 된다... (제발 제 자리에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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