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컨설팅

할까? 말까? 고민만 수만 번

by 비로소 연

*컨설팅 : 하면 별거 없지만 안 하면 불안한 것.

입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잘 쓴 원서다.


수많은 입시 정보 설명회를 다닌 지 몇 년인가...

중학교 때는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문의하는 학원 상담이었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중학교 3학년 아니, 예비고1부터는

입학할 학교의 내신대비 학원의 과목 설명회와 함께 입시 설명회를 듣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입시판에 들어와 찾아 헤맨 것이 어언 3년.

각종 입시 관련 밴드와 블로그, 카페, 유튜브 등 커뮤니티를 통해 주워들은 것만으로도 정보는 넘쳐난다.


하지만 내 아이에 해당되는 딱 맞는 원서 가이드는 없다.

두리뭉실하게 이쯤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겠지 하는 정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정답이 없다.

수시원서는 수능 시험을 보기 전에 수능 시험에서 받을 등급을 예측하고,

어떤 성적의 경쟁자가 얼마큼 모일지 예측해서 원서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주식을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더 어렵다. 주식은 우량주를 사서 묵혀둘 수나 있지... 마치 도박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변수가 생겨서 내 점수가 오를지 내릴지 알 수가 없고

경쟁자의 점수도 인원수도 모른 채 모든 것을 예측하여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 하나로 등급이 나뉘고, 답안지 마킹 실수나 수능날 컨디션에 따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도 수도 없이 많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옆자리에 빌런을 만나 시험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제외할 수 없다.

온갖 불안 요소는 입시 설명회와 커뮤니티에서 자세히 그리고 다양하게 알려주어 잠재울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원서 접수 기간이 다가올수록 입시 설명회 소식은 더 자주 눈에 띈다. 필요한 정보를 건질 수도 있을 거라 기대하고 갔으나 뭔가 아쉬운 입시 설명회에서는 컨설팅의 유혹을 슬쩍 흘린다. 오늘 설명회에 오신 분들에 한해서 약간의 할인을 해준다거나 개인별 맞춤 수시원서 컨설팅은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고 하면 마음과 손이 어느새 신청서에 가서 이름을 적고 있다.




수시모집의 전형에는 크게 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과 논술전형이 있다. (그 외 세부적인 전형들이 많지만 일반고 학생에게 해당되는 전형은 3가지다.)

교과전형은 그야말로 교과 성적 즉, 내신 성적을 우선 보는 것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 기록부를 보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따라 교과 성적이 조금 안 좋은 것을 감안해 주겠다는 것인데 이 전형도 성적을 뛰어넘을 특별한 활동이 있어야 한다.

논술 전형은 내신성적 필요 없이 수능 시험의 최저 등급만 맞추면 되는 전형이다. (일부 학교는 내신 성적을 보기도 하고 수능 최저 등급이 필요 없는 전형도 있다)


S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수시 원서 6장 중에 쓸 수 있는 전형은 논술 전형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학생부 기록들이 내신성적에 밀려 힘을 쓸 수가 없다.

내신성적에 맞는 학교는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 전형에서 충분히 가능한 학교라 수시원서에 지원하면 납치될 수 있기 때문에 쓸 필요가 없다. (수시전형에서 어느 학교든 합격을 하면 정시전형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논술 학원에서 설명도 들었고, 학교에서 상담도 받았다.

논술전형은 경쟁률 자체가 워낙 높아 보험이다 생각하고 쓰는 것이고,

수능날 실력발휘하고 찍은 것도 맞추는 행운을 더해 정시 모집 때 희망 학교에 원서를 넣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예상대로다.

이제 할 일은 수능 최저와 논술 시험 날짜만 고려하여 쓰면 된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내가 체크하지 못한 사항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잠재울 수가 없다.


여러 설명회를 다니면서 내심 마음에 점찍어 둔 컨설턴트가 있다. 몇 번을 참여해 얼굴을 보니 내적 친밀감도 쌓여 내 얘기는 내편이 되어 다 들어줄 것만 같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싶어 큰돈이지만 90분 컨설팅에 60만 원 결제를 한다.

미리 질문거리를 생각하고 내가 분석한 자료와 지원하고 싶은 학교를 정해서 간다.


예상한 대로 생각해 둔 학교에 논술전형으로 원서를 쓰되, 경쟁률을 지켜보면서 어떤 학과에 넣을지 정하면 된다. 원하는 학과만 고집할게 아니라 배우는 과목을 살펴보고 비슷한 여러 학과를 염두에 두고 경쟁률을 지켜보기로 한다.

상담 시간이 넉넉해서 S는 전혀 관심 없지만 전망 좋은 학과의 추천도 있었지만 그걸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엄마만 기분 좋을 뿐.


상담을 시작한 지 60분이 지나니까 농담조차도 할 게 없다.


"오호호~ 우리 애는 수능 만점 받아도 서울대 안 가고 고대 간대요."


"아니, 부모님 중에 고대출신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좋은 계절에 고대 탐방 갔다가 설명해 주는 대학생 언니오빠에게 반하고 캠버스에 반해서 그렇죠. 연대 탐방 갈 때는 날이 너무 스산했어요. 호호호~"


이러면서 만원, 또 만원

90분 상담에 60만 원이었는데 60분 상담했으니 1분에 만원이었던 거다.


1분에 만원씩 내면서 건진 얘기는 9모 이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논술학원을 가지 말고, 수능 점수를 1점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것.

수능을 잘 보고 논술 시험을 안 가는 게 목표다 생각하고 공부해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다 놓칠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조언이 컨설팅의 가치를 다 했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이 이야기가 약인지 독인지 판가름될 것이다.

결과에 따라 나뉘게 될 컨설팅이라니... 점치는 것도 아니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경험 많은 선배의 조언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하면 별거 없지만 안 하면 불안한 것이라고 하는가 보다.


지금 한 달 남겨두고 9월 모의고사처럼 점수가 나왔다 말았다 하니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당사자는 더 불안하겠지만.

제발 수능날은 긴장하지 말자.

실전에 강한 너의 실력을 보여주길!



(2025 입시를 준비하던 작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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