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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되었다

왜 저한테 이런 걸 시키세요...

by 지요리

지금 다니는 회사에 24년 6월에 이직을 했으니 이제 7개월 차.

속해있던 팀이 나눠지면서 분리된 팀의 팀장이 되었다.

사전에 나에게 따로 말해주지 않고, 팀 미팅 시간에 '팀이 분리될 건데 팀장은 xxx가 해 주셨으면 해요' 통보를 하셔서 조금 당혹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오해를 할 수 있어 첨언하자면 지금 나의 직속상사는 매우 좋은 분이다. 직장 생활 11년 차에 정말 마음으로 존경하는 분을 만났다.)

어쨌든...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회사의 특성상 팀장급은 대부분 30대 (간혹 20대도 있다)이고,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그 순간이 빨리 왔다.

이제 팀장 발령 나고 근무한 지 2주 차인데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팀장 승진해서 너무 좋아요!!!" 이런 생각은 사실 하나도 들지 않았고,

정말 여러 가지 걱정들이 밀려들었고, 지금도 하루하루 새로운 퀘스트를 깨고 있는 중이다.


나를 걱정하게 하는 많은 이슈들과, 내가 꼭 해결하고 싶은 여러 이슈들을 잘 적어서 하나씩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거의 수년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업무 위임

우리 회사는 팀장이 실무를 정말 많이 하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역할에 + 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실무를 많이 하지만 적절히 업무 위임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업무 위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던 여러 운영성 업무나 자잘한 업무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지금 주면 "뭐야 팀장 되었다고 떠넘기는 거야?" 생각할 거 같기도 하고... (물론 우리 팀원들도 좋은 사람들이지만)


팀을 빨리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압박

새로 생긴 팀이다 보니, 팀의 존재에 대해 회사에서 잘 모를 수 있고 우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증명해 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가끔 있다. 그럴 때면 내가 팀장 시켜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왕 만들어진 팀이니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과 압박이 있다.


의사 결정

처음 팀장 승진에 대한 통보를 받고, 직속상사와 여러 번 면담을 했는데 내가 했던 여러 질문들 중에 "나의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 업무에 대해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라고 주로 물었다면, 이제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내 의견을 드려야 하고, 반대로 팀원이 나에게 여러 의사결정을 요청할 텐데, 내가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걱정이다.


당장 생각나는 굵직한 것들은 세 가지인데, 사소하게는 근태에 대해 까다롭게 관리하지 않고(까다롭지 않다기보다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늦는 것들이 용인되는, 아니 애초에 성인이 야금야금 늦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 싫은 소리를 잘 안 하는 분위기였다 보니 알게 모르게 조금씩 늦는 팀원, 메시지에 답이 늦는 팀원 어떻게 좋게 잘 말할지... 이런 것부터가 나에게 허들이다.

새로운 메시지 바로바로 답해야 하고, 메일함에 새 메시지는 항상 '0' 이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다 내 기준에 맞추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꾹 참고 있다. 기본적인 그라운드룰을 만들어서 '알아서 잘하게끔' 만들고, 팀원에 대한 신뢰를 더 가져야 하는 건지... 어렵다 정말.


매일매일 새로운 고난과 시련이 닥치고 있는데, 지금 나의 상사와 내가 믿는 동료들이 있는 이 회사에서 첫 관리자를 하게 된 것은 다시없을 행운이라는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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