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사전답사를 하게 될 줄이야
수능 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고등학교 3년을 오로지 대입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그 결과를 테스트하는 단 하루,
온몸의 세포가 떨리는 그날!
수능 시험!
이 날만 잘 보내자 생각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 마주하고 보니
수능 시험으로 끝이 아니다.
S가 쓴 논술 전형은 수능시험 후 이틀뒤 토요일부터 그다음 주 토요일까지 4번 있다.
논술전형으로 5곳을 지원하긴 했지만, 수능 최저등급에 맞춰 시험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겹치는 시간에 2개의 학교를 지원해서 시험 볼 학교는 4개다. 3합 7(국어, 수학, 영어, 탐구과목 중 3과목 등급의 합이 7등급) 이면 00 대학, 4합 8이면 **대학으로 가서 시험 보기로 한 것이다. 수능 시험의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원서 값이 버려진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다.
수능 시험 후 바로 다음날 논술 학원에 가서 첫 번째 시험 볼 학교의 논술 파이널 강의를 듣는다.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 논술시험 보고 와서 저녁에 또, 다음날 시험 볼 학교의 파이널 강의를 듣고 시험 보고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음 학교의 파이널 강의를 듣고 다음날 시험을 보러 가기를 반복한다.
수능 후 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목요일: 수능시험
금요일: A학교 논술 파이널 강의, B학교 논술 파이널 강의
토요일: A학교 논술시험, B학교 논술 파이널 강의
일요일: B학교 논술시험
월~금요일: C학교 논술 파이널 강의, D학교 논술파이널 온라인 강의
토요일: 오전 C학교 논술 시험, 오후 D학교 논술시험
수능이 끝난다고 끝이 아니었다.
수능 이후에 면접이나 논술 시험을 보는 수시전형은 대부분 1-2주 안에 끝나지만,
정시 전형으로 미술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Y는 수능 이후가 더 혹독하고 길다. 12월 말에 정시원서를 접수하고 나서 1월 중에 실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1월 말까지 하루 종일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끝나지 않은 입시준비에 수험생 할인 이벤트 따위는 뒤로 미뤄야 한다.
수시전형에 합격한 친구들의 소식에도 마음 흔들리지 말고 견디며 실기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일반고출신 미대 입시생의 이야기보따리도 한 보따리가 넘는다.
S는 수시전형에서 입시가 끝나길 바라며 원서 6장을 고르고 골라 접수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논술학원의 수능 후 파이널 강의도 미리 신청해 두었다.
각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논술전형 주의사항 안내문과 영상까지 확인하고, 수험표도 미리 출력해 놓았다.
시험 당일 집에서 학교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자가용으로 갈 경우 주차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자랑하는 논술 시험은 수험생들이 많아서 학교 초입부터 도로를 막고 자가용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많다.
매년 뉴스에서 봤던 논술고사장 입구 사진을 상기하면 대중교통이 답이다.
버스전용 차선이 없는 구간도 있을 수 있어 버스도 안되고, 지하철로 가야 한다.
좀 걸어도 정확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지하철이 답이다.
내비게이션과 지도를 보고 또 보지만 마음이 불안하다.
미리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지하철에서 내려 몇 번 출구로 나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찾기 쉬운지,
걸어가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가기로 한다.
수능 시험 전 주말에 S는 스터디카페에 가고
나는 혼자서 손목시계를 차고 작은 수첩을 들고 시험 볼 대학교로 나선다.
날씨는 눈치도 없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와 파란 하늘이 삼원색을 이루며 찬란하게 빛난다.
대학교 진입 초입마다 걸려있는 "논술 시험 당일 차량진입 전면통제" 현수막이 마음을 얼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은 무르익고 단풍은 빛나고 은행잎은 눈처럼 아름답게 흩날린다.
우리의 수험생들도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는 계절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기를,
후회와 눈물로 보내지 않기를 두 손 모아 아니,
온 마음 모아 온 우주의 기운을 다 모아 빌고 또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