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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Dec 02. 2024

휘발유에 벤젠이 함유된 것 아시나요

벤젠은 백혈병이나 림프종 일으키는 것 알고 계신가요

혹시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 휘발유 냄새 맡아보신 적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휘발유 냄새를 피합니다. 아예 휘발유 기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휘발유 안에 벤젠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벤젠은 그럼 건강에 나쁠까요. 당연히 나쁩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말고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봅시다. 저농도 벤젠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도 암이 생깁니다 (고농도 노출은 당연하고). 어떤 암이 생기느냐, 혈액암, 림프종 같은 조혈기계 암이 생깁니다. 제가 한 번 세계 보건 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산하 국제 암 연구기구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이하 IARC)가 제정한 벤젠이 일으킬 수 있는 암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충분한 근거 (sufficient evidence): 성인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 성인의 기타 비림프구성 백혈병

- 제한적 근거 (limited evidence): 폐암, 소아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 성인 만성 골수구성 백혈병, 성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비호지킨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결국 정리해 보면 대표적으로 성인의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동차 정비사 혹은 자동차 제조사 노동자나 시험주행을 담당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항공기 정비사들 검진을 하면서 휘발유나 항공유 안에 함유된 벤젠 노출로 인한 림프조혈기계 암으로 의심되는 케이스를 몇몇 접했었습니다. 하지만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에서 면밀히 검토 후 판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가족력이나 유전적 결함도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 유증기 상태의 휘발유나 항공유에서 기중 벤젠에 상당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노동자 본인도 본인의 혈액암이나 림프종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대부분 짐작도 못했습니다. 저는 짐작은 있더라도 확실하지 않기에 대개는 이에 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가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올라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항공유나 휘발유에 어째서 벤젠이 첨가되게 되는 걸까요. 요새는 의도적으로 벤젠을 첨가하지는 않고, 연료들의 생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산물이라고 합니다. (1) 원유성분에 이미 소량의 벤젠이 함유되어 있고, (2) 크래킹 과정 (복잡한 분자구조의 탄화수소를 더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3) 벤젠이 연료의 옥탄가를 높일 수 있어 과거에는 의도적으로 첨가하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요새에는 첨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4) 그리고 일부러 완전히 제거하진 않는데, 연료의 성능에 기여하는 측면 (앞의 옥탄가)이 있어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휘발유나 항공유 안에 벤젠이 어느 정도 농도로 함유되어 있을까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휘발유 내 벤젠 함량을 1% 이내로 제한하고 미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는 0.62%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유에서는 벤젠 농도가 0.02% 미만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들은 환경과 건강에 대한 우려로 시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 벤젠의 발암성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시절에는 벤젠을 일부러 옥탄가를 높이려고 연료에 첨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배기가스에서도 벤젠이 고농도로 검출되게 되는데 하루종일 도로에서 일하는 버스 운전사나 택시 운전사, 도로 청소 미화원 같은 경우 혈중 벤젠 농도가 정상인보다 유의할 정도로 높게 검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견 낮아 보이는 이러한 벤젠 농도도 저농도로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발암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항공기 정비사나 자동차 정비사, 자동차 시험 주행장 노동자 등에서 보았던 혈액암, 림프종 케이스들의 경우는 휘발유나 항공유 내 벤젠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정비사의 경우 연료탱크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아무리 방독면을 쓰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벤젠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있을까요. 또한 자동차 시험주행장의 경우에는 하루에 20번도 넘게 휘발유를 주유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주유기에 유증기 회수장치가 없다면 매일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벤젠 기중 농도에 노출되게 됩니다. 자동차 제조업 공장에서 엔진 테스트를 담당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휘발유나 항공유에 벤젠 농도를 완전히 없애던지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섞여 나오므로 공중보건학적 위험), 없애지 못할 거라면 연료 자체를 전기차 같이 휘발유나 경유 등의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전기차는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로 공기질도 좋아지고 따라서 요새 미세먼지가 겨울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휘발유에 함유된 벤젠에 대한 대안으로써 전기차는 어떨까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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