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피어난 아름다움

일곱 번째 마을여행_공생염전

by 챠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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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의 햇볕이 원래 이랬던가, 남부지방의 이른 장마 소식도 놀랍다. 해가 나에게 집중되고 습한 기운마저 오롯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맞이한 한여름의 날씨는 무척 고되다. 가장 더운 한낮, 염전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구름이 낀 날에는 반짝이는 소금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날이 제격이었다. 물론 몸이 축축 처질 테지만.

예전에 다른 지역을 다니다가 염전 표지판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새하얀 소금 언덕을 상상하며 가봤다. 그런데 쓰러진 나무 안내판만이 예전에 이곳이 염전이었음을 알려주었다.

화성시 로컬푸드 매장에 갔다가 소금꽃 피는 마을 60년 전통 옹기판 천일염을 파는 걸 보게 되었다.

‘아, 화성시에도 염전이 있었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 바닷물을 보관하는 저수지가 있었다. 그 옆으로 함수창고(해주)가 보였다. 염전 증발지(누태) 사이에 지붕 모양으로 솟아있었다. 안내판에 천일염 생산과정이 쓰여 있기에 잠시 내려서 살펴봤다. 증발지를 차례로 옮겨 소금창고로 이동하는 것이 소금 만들기의 마지막 단계였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는 빈 바닥만 드러나 있었다. 소금의 흔적이 하나도 없다.

‘설마, 여기도 안 하는 거야?’

조금 더 차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길의 끝까지 가보니 소금 창고가 보였다. 슬쩍 결정지를 살펴봤다. 물이 자작하게 깔려 있었다.

마침 아저씨 한 분이 내 곁을 지나가셨다.

“안녕하세요! 여기 사진 찍어도 되나요?”

나는 그저 염전을 둘러보러 온 외지인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염전이 삶의 공간이고 일터다. 아저씨는 엄지와 검지를 맞닿아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쭉 빼고 소금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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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바닥에 있는 게 다 소금이야. 신기하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알갱이가 굵어져.”

아저씨는 지나치지 않고 설명을 해주셨다.

고개를 숙여 증발지를 들여다봤다. 하얀 알갱이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동안 포장지에 담긴 소금만 봤다. 짠맛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용도였다. 소금에 대한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모서리부터 하얗게 모습을 드러낸 소금을 보니 참 놀라웠다. 어두운 타일 바닥에 깔린 낱낱의 알갱이들은 꽃이라고 부를 만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소금꽃. 소금은 가장자리에 하얗게 피어있었는데 햇볕을 받아 색이 더 두드러졌다. 좁은 길 사이로 들어가 봤다. 소금은 조금 더 두툼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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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알갱이가 펼쳐진 바탕 위에 투영된 집과 나무, 우리의 그림자, 노란 소금 수레가 일렬로 자리 잡은 모습, 소금 창고 안에 언덕을 이룬 하얀 소금과 좁은 널빤지 길까지. 더운데도 계속 보게 되는 광경이었다.

소금창고 건너편에 공생염전 대표님이 계셨다. 원래 새벽 일찍, 오후 늦게만 작업하신다고. 이런 더운 날엔 더욱이 그랬다. 게다가 내일 비 소식이 있어 작업은 다음 주나 되어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소금을 샀다. 살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맛소금 외에 사본 적도 없는데, 왠지 반짝거리는 모습을 지나칠 수 없었다. 한 알 한 알 바닥에 피어난 소금이 계속 아른거린다. 소금꽃은 옹기 바닥에 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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