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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원작을 망치는 재앙의 드라마.

티비판 '치즈 인 더 트랩'을 보고. 파트 1

by 즁 필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드라마를 깔 겁니다. 아마 제작진이 만에 하나라도 제가 쓴 글을 본다면 열 받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분노의 리뷰는 총 2개 이상의 파트로 구성될 것입니다. 사실은 드라마는 이렇게 흥분하면서 리뷰를 쓸만한 꺼리는 되지 못합니다. 세상은 원래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기에도 무척 바쁜 세상이거든요. 원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중도에 관심을 끊는 것이 제일입니다. 하지만 tvn의 야심 찬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이하 티비판)' 원작이 없었으면 탄생되지도 못할 드라마는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전부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한 글에 써질지. 아니면 글을 나눠서 발행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쓰다 보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첫 번째 파트에서는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왜 이 드라마는 까이는지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다음 파트는 드라마 외적인 아쉬움. 그리고 제작진에 대해서 하고픈 말. (듣던 말던) 주요 인물 말고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 등등등 을 쓸 겁니다. 하지만 쓰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쓰지 말아야겠죠.


비록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되도록 원작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설명은 꼭 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애초에 필력이 그리 대단치 않기 때문에, 쓰던 중에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안 해도 될 말을 많이 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지적도 환영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첫 번째로, 제가 느끼는 이 티비판이 더더욱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 까이는 이유입니다. 물론 원작을 배제하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알려면 먼저 나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단 원작은 인터넷의 웹툰입니다. 웹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웹툰은 독자들의 참여와 소통이 기타 다른 플랫폼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가 각 화의 구성이 짧아서 호흡이 짧고, 그 사이사이마다 각 화의 댓글을 보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정말 다른 방향과 여러 가지의 시선이 존재합니다. 그 댓글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남의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하면서 마치 독자들도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을 웹툰의 작가들도 받으며, 대부분 그 영향을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릅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스테프가 참여해서 영상물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이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에는 취약합니다. 특히 이번 티비판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사전제작이 되어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점이 더더욱 부각됩니다. 게다가 드라마라는 매체상 여러 가지 입김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했던 웹툰의 인기, 제작, 연출, 작가, 연기자, 스텝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인한 불안요소 등. 그래서 애초에 내가 참여한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서 망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에, 웹툰 원작의 팬들은 드라마화나 영화화를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고 할까요?


그래서 '치어머니' 라는 신조어가 돌 정도로 드라마화가 결정된 후부터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때로는 사랑이 과하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걱정이 되는 겁니다. 마치 원작의 작가와 독자들과 하나하나 쌓아 올린 감정선에 해가 될까 두려운 것이고요.


어쨌든 드라마화는 결정되었고, 캐스팅은 구체화되었습니다. 캐스팅은 합격점을 받았고,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죠. 전에 미생이라는 걸출한 웹툰 원작 기조를 이어주리라는 기대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면이 없을 수는 없지만 성공을 바라는 이도 많았고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이 지루한 배경 설명은, 원작은 단순한 로맨스 코메디물이 아닙니다. 혹자들은 로맨스+스릴러라고 부르는 '로맨스릴러' 라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서 인간의 내부에 대한 묘사가 매우 디테일합니다. 당연히 이건 티비판에서 그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건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겠죠. 독백이 드라마의 반을 차지한다면 드라마는 지루하게 늘어질 테니까요. 그렇게 드라마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가 진상태로 시작됩니다.


자 이제, 드라마는 시작되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들어가 봅시다. 많은 이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기왕 시작하게 된 거 잘되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도 대표적인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지요. 하지만 첫 화의 시작은 사실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호평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의 단순한 예민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볼게요.


극초반, 특히 1화에서는 치인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각자 한 컷 이상씩의 분량을 가지게 됩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 보기엔 지나치게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건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비슷했을 겁니다. 뭐야 누가 중요인물인 거야. 설마 전부다?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 극에서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맥락 없이 자기소개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본디 가져야 할 인물들의 등장 맥락은 이상하게 뒷전이 됩니다. 특히 대학생이라는 공통 범주를 가진 학교 사람들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인호, 인하는 정말 이질감이 들죠. 하지만 뭐 드라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원작과의 캐스팅 싱크로도 확인할 겸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이게 극 후반부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고 말이죠.


원작에서 사실 '로맨스릴러'라고 불려진 가장 큰 이유는, 유정의 그 알쏭달쏭함이 8할이었습니다. 홍설과의 극초반 갈등들은 정말 간담을 서늘하게 했거든요. 그때 당시 웹툰 댓글로 가면 '작가님 이거 로맨스 라면서요' 하는 댓글들이 주류를 이루는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티비판은 그런 유정의 캐릭터 설명을 단 3화 만에 해결합니다. 바로 홍설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들에 대한 묘사가 그렇습니다.


인물의 갈등의 고조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이어지는 둘을 보면서도 안심할 수가 없게 되고, 그걸 한 꺼풀씩 안으로 들어갈 때의 묘한 카타르시스가 생깁니다. 어쩔 때는 답답하지만, 또 어쨀때는 정말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건 바로 유정-홍설의 갈등이 그만큼 살벌하고 장기전이었던 덕분입니다. 하지만 티비판에서는 이를 단순히 '로맨스'를 치장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물론 잠시 설명은 하지만 매우 부족합니다. 그냥 유정은 또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장치들만 대부분 존재감이 빛납니다. 그러면서 각종 기사는 응팔의 류준열과 비교하며, 사이다스러운 유정의 고백에 찬사를 보냈고, 사실 저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래 원작 하곤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는 개뿔)


그렇게 둘은 사귀게 되었고, 캠퍼스의 여러 일명 '암유발캐릭터'들이 극을 재밌게 꾸며줬습니다. 원작에서의 캐릭터 구현에 꽤나 공을 들였던 것들이 잘 느껴졌습니다. 티비판을 보면서 그나마 '잘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은 안타깝게도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원작에서도 인호-홍설-유정의 삼각관계는 사람들이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부분입니다. 먼저 밝히자면 전 원작에서 유정보다는 백인호를 더 좋아합니다. 그는 단순하다고 표현할 만큼 솔직한 캐릭터였고, 과거의 과오가 뚜렷했지만 그만큼 가장 노력하고, 밝은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비판에서 그는 약간 이상하게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원작에서의 백인호는 자신이 홍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됨을 굉장히 길 시간에 걸쳐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넘지 말아야 할 선과 싫어하는 유정에 대한 감정이 뒤섞이면서 나름의 고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티비판에서는 그런 점이 빠졌습니다. 백인호는 그냥 자기 맘대로 들이대는 욕망 덩어리가 되었고, 잘생긴 건 당연하지만, 솔직하고 직구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질척거리게 표현한 겁니다. 홍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 속에 자신의 처지는 그냥 잠깐의 슬픈 눈빛으로 유야무야 되었습니다. 인호야. 니가 지금 그럴 상황이니?


질척거린다는 느낌을 받는 건 극이 진행될수록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원작에서는 백인호가 하는 행동들이 어떻게 한번 해보려고의 느낌보다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의 움직임처럼 잘 설득이 됩니다. 하지만 티비판은 그렇지 못했죠. 거기에 가장 컸던 건 홍설과 같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이건 흡사 '밀회'에서의 유아인-김희애의 협연을 보는 듯했습니다. 생글생글 웃어주는 홍설과 그걸 보는 '나 너 좋아해' 말고는 설득이 안 되는 눈빛들. 그렇게 둘은 쌍놈과 쌍년이 되어갔습니다. (후.. 진정 진정)


원작에서의 홍설은 지나 칠정도로 주위를 잘 신경 쓰는 타입입니다. 러블리한 타입도 아닙니다. 어쩌면 유정보다 더 어른스럽고,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만족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인호 오빵-'이라는 단어를 입에 가볍게 올릴 수 있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물론 원작에서 홍설이 어장관리를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이 날 좋아해주는 것에 대한 예의의 선에서 넘나드는 경우라면, 티비판에서는 거의 공동의 사랑의 오작교를 건설하는 지경입니다.


그런 와중에 유정은 뭘 하고 있을까요? 네.. 바쁩니다. 나오질 않습니다. 극 초반부 섬찟한 눈빛과 또한 단호한 어조의 고백. 유정을 연기한 배우 박해진이 이 극을 캐리하였고, 그것이 정말로 주인공의 역할이었습니다. 박해진은 최선을 다한 듯 보였습니다. 누가 이보다 유정을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척 바쁩니다.


원작에서도 왜 홍설 옆에는 항상 백인호가 우연히 등장하여, 홍설을 묵묵하게 도와주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꼭 홍설을 향한 욕심이라기보다는 백인호 자체의 선한 캐릭터를 어필하기 위해 쓰였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까지 작위적이지도, 그렇게 엄청난 분량이 투입되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티비판에서의 인호를 보면 화부터 나기 시작합니다. 아 쟨또 왜 저기 있어? 이 느낌. 유정은 자신의 것을 과도하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만약 티비판에서의 백인호처럼 행동했으면, 원작에서는 그는 아마 진작 제거되었을 겁니다. 자신의 것에 대한 위협을 극도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사람처럼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척 바쁜 돈 많은 도련님일 뿐입니다.


자,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결론부입니다. 드라마의 중반부까지는 사실 원작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누군가는 '나의 유정은 이렇지 않아'라고 말할 수도 있고, 혹자는 '드라마의 유정이 더 좋아'라고 할 수도 있는 취향 차이의 영역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결론부에서 그 모든 취향은 모두 깡그리 부서집니다. 중반부까지의 느낌은 원작의 캐릭터들의 성격들에 약을 첨가했다면, 후반부에는 원작의 외모만을 빌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마치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인 '하니'를 데려다가 '영심이'를 찍는 격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해할까요?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류를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막장' 네.. 티비판은 드디어 막장이 되었습니다. 앞서 있었던 캐릭터의 불충분한 설명, 삼각관계에서의 이상한 불균형, 점점 소외되는 유정은 이제 막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합니다. 결론부가 가장 논란이 짙었던 만큼 가장 신랄하게 까고 싶네요.


첫 번째로, 유정은 그냥 소시오패스가 됩니다. 원작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있지만 '아니다'라는 게 주류입니다. 하지만 전 기다 아니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냥'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배경 설명은 나름 됩니다. 집안에서 강요에 의해 자란 재벌 2세. 친구라고 믿었던 인하, 인호가 행했던 많은 감시와 배신감. 접근하는 사람들의 속내 등이 유정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합니다. 아, 아버지의 대를 이은 또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도 있네요. (아.. 아들아 넌 나처럼 되지 않길 바랬다.. 큽..)


원작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건 좀 더 잘 설명했어야 합니다. 구제불능 캐릭터인 김상철에게 '네가 이상한 거 사람들이 다 알아'라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눈빛이 흔들리는 유정. 왜 그 역할을 김상철에게 맡겼을까요. 홍설과의 갈등에서 더 깊고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순 없었을까요? 백인호의 피아노 콩쿠르는 유정의 캐릭터 설명보다 더 중요한 점이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지적하는 문제. 유정이는 정말 불쌍합니다.


그리고 소시오패스라는 설명치 고는 너무나 유정이 허술합니다. '내가 또라이였다니'라는 생각으로 잠적하고 반지도 빼버리는 유정. 정말 소시오패스는 그러지 않습니다. 마치 켜져 있던 전구를 꺼버리듯 바뀌는 그는 전혀 납득일 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어째 마지막에 나오는 하재우보다 더 찌질합니다.


두 번째로는, 역시 홍설입니다. 설이는 그렇게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가끔 힘들어 고통스러워 하지만 텔레비전에 묘사된 것처럼 민폐 캐릭터는 전혀 아니지요. 그런 그녀가 백인하의 미친 짓에 떠밀려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등에서는 초장 국물 같은 피가 대량으로 솟구쳐 나오죠. 유정 아버지가 인간을 부활시키는 부두술사라도 데리고 있는지, 단 며칠이 되지 않아 털털 털고 일어나더니. 남자친구한테는 이별통보를 받고, 자신을 짝사랑한(극에선 이게 짝사랑은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남자를 직접 찾아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천사의 관용을 베풉니다. '치즈 인더 금사월'이라는 얘기는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유정과의 이별에서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행동은 절정은 이릅니다. 유정의 이별통보를 듣자 설이의 반응은 이랬죠. "왜여? (눙물) 난 괜찮은데" 예? 뭐라구요? 설이가 피를 초장같이 흘리더니 많이 아픈가 봅니다. 홍설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처음 시작부터 잘못 설정되었지만, 제가 가장 폭발한 곳은 바로 이곳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을 구걸하는 캐릭터로 형성되진 않았던 탓입니다. 오히려 유정보다 더 예민했을지 모르게 그려지는 원작에서의 홍설은, 만약 그렇게 했어도 그 자리에서 그 이별통보를 거절했을 거라는 게 저에겐 더 설득력 있습니다. 원작을 배제하고 생각해봐도 계속해서 정이에게 이메일만 보내는 홍설. 아아 너 인호은 안 보고 싶디.


자 이제 홍설네 가족들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유정보다는 백인호에게 친절할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고를 당한 뒤에 곧바로 그들은 유니세프가 됩니다. '국수 먹고 가' 라니요. 아마 유정이 가지고 있던 소시오패스의 성질을 초장과 함께 설이네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떠난 모양입니다. 가족이 당한 사고에 대한 용서를 너무 단박에 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백인호가 선물한 것은... 오 마이 갓. 내복입니다.


결말에는 막장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수많은 클리셰가 나옵니다. 치정극, 교통사고, 재벌의 돈, 호구가 된 주인공의 가족, 갑작스러운 이별, 읽지 않는 메일, 우연스러운 마주침, 대책 없이 해피엔딩, 유학, 몇 년 후, 눈으로 말해요, 어떻게 걔랑 걔가? 등등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결국에 티비판은 그런 장르적 사상. 극의 메인 줄기의 철학을 조금이라도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위한 건지 모르게 심각하게 로맨스물로만 덧칠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홍설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쌍년으로, 백인호는 가난하지만 옷은 매일 바꿔 입고, 가진 것은 없는데 자신감만 넘치는 블링블링 칸타빌레 매력남으로, 유정은 그냥 돈 많은 찌질이로 묘사되기에 이릅니다.


달달한 사랑과 스킨십이 나올 땐 기분이 좋지만, 부수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도 거부한 체, 특히 주인공이었던 유정은 오히려 백인호보다 존재감이 10배는 미미해집니다. 거기에 막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까지. 원작을 사랑했던 팬이라면 누구나 이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이 오염됨을 느꼈으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원작을 잘 구현해내기란 너무 어렵고,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원작에 대한 리스펙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 섬세했어야 했고, 그런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극 결말부에는 오히려 원작을 일부러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의 붕괴가 심각했고, 원작은 전혀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조차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패착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니들이 뭐라든 난 내 갈길을 간다'라고 말만 떠오를 뿐입니다.


이 외에도 원작자는 물론 원작의 팬까지 상처 입히고, 거기다 출연한 연기자까지 안타까운 상황에 몰린 빼놓을 수 없는 얘기도 많습니다. 못한 얘기가 너무 많네요. 그건 다음 파트에 써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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