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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 Jun 20. 2024

복직할 결심

퇴사자의 글쓰기

전쟁 같았던 육아휴직 이후 복직할 때가 다가왔다.



복직을 준비하며 줄곧 했던 생각은 "첫째, 이제 다시 일에 전념하리라. 둘째, 회사로의 복직을 떠나 좀 더 큰 범주로 어떻게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춤했던 커리어에 날개를 달 때가 온 거라 생각하니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대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나답고 즐거웠는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편성 PD로 시청률 등락과 싸우며 1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달 숫자 하나에 울고 웃던 시절이었다. 이 업무가 나에게 잘 맞는 일인가 생각하면…스케줄링도 그렇고, 방통위 등 각종 보고서 제출이나 심의 등 규격화된 사고, 정제된 업무 스타일에 조금씩 갑갑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했다. 



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 흥미를 유발하는 한국어 타이틀을 정하고, 더빙이나 마케팅에 있어 프로그램의 재미, 매력적인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갖는 회의들은 늘 즐거웠다.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책상 앞보다 리얼한 세상을 경험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던 나는 사무실 출퇴근보다 외근라도 잡히는 날에는 생기가 돌았다.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에너지, 그렇게 해서 일이 되게 만들어가는 것에 성취감을 갖는 확신의 E였던 것.



가깝게 조직 내 나와 다른 포지션 중에 누가 있는지부터 살펴봤다. 편성팀 안에 프로그램 구매 포지션. 우리는 애퀴지션(acquisition)이라 불렀던 그 업무가 동경의 대상이었다. 담당자는 프로그램 구매, 계약을 위해 출장이 잦았는데 특히, 해마다 프랑스 칸느에서 전 세계 업계 사람들과의 만남은 물론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기회라니! 내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포지션에는 이미  굳건한 선수가 있었으니.. 회사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액션 플랜 1.

일단 복직을 한다.

복직 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일정 기간 회사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목표한 기간을 세우고 커리어의 방향성을 새로이 한다.



나에게 일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과 같았으니. ‘방송’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다른 산업으로 경험하게 될 세상은 분명 또 다른 세계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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