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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yoon Kim Dec 16. 2024

나만의 기린

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 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그렸다.


너의 기린이 점점 형체를 갖추면서 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따 먹으며


너의 붓끝에 사로잡힌 동안에도,


나의 기린은 점점 자라 화폭을 뚫고 이젤을 넘어뜨리곤


시멘트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고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구광본씨의 시집 “강” 中에서 “기린”이라는 제목의 시였어요.



여러분 국민학교에서 처음으로 풍경화 그렸을 때, 혹시 생각나세요?


나무를 갈색으로 칠하지 않고 빨강으로 또 하늘을 검은색으로 칠하기도 하고,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눈.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죠.



그런데요, 커가면서 우리는 점점 자기색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라는 데로만 가고, 또 하라는 것만 하고.



이 시인의 기린은 대학 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였는데요,


좌충우돌 헤매던 때를 생각하면서 읽어드렸어요.



누구나 그리는 기린 그림이 아니라, 나만의 기린.


여러분도 함께 그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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