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것을 그럼에도 지키는 이유는

<우리집> 리뷰

by 최지웅

우리는 무엇인가 보면서 감상에 빠져들길 원한다. 좋은 영화는 그렇게 관객에게 몰입을 선사한다. 그런 영화들 중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환상의 세계를 스크린에 옮겨주거나, 세상에 느껴보지 못할 감정의 연결을 따라가게 하는 몰입 있는 영화도 있다.


그리고 오늘 리뷰 할 <우리집> 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감상에 젖어 들어 온전하게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음속까지 다가오는 영화다. 아이들이 영화 속 인물로 등장할 때엔 필연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만든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을 좋아했을 관객이라면 <우리집> 에 좋은 감성을 받을 것이다.

아이, 가족 하면 떠오르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속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 관객들을 쉽게 무장해제시킨다. 그들의 어린 나이에 가려진 슬픈 이면을 들여다볼 때면, 무장해제된 어른들의 가슴으로 그 처연함을 들이붓는다. <우리집>은 그런 영화다. 우리 집이라는 의미는 가족을 뜻하기도, 실제로 사는 집을 의미하기도 하는 영리한 제목이지 않을까. 그 중의적인 의미 속에서의 감독의 시선은 그래서 더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두 번 말하면 입 아플 정말 좋은 영화

그녀의 전작 <우리들>에서 윤가은 감독은 우리가 모두 겪는 관계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것을 고스란히 아이들이라는 환경으로 나타났지만 본질은 같다. 누군가는 잘 살아서, 또 누구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 받아 어그러지는 관계. 아이나 어른이나 겪을 서로가 어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그녀만의 시선. 그리고 아이들의 호연으로 빛났던 그 영화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기대함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우리 집>에서의 아이들은 공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 집은 항상 왜 이러지?”라는 공통된 물음에 두 주인공 네 집은 참으로 묘한 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여름방학은 참 더웠고, 힘들었고, 그렇지만 행복했을 이야기이다.


포스터 아래로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결연한 표정. 특히 유진이 표정을 보아라.

하나네 가족은 항상 집에서 싸우는 부모님과 그에 관심 없는 오빠. 그리고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평범하게 밥을 먹는 것을 바라는 하나가 있다.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은 가족 중 하나.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 그녀를 괴롭게 한다. 그럼에도 가장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혼자서 가족을 지키려 나선다. 그러다 유미, 유진이를 우연히 마주친다.

보잘것 없이 보여도,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야기

유미, 유진이네 가족은 부모님은 멀리 가서 낡은 휴대폰으로 연락한다. 형편상 몇 번인지도 모를 이사를 다녀서 친구도 없었던 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기댈 구석이 없었던 그 셋은 빠르게 친해진다. 그들이 함께 하면서 가족에게 해주지 못했던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지고, 그들만이 알고 있을 종이박스라는 보잘것없을진 몰라도 그들의 사연이 담긴 예쁜 종이 집을 만든다.

같이 종이집 만들 때. 그들의 행복이 보인다.

다시 이사를 가야 될 유미, 유진. 그리고 각자의 가족과 친구네 집까지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하나의 노력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최선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슬픈 광경이다. 그들의 재치 있는 노력들은 귀여운 성과로 나타나지만, 결국 크나큰 흐름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다. 하나네 부모님은 이혼을 할 것이고, 유미. 유진은 이사를 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귀엽고 슬픈 저항은 관객들을 점차 영화 속으로 이끈다.

함께 적에 맞서는 가족 방위대(?)

유미, 유진이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그들의 여행길은 그래서 위태위태하고 힘들게 보인다. 걱정스러운 유미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고, 참을성 많던 하나의 짜증을 볼 수 있다. 내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즐거운 저항이 이내 벽에 부딧칠 때. 그들이 만든 종이집을 함께 부쉈다. 그런 힘든 여정 끝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가족의 탄생을 위해 자리를 비운 텐트에서 가장 밝은 미소로 하룻밤을 빌린다.

주인 잃은 텐트에서의 뜻밖의 기적.

돌아온 셋은 그렇게 미래를 기약하며 헤어진다.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 유미와 유진. 부모님의 헤어짐 또한 받아들이는 하나. 각자의 <우리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슬프게 서로를 안아 위로한다.

서로에게 의지해서 의지된다.

“우리 밥 먹자.”

받아들인 이별을 위해 하나가 하는 말은 슬프지만, 그것 또 한 그녀의 한 걸음이다.


지키지 못할 것을 그럼에도 지키는 이유는, 그것을 지키는 과정 속에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음은 아닐까. 절망적인 답을 너무 쉽게 찾아 힘든 우리 세상 속에서 그럼에도 지켜나간다는 행복한 기적들 나타낸 영화 <우리집>. 아이들의 행동으로.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으로 만들어낸 이 영화는 그래서 우리들에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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