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나를 사랑해 주는 작고 소중한 존재가 있다니
같이 일하는 아직 미혼인 팀원들이 주말에 11시에 일어나서 하루가 짧았다는 이야기나, 퇴근하고 급 벙개하면서 맥주 한잔을 자유롭게 하는 모습을 보면,
오...쫌 부러운데? 나도 아기매트 위에서 말고, 테라스에서 맥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대들 지금을 즐겨. 그 자유가 계속되지 않는다고.. 껄껄.. 하는 다소 악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허리가 아플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고 싶고, 주말이면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퇴근하고 급 벙개에도 언제든지 '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불가능해진 여러 가지 일들,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당연하지 않은 시간들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되돌려도 아이는 꼭 낳을 거 같다. 워킹맘인 지금이 힘은 들지만 직장생활 11년 차인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내 시간도 컴팩트하게 잘 보내고 있다.
물론 양가 부모님과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양육을 하고 있기에 워킹맘 중 최악의 케이스는 아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도움이 있어도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 부모만이 할 수 있는 (특히 그중에서도 엄마가) 영역이 너무나 많은 건 사실이다.
힘든 점이 많지만 요즘 내가 행복한 이유는 당연히 아이 때문인데, 내가 주는 사랑보다 아이에게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29개월에 접어든 요즘은 "신생아 때보다 더 귀여워!!"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된다.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대화가 되고,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이렇게 귀엽다고? 이렇게 예쁘다고?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졌고,
귀엽고 말랑말랑한 볼과 코를 수시로 깨물어 주고
발가락과 발바닥을 킁킁 냄새를 맡으며 힐링하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엄마 태리 보려고 뛰어왔어요?
엄마 오늘 행복했어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오늘도 회사가요?
하나하나 다 기록하고 기억해두고 싶은 아이의 말들도 넘쳐난다.
엄마 코 앙 해주세요 (코를 살짝 앙 물어달라는)
태리도 엄마 코 앙 할래
엄마 코 뽀뽀, 떡 뽀뽀(턱 뽀뽀), 이마 뽀뽀 하자!! 하는 귀여운 요구사항들과,
엄마 아팠어요? 다쳤어요? 왜요?
내가 호 해줄게요. 엄마 예뻐요. 귀여워요 등 사랑이 넘치는 표현을 자주 하는 딸을 보면,
세상에 이 작은 아이가 나를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는 게 가능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행복하고 동화 같은 순간들의 이면에는 잠을 안 잔다고 떼 부리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나도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1을 주면 그것의 몇 배의 행복을 주는 아이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
예전에 먼저 출산을 한 친구가 아이를 향한 사랑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물론 남편도 엄마아빠도 너~무 사랑하지만, 그 모든 걸 뛰어넘는 나의 찐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