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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Oct 08. 2020

만약 남편이 해외 발령을 받게 된다면?

해외 체류 준비 A to Z

 지금으로부터 1년전, 첫째의 같은 반 친구가 가족과 함께 두바이로 떠났어요. 아빠가 두바이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거든요. 그 엄마는 이전에도 종종 만났던 외국인 엄마였는데  준비 과정을 보니 제가 카타르 가기 전 준비했던 일 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회사로부터 해외 발령을 받았을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1. 가족이 거주할 집 알아보기  

 제가 가장 먼저 했던 걱정이에요.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찾는거요. 저희는 해외 발령을 받고 난 이후 업무 때문에 남편이 저보다 4개월 먼저 카타르에 가서 현지에서 집을 보러 다녔어요. 저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마음에 드는 집을 추려나갔고 저와 아이들이 카타르에 도착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계약을 완료 했어요.  


 지인 중에는 가족이 모두 같이 해외로 나가 호텔에 체류하면서 거주할 집을 함께 보러 다닌 경우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보낸 짐(컨테이너)이 해당 국가에 도착하기 전에 계약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컨테이너에 있는 짐을 운반할 곳이 없어 창고료가 발생하게 되거든요. 카타르나 두바이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 달 정도 소요되며, 짐 도착 전 집을 계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가족이 탈 차 알아보기 

 카타르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하지 않았어요. 버스는 운행을 하나 타는 사람이 제한적이고, 배차시간도 길어요. 지하철은 일부 개통한 구간이 있지만 역이 거주지에서 먼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이가 취학연령이라면 학교 근처에 집이 있지 않은 이상 우버 기사와 계약을 해서 아이를 등하원 시키거나, 엄마가 자차로 등 하원 시켜줘야 해요. 대부분의 학교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거든요. 


 또한 우리나라처럼 집 근처에 마트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생수 한 병을 사더라도 차를 타고 마트로 가야 하는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차는 필수로 필요하고요. 새 차는 부담스러우니 중고 매매를 하던가 아니면 렌트를 하게 됩니다. 카타르의 경우 중고 거래 사이트(Qatar sale, Qatar living 사이트)에 매물이 활발하게 올라오는데요.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기 위해서 중고 거래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리며 가격을 체크해야 해요. 


3. 서류 준비하기 

 외국인이 카타르에서 거주하기 위해서는 RP(Residence Permit)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혼인 증명서, 출생증명서 등 준비해야 할 몇 가지 서류가 있는데요. 이를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요. 또한, 아이가 취학 예정이라면 보건소에서 아이의 영문 예방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4. 해외에 가져갈 짐 싸기

 저희는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20ft 컨테이너 운송비를 지원해 줬어요. 거기에 맞춰 해외로 가져갈 짐과 한국에 놔둘 짐을 분리한 후 불필요한 것들은 할머니댁으로 보냈는데요. 저처럼 짐을 맡길 곳이 없는 분들은 창고를 계약해서 거기에 맡기거나 아니면 처분해야 합니다. 다만 창고에 짐을 장기보관 하는 경우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상할 염려가 있으니 불필요 한것은 과감히 처분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컨테이너 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카타르 가기 전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책을 대량 구매했어요. 체류 기간을 고려해 아이의 연령에 맞는 한글책을 사과상자로 두박스 정도 미리 구비하여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는데요.  챙기면서도 불안감이 있었어요. 더 쟁여서 챙기지 못한 불안감이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렇게 불안해 할필요가 없더라고요. 해외에서는 한글책이 귀한 건 맞아요. 그런데 현지 한인 카페에서 한글책을 중고로 살 수도 있고요. 또 우체국 택배를 통해 한글 책을 조달 받을 수도 있어요 (물론 배송비가 비싸긴 하지만요.) 한글책을 구할 수 있는 루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 책을 더 많이 챙기지 못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저희 아이들은 한글을 깨우쳐서 책을 혼자 읽는 연령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많은 책을 싸 들고 갔어도 활용은 잘 하지 못했어요. 


 체류 초반에는 외국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제가 따로 책을 읽어줄 여유가 없었고요. 좀 적응이 되니 놀이터 다니거나 외출하느라 집에 오롯이 앉아 책을 읽어줄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취학 아동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미취학 아동이라면 책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한국 식품은 가격이 3배 정도 비싸니 김치나 김과 같은 한국 식품, 그리고 현지에 없는 스티커 북,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비싼 레고는 한국에서 챙겨가는게 좋은것 같아요. 


4. 한국에서 타던 차 처분하기 

 차도 기계인지라 장기간 운전하지 않으면 고장이 나기 쉬워요. 때문에 친정이나 시댁에 장기 주차할 장소가 있다면 거기 주차해 두고 때때로 한 번씩 부모님께 차를 운전해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고요. 오래된 차라면 처분하는 방법이 있어요. 저희는 당시 타던 차가 10년도 넘은 차라서 미련 없이 폐차했네요. 


5. 집 비우기 

 저희는 해외 가기전 전세로 살았는데요. 계약 만료 전이라면 미리 집주인에게 통보하고 전세금을 돌려받았어요. 자가로 살던 집이면 미리 부동산에 집을 내놔 세입자를 구해야 해요. 


6. 아이들의 학교 알아보기 

 한국과 달리 카타르는 새 학기가 9월에 시작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계 혹은 영국계 학교의 경우 지원서를 내면 바로 입학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일련의 절차가 있어요. 지원서를 낸 후, 몇 차례 인터뷰를 모두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죠. 그러니 9월 학기 입학 예정이라면  미리 지원을 하는게 매우 중요해요. 도하의 한 영국계 학교인 Doha British School의 경우 2020년학기 접수를 1월부터 받기 시작했어요.  


 온라인으로도 접수가 가능하니 미리 접수를 해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면 좋아요. 한 가지 알려드릴 점은, 사우디와의 단교 이후로 카타르의 경제가 타격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본국으로 돌아갔어요. 카타르의 체류 외국인이 줄었기 때문에 선호 국제 학교들의 입학 경쟁률도 단교 전과 비교해 내려간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방심하긴 이르니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겠죠?


7. 비상약 챙기기  

 해외 체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부분이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어쩌지?'하는 거예요. 저는 의사 처방으로 비상약을 여럿 챙겨 갔어요. 돌이켜 보면 소용량 준비하면 좋으나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카타르의 의료시스템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물론 가성비를 따지면 한국이 최고입니다).


하고 싶은 말

 저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고, 계획한 걸 틀어지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격이에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변하긴 했지만, 해외 체류를 준비하면서도 가능하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무언가를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찾아보면 뭐든 살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더라고요. 현지에 다이소도 있고 한인마트도 있고, 소아과도 있고 다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물건이 아니라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낯선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오. 그리고 일이 계획된 흘러가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융통성,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 간의 화목을 지키는 일이요. 제 경우 마땅히 기댈 곳이 없었는데 남편이 업무상 야근이 잦고, 일주일 중 금요일 하루만 쉬다 보니 스트레스가 어마 무시 했던 것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남편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말고 (왜냐면 남편도 똑같이 낯선 업무 환경에 적응 중이니까요)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데 집중할 것 같아요. 


 집안일이에 손에 익기 전까지는 메이드를 쓸 것 같고요. 육아도 너무 힘들 땐 베이비 시터를 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이 맞는 한국인 혹은 외국인 친구를 더 적극적으로 사귈 것 같고요. 참 이상했던 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때때로 외롭고 우울한 마음이 올라오더라고요. 그걸 다스리기가 무척 힘들어 저녁을 먹으면서 혼술을 마시고, 같은 처지에 있는 한국 지인들에게 수시로 카톡을 하고, 맘 카페(맘스 홀릭 해외 맘들)를 들락거리고, 귀국전에는 웹툰에 빠져 외로움을 달랬네요.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지금은 다시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는...)


 다시 돌아간다면 외로움을 혼자만 삭히기보다는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남편에게도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 같아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 글이 해외 체류를 준비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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