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프리뷰

아직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by 최지웅

윤가은 감독의 영화들을 본 이들이라면, 대부분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일종의 각오를 할 것이다. 어떤 장면, 어느 대사에서 또 뒤에서 얻어맞은 듯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까. 그 장면, 그 대사 이후 다시 앞의 영화들을 곱씹으면, 또 뭐가 보일까. 하고 말이다.


전작인 <우리들>과 <우리집>에서 보여줬던 윤가은 감독과 그가 그려낸 어린아이들이 오히려 다 커버린 어른들에게 선사하는 그런 타격들을 경험해 보았다면, 그런 준비나 각오 등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마치 우리가 <인사이드 아웃>이나 <소울> 등이 애니메이션이지만 그것을 보고 오열하는 어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보기 전 그런 각오를 해도 소용없다는 것 또한 많은 관객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공포영화를 보러 가도 이내 나오는 무서운 장면에 눈을 질끈 감거나, 악몽을 꾸는 그것과도 비슷하기도 하고, 내가 또 사랑하는 영화감독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볼 때와도 비슷하다. 이들의 연출에 관객으로서 항복선언을 하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세계의 주인>은 어떨까. 아주 심한 비유를 하자면, 이 영화는 마치 이종 격투기에서 심판이 빨리 TKO를 선언해줘야 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작들에선 잘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들어온 대사나 장면들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 다면, <세계의 주인>에서는 무언가 시작된 이후 점점 더 쉼 없이 몰아친다.

54a4728e9444093060ae8ee979c4fcc887f7f7e6.jpeg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글에 스포일러는 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찾아보면 스포일러가 넘실대는 리뷰가 여기저기 있겠지만, 때 되면 이것보다 좀 더 긴 글로 감상을 나눠보았으면 한다. 나에게 윤가은 감독의 단연 최고 작은 아직 <우리들>이지만, 그것보다 그가 가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력은 점점 더 큰 파도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단연 영화는 흠잡을 곳 없다. 특유의 감정선, 배우들의 연기. 그래도 놓치지 않은 긴장감. 그리고 마침내 속 깊게 전달되는 메시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참 할 말이 많기도 하지만, 사실할 말이 없게 다물어지기도 한다. 괜히 여기저기서 올해의 영화라고 하는 게 아니다. 꼭 보시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