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와 행복으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
“(나라가) 낙후하면 얻어맞게 되고, 빈곤하면 굶게 되며, 말할 권리를 잃으면 비판받게 된다”
2015년 시진핑이 대외 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3년 뒤 중국은 중앙텔레비젼인 CCTV를 포함한 관영 방송사들을 통합하여 ‘중국의 소리’라는 명칭으로 통일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매일 아침 중국 CCTV 뉴스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에 하나의 키워드만이 남는다.
<중국 공산당이 인민을 위해 만들어내는 멋진 신세계>
뉴스 자료화면에 등장하는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중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입증해주고 우주 항공과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육해공을 통털어 세계 최고의 막강한 군사력, 천연 자원의 보고로서의 광활한 영토에 대한 자부심과 심지어 최근에는 친환경 국가로서의 이미지까지 쇄신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러한 신념을 심어주기 위해서 연일 미국의 아프칸 철수에 따른 정치적 실패와 비인도적 학살, 미국 내 기하급수적인 코로나확진 증가추세와 빈민가의 노숙자 인터뷰를 쉴새없이 내보낸다. 한국 관련 뉴스는 언제나 끄트머리에 등장하는데 거의 지방지 찌라시 수준으로 다뤄진다. 배경이 되는 자료 화면은 대체 언제 촬영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쳐진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다분히 편파적인 시선이지만 당의 지침이 그러하다니 어쩌겠는가. 중국 인민의 입장에서 매일 이러한 방송을 본다니, 한국인의 국뽕은 그야말로 애교수준이고 행복한 파놉티콘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의 인지부조화야말로 병증일 수밖에 없어보인다.
제 몸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덩치 큰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몸집이 커진 거인이 다다를 미래는 자신들의 입지만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제 낙후하지도 않고 굶지도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내는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의 소리를 전 세계인이 함께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자신들의 내부에서 들리는 다양한 계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중국의 후보(胡波) 감독이 극본을 쓰고 제작한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大象席地而坐)>라는 영화는 절규로 가득하다.
"청년은 어려서 희망을 모르고 노인은 늙어서 희망이 없다."
"졸업후 너네들 중 반은 시장에서 꼬치나 굽겠지."
"세상은 황무지야."
"시대는 달라졌어도 일상은 똑같아."
"사람은 살아있는 한 좋아지지 않아."
"새로운 고통이 있을 뿐이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러한 대사는 현재 중국 공산당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자 멋진 신세계에 탑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중국의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