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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Jul 12. 2016

<500일의 썸머> 리뷰

당신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나요?

500일의 썸머는 단순한 로맨스 코메디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로맨스물은 더더욱 아니다. 둘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당신은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이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의 리뷰나 반응들을 보면, 이런 류의 영화답지 않게 나름의 논란들이 있었다. 사실 그럴만한 영화긴 하다. 


그래서 영화가 나온 지 약 6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영화는 재개봉을 하였고, 나는 또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극장에 다시 개봉하는 영화답지 않게 관객은 나름 많이 차있었다.


이 영화는 '운명적 사랑' 그리고 '엇갈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두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롭고, 또 흔하지 않다. 


그럼 서문은 이만 줄이고, 본격 리뷰를 시작해보자.


영화의 포스터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톰의 망상 속에만 있던 장면이 메인포스터로 쓰였다. 탁월한 포스터 선택.

주된 줄거리

 영화는 처음에 썸머를 만난 지 488일째 되는 날 벤치 씬을 보여주고, 주인공인 톰과 썸머에 대한 어린 시절을 보여준 뒤 시작한다. 사실 처음부터 밝히고 있다. '이건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주의 깊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러브스토리 같거든.

썸머효과가 생기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

그리고 나선 영화는 제목에 충실하게 500일 동안을 보여준다. 물론 순서는 왔다 갔다 한다. 처음에 재밌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 썸머를 소개하는 부분이 그렇다. 처음 썸머를 보자마자 반해버린 톰을 보여주고 썸머의 옛 인기에 대해서 열거한다. 썸머는 역시 예쁘고 매력적이라 가는 곳마다 남자들이 엄청 그녀를 좋아했다는 사실. 그리고 톰도 썸머에게 빠진 그 남자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종의 복선이다.

일부러 관심없는 척하고 있는 톰. 나도 그맘 안다 알어.

썸머를 알게 된 뒤 4일째. 썸머는 스미스 음악을 듣고 있던 톰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다. 심지어 먼저 말도 걸어주고, 취향이 비슷하다면서 싱긋 웃어주기까지. 남자 된 입장으로 매력적인 여성이 저렇게 말 걸며 웃어준다면 그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뻔하게 톰은 쉽게 반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운명이라 생각한다. 아마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썸머를 사랑하는 톰과 그런 톰을 결국에 뻥 차버리는 이야기다. 심지어 썸머는 톰과 헤어진 뒤 정말 얼마 있지 않아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 특히나 썸머는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톰에게도 계속 진지한 관계는 싫다면서 이야기했기에, 톰과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들은 사실 좀 어이가 없기도 하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썸머 쌍년설이 탄력을 받았던걸 생각하면, 더더욱이 그러하다.


하지만 조금씩 영화를 뜯어보다 보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특히 마지막에 '썸머' 이후에 '어텀'을 만나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주제는 극대화되는데, 영화는 당연히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사랑은 각자에게 다르게 나타난 다는 것이 유일한 비극이 아닐까. 그나마 톰도 마지막에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면서 그나마 위로받게 되지만 말이다.


누구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길가다가 엄청나게 예쁜 여성을 볼 때마다 남성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든 걸 알아맞히는 신기한 남성을 볼 때에 여성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안에서의 '운명적 사랑'은 결국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나온다. 그 둘은 '운명적 엇갈림'의 상징처럼 영화에 소개된다.

이렇게 다가와 웃는다고 생각해봐라. 안넘어갈 남자는 거의 없을걸?

영화 내내 톰은 썸머를 운명의 상대로 생각한다. 별거 아닌 취향의 같은 것을 가지고도 그는 그녀를 운명의 상대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스미스 노래를 크게 듣기도 하고, 또 그녀가 한 말을 가지고 의미 부여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 남자들이 원래 이렇게 못났다. 하지만 썸머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특히나 '환상'이라고 할 정도로. 톰은 '언젠가 그걸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게 다른 사람과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이때만 해도 참 톰이 부러웠었지.

썸머는 톰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나중에 둘은 키스를 한다. 역시 썸머쌍년설이 탄력을 심하게 받고 있다. 톰은 아마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이었을 거다. 내가 좋아하고 있던 상대가 나에게 와서 키스라니. 이쯤 되면 거의 도시괴담에 가깝다. 


그리고 이케아의 침구에 누워서 '가벼운 만남'에 합의하는 둘. 썸머는 대략적으로 이 만남의 끝을 알고 있었고, 그리고 본인이 부담 지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제안했지만, 아마 톰은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나와 키스하고 나와 자는 여자가 나와 가벼운 사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겉으로는 가볍게 만날지 모르지만 톰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내가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톰이 썸머와 동침한 다음날 출근길의 경쾌한 음악과 뮤지컬처럼 춤추는 연출은,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남자의 사랑이다. 여자와의 하룻밤으로 마치 그 여자를 소유한 것과 비슷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 말이다. 특히 운명의 여자로 생각하는 상대라니. 아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것이다. 그렇게 톰은 급했고, 또 그녀가 하는 '가벼운 만남'이라는 말은 그냥 잊어버린다.


그 이후로 결국 나름 서로 진지한 사이가 되어가는 둘. 그렇지만 썸머는 결국 톰을 운명의 상대로 확신하지 못한다. 영화가 철저하게 톰의 시선으로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그것을 전부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에 톰은 그냥 '친구'로 남겨지고, 썸머는 다른 사랑을 만나 결혼한다. 그리고 확신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이야기는 썸머가 직접 톰에게 직접 얘기한다. 심지어 톰의 얘기가 맞다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찾았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운명의 상대는 톰이 아니었다.


운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다른 두 사람. 결국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렸고, 각자 다른 운명을 찾는 것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인물평

눈빛이 정말 매력적인 그녀

썸머 핀 (조이 데샤넬)

썸머는 자유롭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가는 곳마다 그녀를 탐내는 남자들 때문에 썸머효과라는 말이 생겼을 지경. 그만큼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거침없음은 여기저기서 잘 나타나는데, 톰과 바에서 대화를 나눌 때에 사랑 같은 걸 믿느냐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를 만날 때 거침없다. 그리고 공원에서의 '패니스!' 신은 음.. 그렇다. 그녀는 거침이 없다. 그녀는 남을 잘 눈치 보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인기 없는 링고스타을 좋아하는 그녀다.


그녀는 여태까지의 이성과의 만남에서 별로 좋다고 느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그게 가장 사랑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리고 그 이후의 연애에서도 딱히 사랑을 믿지 못했던 그녀. 물론 사귀는 것은 즐겁고, 그녀가 이성과의 잠자리를 싫어하는 성격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좋았던 것 이외에 그 무엇을 찾기에 힘들었던 것이고, 그것은 바로 썸머가 처음부터 톰에게 말하던 '진지한 관계는 싫다'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그녀는 별로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냥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과 '친구'가 되고, 또 같이 있으면서 그 행복을 충족시켰다. 그러던 그녀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결혼하기에 이른다. 인상 깊은 것은 이 영화에서 그 운명적인 사랑은 결국에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운명적인 사랑은 누구였을까. 의외로 영화에 나오지 못할 추남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독특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부러운 톰. 썸머에 이어 어텀이라니!

톰 헨슨 (조셉 고든-레빗)

톰은 자유롭지 못했다. 건축가가 꿈이었지만 카드에 글을 쓰는 직업을 억지로 하고 있었다. 썸머와의 데이트에서도 건축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애정하지만 그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는 썸머와 헤어지고 나서야 그 일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그는 운명을 믿으면서도, 운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남자다. 전형적인 남자. 여자를 사랑하면 정신 차리지 못하고, 연애 초기에 더 열정을 쏟는 그런 남자. 사귀기 전에 온갖 상상을 많이 하면서 사랑에 몰입하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설명할 수 없는 사람. 그러기에 키스와 잠자리 같은 것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그것에 더욱 의미부여를 한다. 그리고 과거에 썸머가 사귀었던 남자에 대해 질투를 한다. 사실 대부분의 내가 아는 남자(나를 포함하여)들과 비슷하다. 

 

그만큼 현실감각도 없었던 톰. 특히 마지막에 썸머의 집에 초대되면서 분할로 나왔던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남자들은 있는 현실을 무시한 체 자신의 망상으로 연애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썸머는 그 때 이미 운명의 남자를 만난 뒤였고, 톰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톰의 '기대'와 '현실'이 그래서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톰은 마지막에 와서야 여태 하던 일에 대한 괴리를 알게 된다. 축하카드는 항상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 어떻게 말하자면 그것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닌것부터 사실 그 카드를 쓰는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그렇게 톰은 결국에 자신의 운명을 찾아 나선다. 그 운명은 톰에게 운명의 상대를 선물한다. 

지금은 엄청 컸지만, 엄청 귀여운 클로이 모레츠.

레이첼 헨슨 (클로이 모레츠)

이 영화에서 톰의 동생 레이첼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클로이 모레츠는 지금 봐도 귀여운데,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감독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 톰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톰보다 굉장히 어른스럽다. 


그녀가 톰에게 해준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그 여자가 오빠의 운명의 짝이었단 생각은 그저 착각일 뿐이야.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도 문제야. 다음에 그 여자 생각할 땐 나쁜 기억도 떠올려봐" 연애를 할 때의 흔한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만 기억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가을방학의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가 생각나는 대사다. 세상에 좋은 것만을 추려서 좋지 않은 것은 없다. 그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 좋게 편집된 것이다. 그 대사를 어린 레이첼이 하니 느낌이 묘했다.


이 영화의 포인트 

(부제 : 썸머는 쌍년이 아닌 이유)

그래도 그녀를 쉴드쳐줘야지.

이 영화는 철저하게 톰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어서, 썸머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톰의 입장으로 보기엔 자기와 키스도 하고 잠자리도 같이하는 나의 연인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친구야"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 후. 갑자기 결혼반지를 끼고 나타나 톰에게 온갖 굴욕감을 선사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영화를 잘 곱씹다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알아챌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이 영화는 운명적 사랑의 엇갈림을 주제로 했다. 하지만 엇갈림은 그렇게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는데, 이는 관객도 톰에게 감정이입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중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썸머는 톰을 운명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제부터 내가 생각한 점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보겠다.

가만보면 썸머 표정이 안좋아.

링고스타

둘 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첫 만남은 'The Smith'로 시작하였고, 둘의 호감은 둘 다 노래를 부르면서 발전했으며, 통화를 할 때에도 노래를 맞추는 등. 노래로 많은 감정의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둘이 LP를 볼 때를 잘 살펴보자. 썸머는 비틀즈 멤버 중에 별로 인기가 없었던 링고스타를 좋아하며, 비틀즈 최고의 노래를 '옥토퍼스 가든' 꼽았다. 하지만 톰은 그것을 비웃는다. 생각해보면 썸머의 취향은 좀 독특한데, 톰은 그러한 썸머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없이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이 많다.

팔뚝이 건물 그리는게 즐거운 톰. 하지만 썸머도 그랬을까?

톰 중심적인 생각들. 건축물. 미술관.

반면에 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썸머에게 많이 소개한다. 그중에 특히 자신이 건축가로 좋아하는 건물들을 보여주고, 자신이 좋아하던 벤치에 그녀를 이끈 것이다. 썸머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분야가 아님에도 그것들을 잘 이해해준다. 나중에 톰과 재회할 때에 그 장소가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하지만 톰은 같이 찾아간 미술관에서 시종일관 지루해하는 표정을 보인다. 옆에서 설명하는 썸머보다는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던 톰이었다. 그만큼 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 보여줬을 뿐, 썸머가 좋아했던 것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썸머에 비해 톰은 정말 지루해보인다. 

술집에서의 사건

아마 이 사건이 썸머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술집에서 썸머에게 치근덕거리는 남자가 등장하고, 그녀는 썸머의 거부의사에도 지속적으로 질척거린다. 보통의 남자친구라면 이미 그전에 나섰겠지만, 톰은 가만히 그 상황에서 조용히 있는다. 거절은 오로지 썸머의 몫이었다. 톰은 그 짐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호하지도 못했다. 단지 톰이 그 남자를 때렸던 것은 그 남자가 떠나면서 톰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그건 결국에 썸머를 위해서 그 남자를 때렸다기보다는 결국에 모욕당한 자신이 화가 나서 그 남자를 때렸다. 

썸머는 아마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톰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자를 위해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을 위해 나서는 남자. 그 어떤 여자가 그런 남자를 믿고 의지 할 수 있었을까.

너 정말 나 사랑해?

그 이후의 전화를 걸지 않았던 톰.

그렇게 오히려 남자와 싸운 자신에게 화를 내는 썸머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둘은 결국 심하게 다툰다. 썸머는 믿을 수 없었던 톰에게 우리는 친구라는 말을 해버리고, 톰은 결국 그 말에 폭발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 뒤에 톰은 전화를 걸까 망설이지만 결국 걸지 않는다. 그리고 난 뒤 톰의 집으로 찾아와 사과하는 건 오히려 썸머였다. 썸머는 미안하다 사과했지만, 아마 속으로는 이 남자와의 미래를 그릴 수 없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톰의 미묘한 자존심이 자신이 운명으로 생각하는 상대를 저 멀리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톰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젠 만나면 싸우는 그들.

썸머가 영화를 보면서 우는 장면.

이 일이 있은 후의 둘의 데이트 장면들은 전부 썸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있다. 톰을 사랑하는지는 몰랐지만, 결국 톰과 있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결국 썸머는 톰과 같이 보던 영화의 행복한 커플을 보면서 눈물을 쏟는다. 톰과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그녀. 그녀의 선택은 결국에 톰과의 이별로 밖에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추가 : 갑자기 알게 되었는데, 둘이 보던 영화는 졸업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내용상 제가 생각한 것처럼 '행복한 커플'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하네요. 영화를 보면서 저 영화가 무엇일까. 표정을 보면 행복한건 아닌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그 영화의 속뜻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몰라 추가내용 덧붙입니다.)


나는 썸머랑 사귄적 없는데? 이 카피 잘못 정했음.

총평

내가 열심히 썸머를 쉴드 치긴 했지만, 그래도 썸머가 톰 입장에서 보기에 좋기만 한 여자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라고 한 적 없지만 불현듯 나타나 마음을 있는 데로 휘졌고, 있는 거 없는 거 볼장 다 본 마당에 갑자기 친구라며 떠나버리고. 그리고 나타나 한다는 말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결혼한다니. 어떻게 보면 일부러 그런 캐릭터를 감독이 만들었을 정도로 그녀는 사실 흔히 말하는 쌍년에 가까울지 모른다. 영화의 첫 시작을 보면 감독이 옛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Bitch!' 라며 욕한 것과 뭐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고 해서 꼭 그런 것도 아니고,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꼭 맞고 틀리다 할 것이 없기 마련이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또 아무리 잘해주는 상대방도 결국 내가 맘에 들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운명적인 사랑과 엇갈림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톰의 입장에서는 썸머와의 500일이 끝난 뒤 바로 어텀과의 1일이 시작되는 해피 엔딩을 보여준다. 마치 썸머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사랑의 열병이라는 듯 표현한다. 사실 영화 자체가 좋지만 마지막 메시지는 그렇게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결국 썸머와의 사랑도 사랑이었고, 그녀가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갔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톰은 그림을 보고 썸머는 톰을 본다. 썸머는 좋은 여자다.

위에 포스터에 있는 카피는 그래서 잘못 정해졌다.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썸머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시종일관 자유롭고 매력적인 그녀 썸머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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