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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Feb 08. 2017

<더 킹> 리뷰

정. 알. 못. 을 위한 정치 입문서.

이번에 리뷰하게 될 영화는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입니다. 처음부터 정우성과 조인성이라는 정말 잘생긴 톱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나 감초 조연으로 인기 많은 배성우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큰 인상을 남긴 류준열이 출연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국상황에서 '정치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던 부분인데요. 사실 요즘에 시국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서, 이런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 과연 임팩트 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아마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고 영화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더 킹>은 이러한 의문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했을까요?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별점은 3.5 / 5입니다. 현 시국 덕택에 더욱 사람들의 좋은 평가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시대의 변화에 따른 디테일한 장면 연출 및 소품 변화들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왕은 사실 이 넷 중에 있지 않았다.

다시 보는 대충대충 줄거리

<더 킹>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양아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쌈박질이 특기였던 박태수(조인성)는 어느 날 갑자기 공부만 한 것 같은 외모의 비실한 검사에게 조아리는 아버지를 발견하면서, 싸우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것이 이 세상의 권력구조라는 것을 알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죽어라 공부해서 검사가 된다.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임상희(김아중)와 결혼하게 된다.

너무 예쁘고 매력적으로 나와서 적은 분량이 안타까웠다.

검사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검사의 현실은 그렇게 권력자의 인상은 아니었던 바. 그러던 태수에게 성폭행 사건 하나를 맡게 된다. 선생이 학생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아주 질 나쁜 범죄였고, 증거도 충분했던 상황. 하지만 그 사람은 검사들 중 실세인 '한강식(정우성)'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의 아들이었고, 한강식의 오른팔이었던 양동철(배성우)에 의해서 사건을 은폐하면 전략부에 들어오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게 된다.

사실 현실에서의 대검 중수부.

결국에 성폭행 사건을 대충 무마시킨 태수는 검사 권력의 정점인 전략부에 들어가고, 한강식에 눈에 맘에 들기 시작한다. 그때 어려서 같은 학교에 있던 최두일(류준열)을 만나게 된다. 최두일은 더럽운 일은 자기가 할 테니 태수 너는 양지에 있으라며 궂은일을 도맡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최두일은 김응수(김의성)의 목포 들개파의 서울 강남지역 담당이었으며, 그런 김응수는 바로 한강식의 뒷일을 해주는 사이였던 것.

김응수 역에 김의성. 역시 이분 악역연기 잘한다.

그렇게 검사 권력의 정점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한강식도 긴장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대선'이었다. 검찰 조직의 권력구조는 항상 정권과 함께했기에 그 정권의 라인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스꽝스럽게도 무당을 찾아가 그들의 운명을 걸기도 한다. 그렇게 대통령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행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한강식과 그 라인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곧 위기는 찾아왔다. 감찰부에서 그들을 추적하고 있었던 것. 특히나 정의로운 검사로 등장하는 안희연(김소진)이 그들의 비리를 턱밑까지 추적해왔다.

대중이래 대중이!

그러던 중 두일은 목포와의 인연을 끊고, 자기 세력화를 시도하며 무리하게 확장을 하다가 결국엔 문제가 된다. 그 때문에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하는 한강식. 곧바로 지방 한직으로 내쳐지는 박태수. 태수는 순진하게도 지방에 잠시 가 있으라는 말만 믿고 기다린다. 그러던 중 안희연 검사가 찾아와 태수를 떠보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서울까지 알리려 간 태수는 자신이 진심으로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일은 출소하고 태수를 찾아가지만 이미 끝나버렸다는 태수의 말만 울린다.


갑자기 그런 태수를 찾아온 한강식과 양동철. 그리고 가던 중 갑자기 사고가 나게 되는데, 후에 알고 보니 이 것은 한강식이 박태수를 제거하려고 찾아온 것이었고, 그것을 막으려 최두일이 일부러 사고를 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김응수와 한강식의 타깃이 된 최두일은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태수의 아버지를 구속시킴으로써 태수는 검사를 그만두게 되고, 복수를 결심하며, 정치인이 되기로 한다.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하는 정의로는 사람으로 언론 앞에 선 박태수는 자신의 공천지를 버리고, 대권후보가 있는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다. 과연 그는 당선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기는 그때에 태수는 갑자기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왕이니까"


인물평

요때가 참 좋았을 때.

박태수(조인성)

 정말 조인성이 아니었다면 누가 배역을 맡았을지 궁금할 정도의 매력 있는 캐릭터다. 극 중에 아내로 나오는 임상희 역시 그런 "양아치"매력에 끌렸다는 것이 정확히 내 눈과 일치하다. 어찌 보면 그는 순수하다. 순수하게 권력을 탐했고, 버림받았던 그는 또 순수하게 복수를 원했다. 결코 의인은 아니지만 묘하게 정감이 가는 그의 캐릭터. 오히려 감독은 이런 캐릭터를 부여함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에 좀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장치한 듯하다.


오히려 정말로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로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면, 이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설득이 덜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정의의 화신이라기보다는 현실 앞에서 정의를 항상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쉽게 유혹에 빠지기 쉬우니까 말이다. 극 중 태수는 정확히 그런 캐릭터였다. 성폭행범을 앞에 두고 정의감보다는 오히려 검사 앞에서 건방지게 말하는 것이 보기 싫었던 면들이라던지, 항상 꿈꿔오던 권력의 단맛 앞에서 정의는 포기하고도, 술자리에서는 바로 맞장구치며 건배를 칠 수는 없는 그런 고민이 많은 사람.


감독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현실 속의 인물이 생각나기도 한다. 일단 내부고발자의 신분으로 공천을 받아 출마한 곳이 '광주 광산을' 지역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방해를 내부에서 폭로하고 같은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권은희 의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라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지는 점 등에서 볼 때에 극 중에서도 많이 언급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 대통령 서거 뉴스 보도와 함께 태수가 병원에 실려온 장면은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정치세태를 비판하는 요소로도 읽힐 수 있다. 사실 태수는 검사조직에서 누릴 것은 다 누렸다. 그런 사람이 민주화운동과 불우한 가정환경의 가면을 쓰고 이미지로 선거에 출마해서 표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자면 선거에서 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를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을 비꼰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한강식(정우성), 양동철(배성우)

 한강식과 양동철은 권력자과 정치검사를 대변한다. 항상 권력을 탐하고, 그 권력을 놓지 않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안타깝게도 이 한강식 역할을 맡았던 정우성의 연기력은 무척이나 아쉽다. 특히나 처음 태수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역사를 알아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톤과 행동들이 그렇게 카리스마 있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두일이 들개에게 희생당할 때에 웃고 있었던 모습이 좀 더 존재감이 부각되었다고 할까,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한강식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의 모습을 비꼬는 모습들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가 노래를 부를 때에는 어딘가 모르게 대한민국 일반적인 부장님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앞날의 권력구도를 결국에 무당에게 찾아가서 물음으로써,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부분을 말하고 있다.


시종일관 권력에 아부하는 양동철은 감독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정치검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놨다. 항상 권력의 옆에 있으며, 그곳에 기생하는 삶.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이 CCTV에 찍힌 모습은 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고위간부의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라던가, 사과하면서 외치는 '미안하다!'의 부분들. 그 부분에서도 감독이 정치검사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여실하게 나타난다.

류준열의 존재감은 김의성에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최두일

 후속 인터뷰에서 최두일의 스핀오프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극에서의 존재감이 무척 크다. 태수가 계속 밝은 양지에서의 일로 돌파해나간다면, 뒤에서 묵묵하게 태수를 돕는 음지에서의 일을 자처하는 역할이다. 물론 한국에 있었던 많은 의리 깡패의 단순한 공식의 캐릭터이지만, 그의 직선적이고 변하지 않는 모습에 매료된 관객들도 많았다.


 극의 주요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을 죽이고 검은돈으로 움직이는 악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조인성과 나이 차이도 나는 류준열에게 부담되는 역할이었지만, 굉장히 선 굵고 강한 연기로 응답하라 이후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다.

실제로도 이런 검사분이 있었지.

다른 검사들

 극에는 정치검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성실한 검사들이 등징한다. 최귀화가 연기한 마지막에 부장검사가 되는 인물도 그렇고, 한강식 일당의 비리를 캐내어 결국에 감찰부장이 되는 안희연 검사. 실제로 극 중에서는 99 %의 검사들은 밀려드는 서류 작업에 열심히 일한다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안희연 검사는 실제로도 내부에서 쓴소리를 하다가 좌천된 임은정 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운 지점들

요즘 시국과 묘한 매치를 이루는 굿판 장면

김대중과 노무현

 영화에서 정권이 바뀌는 부분들이 표현되는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의 당선에 대한 이야기에서 대비되는 부분들이다. 이 부분은 여태까지 전해져 오던 검사들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놔서 더더욱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강식 일당이 무당에게 가서 빌 때에,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누가 당선되는지 알려달라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노무현을 떨어트려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노무현이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의 검사조직의 분위기는 "상고 출신에 대학도 안 나온 놈" 이라면서 무시한다. 그 당시 시대상황이 잘 반영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아래로 내려보고 있는 장면. 구도가 좋다.

특히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을 정도로 영화 내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당선 때부터 인상적이지만, 중간에 노 대통령 탄핵정국의 장면들도 나오고, 서거에 관한 장면도 중하게 다뤄진다. 그리고 한강식과 양동철이 믹스커피를 마시면서 창문 앞에 있는 장면은, 노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었을 때에 찍힌 검사들의 웃는 모습과 흡사하다.

쉽게 날리지만 대부분 가라앉아 있는 깃털.

깃털

앞에서 한강식을 언급하면서도 말했지만, 검사들의 노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 끌려간 회식자리에서의 부장님과 일면 비슷하다. 신입사원이 보기엔 위대하거나 우러러보일수도 있는 회사 부장이지만, 사실상 객관적인 시선(카메라)으로 본다면 그 우스꽝스럽다. 그리고 검사들의 모습이나 권력에 대한 부분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깃털'이다. 깃털은 굉장히 가볍게 날아다니지만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권력을 상징한다.


처음 여배우와의 가상 정사신은 바로 처음 깃털이 등장하는 순간이고, 그 상황은 바로 권력이 태수를 유혹하는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그 후 펜트하우스에서 노는 모습에서까지 깃털은 끊임없이 등장하며 권력의 허망한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권력자인 한강식이 무당에 의존하여 저주의 굿판을 벌인다던지, 청순한 여배우의 사건을 일부러 화제 전환용으로 사용한다던지. 그리고 대선 때마다 많은 정보를 상대방에게 넘겨준다거나, 혹은 자신들이 이용하는지 하는 부분들은 우리나라 검사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을 영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신뢰받지 못하는 조직에 대한 감독의 시선.


그리고 송영철이 연기한 김대중시대의 '내가 용서가 안돼' 라고 한 사람은 깨알같은 당시 비서실장 '박지원' 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깨알같은 현실반영을 보다보면 디테일한 현실정치의 재미를 느끼게한다.


총평

이 영화의 배경은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 약 20여 년간의 일을 2시간 정도로 축약해놓은 것이다. 특히나 시간의 흐름은 대선과 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본다면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나 영화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탈권위에 대한 움직임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쥐고 흔드는 것을 알고 있는 검찰 조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태수는 마지막까지 대부분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이끌면서도 그렇게 인물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 강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직접 정치인이 되고 선거에 나서면서 관객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왕은 결국에 대통령이나 검사들이 아니라, 바로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이라는 메시지는 어떻게 생각하면 상투적이고 오버스럽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시국을 볼 때에도, 또한 극 중 한강식이 강조했던 "역사"를 볼 때에도 한 번쯤은 영화의 소재뿐만이 아닌 실제로 고민해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정. 알. 못. (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 입문서.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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