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

까미노 블루

by 이준영

글을 안쓴지 오래다. 언제부터인지 생업에 집중하다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취미를 외면하고 살았다. 한달이 조금 넘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면서 멀찍이 거리두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작년 여름 열흘동안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억과 순례길 과정에서 끄적였던 글을 다시금 꺼내 읽어보는 것으로 부터였다. 마지막 메모의 끄트머리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언젠가 이 길을 다시 걸어야지." 그렇다. 나는 1년동안 까미노 블루를 앓았다. 순례길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여름부터 올해 여름까지 나는 그길을 다시 걷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에 안고 지내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길을 그리워하고 다시 찾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도 다시 걸으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프랑스길은 아니지만 드넓은 대서양을 바라보며 300 킬로미터 남짓한 포르투갈 해안길을 다시 걷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에는 순례길 여정의 순간을 좀더 상세히 기록하려고 한다. 프랑스길을 걷기 위해서는 최소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방학이나 휴학중인 학생과 교사, 휴직했거나 이직을 앞둔 직장인, 그리고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이 프랑스길을 많이 걷는다. 일반 직장인들이 한달이라는 긴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길 외에도 스페인 남부 도시인 세비야에서 시작해 남북을 횡단하며 1000 킬로미터의 길을 걷는 은의 길, 프랑스 국경에 맞닿은 이룬에서 해안을 따라 산세바스티안, 빌바오, 산탄데르, 오비에도, 히혼 등을 걷는 북쪽길 등 다양하다. 모든 길의 최종 목적지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성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뒤, 그의 제자들이 야고보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배를 타고 이베리아 반도의 갈리시아 지방에 도착했고 그의 시신이 현재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 지하에 안치돼 있다. 스페인어인 산티아고의 뜻은 성 야고보이며 영어로 St. Jam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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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를 마치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 완주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최소 100 킬로미터를 걸어야한다. 그래서 프랑스길 가운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 마지막 100 킬로미터 떨어진 사리아부터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는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숙소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고 한다. 그렇기 떄문에 프랑스길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순례길을 경험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2주동안 걷는 포르투갈길은 좋은 선택지이다. 이 글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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