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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한 달 차 소회

꼬꼬마 팀장의 고군분투 성장기

by 지요리

팀장 임명이 된 지 한 달이 되었다.

하루 종일 이 미팅 저 미팅 들어가고, 업무의 특성상 채용 면접도 많다 보니 면접도 보고 '일 좀 해 볼까' 하고 자리에 앉으면 5시가 되는 날이 늘어나고, 내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일들, 내 결재를 기다리는 일들이 자꾸만 쌓여간다. 걱정했던 것처럼 부담스러운 상황도, 복잡한 상황도 많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꾸역꾸역 잘 버텨 나가고 있다.


타고난 성향상 대세에 따르는 결정을 선호하고, 리더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팀장이 되고 나니 무작정 따르는 것도 그렇다고 하염없이 팀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 한 회사의 직원이라면 특별히 불합리하거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라면 경영진 의사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사건건 회사의 의사결정에 반대를 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구성원들은 내 생각보다 많았고, 이런 의견 조율이나 이슈를 해결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온다.


더 어려운 것은 나의 직속 리더와 나의 팀원들 사이에서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인데, 설사 내 의견은 리더와 같더라도 무작정 '시키니까 그냥 하시죠!'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팀원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 많다. 팀원들의 의견을 적절하게 피력하되 리더의 뜻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 선을 찾는 것이 나의 주요 미션 중 하나이다. 뭔가 새로운 업무가 밀고 들어오는데 덥석 물면 팀원들이 부담스러울 것 같고 또 무턱대고 거절하자니 명분이 없다. 일단 '하하... 네 일단 괜찮을 거 같은데 생각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정도로 시간을 벌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식으로 일단은 대응을 하고 있는데,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닌 거 같다.


속한 조직의 특성상 company side에서 회사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나 역시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회사의 편에 서서 생각을 하려고 한다. 나는 특히 리더는 company side에 서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중심을 잘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심을 잡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왜요?'라는 질문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대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쳐야 하고 개선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뭔가 '왜'라는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이걸 내가 왜 하지? 이건 왜 해야 하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쟤는 왜 저러지??" 등등...

'왜?'라는 생각을 안 하면, 살면서 크게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필요한 순간에 일의 배경이나 목적 등을 적절하게 잘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그렇게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일의 배경이나 목적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 모든 일 하나하나 '저는 일의 배경이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어요.' 라거나 그런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수행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할 수 없다거나, 뭔가 급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건 누가 결정한 거죠? 결정의 배경이 뭐죠?'라고 물어보는 경우에는 곤란하기도 하고 마감 기한이 임박한 순간에는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라는 꼰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이 정답도 아니고, 사실 그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지금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고 알려주고 소통하는 수밖에. 도 마음의 그릇을 열심히 키우자.


작고 귀여운 팀의 팀장도 이렇게 힘든데 큰 조직의 리더, 임원, 대표는 얼마나 힘들지... 회사 모든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이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사진은 요즘 내가 좋아하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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