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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Feb 13. 2017

<재심> 리뷰

법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초대된 시사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리뷰 영화는 영화 <재심>입니다. 영화는 김태윤 감독에 정우와 강하늘 주연입니다. 개인적으로 김태윤 감독의 영화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정우는 응답하라 1994 이후에 처음으로 작품으로 만나게 되었네요. 강하늘 씨는 영화 <스물>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이 영화에서의 연기력도 기대가 무척 컸어요.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10대의 소년이 택시기사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실제로 복역하였고, 그 후에 이 사건이 재심이 청구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에 담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사실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실화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와야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실화보다 덜한 긴장감을 줄 수 있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미 해당 사건의 결과를 알고 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뻔하게 흐르는 전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재심>은 그런 실화 기반 영화의 현실을 멋지게 뛰어넘지는 못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관객 대부분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제 평점은 3.0 / 5 입니다만, 평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준영의 저 표정은 그렇게 깊히 설득되진 않는다.

중심 내용

영화의 줄거리는 사건 차분히 복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형사의 강압수사로 자백을 하게 되는 현우(강하늘)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준영(정우)은 집단소송에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소송을 하다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마땅한 직장도 없는 속물 변호사로 그려진다. 동기인 창환에게 의탁해 법무법인에 들어가게 된 준영이 처음으로 법무법인의 세미나에서 말했던 말이 준영의 법이나 변호사에 대한 인식을 말해준다.

가족들까지 끌어드린 속물변호사였던 준영

"변호사의 의무는 의뢰인의 재산보호이다"

"변호사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 삶에 충실하게 살아온 준영은, 법무법인의 이미지를 위해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그중에 현우의 어머니에게 날아온 구상권 청구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우가 살해한 것으로 되어있는 택시기사에게 지급된 보험금에 대한 이자까지 현우가 10년을 복역하고 나온 뒤에 청구가 된 것이다. 해당 사건을 듣던 준영은 이 사건을 '재심'청구로 기존 사건을 무효화시킨다면, 법무법인의 지명도도 올라가고, 자기 자신도 매스컴의 이미지를 도움받아 제대로 한 건 올릴 생각에 일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런 준영의 분위기가 마뜩잖은 현우는 말한다.

기존의 '법'이란느 것에 깊은 한이 서려있는 현우. 그럴만하다.

"법은 도대체 무엇이냐?"

이쯤 되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해진다. 과연 법이라는 것이 적어도 최소한의 도덕이라면, 억울한 이들의 대한 진실에 눈감지 않고,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실제 사건의 재심청구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영화는 내내 법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에 초점을 맞춘다.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고, 혹은 그 법을 이용해서 그것을 행사하는 형사나 검사들이 오히려 부도덕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법의 올바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 준영은 현우와 이야기해볼수록 현우가 실제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렇듯 사건에 대한 재심을 점점 진행하는데, 이 부분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나온다. 바로 준영이 이 사건에 갑자기 매달리는 이유가 관객의 입장에서 설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준영은 변호사의 의무가 의뢰인의 재산보호에 있다고 말하는 이른바 속물 변호사이다. 물론 억울한 사건을 접했고, 해당 사건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었더라도,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억울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둘의 주고받는 연기는 참 볼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브로맨스는 볼만하다. 사투리를 쓰는 현우를 연기하는 강하늘과 깍쟁이 같은 서울말을 쓰는 준영 역을 맡은 정우의 연기는 합이 굉장히 잘 맞았다. 재심청구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생각하지 못했던 고난과 시련이 함께한다. 현우를 폭행하여 자백을 받아내고 증거를 조작했던 형사는 자신에 대한 압박 수위가 전해져 오자 목격자로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이상한 죄목으로 잡아 가두고, 준영은 공무집행 방해로 떨어트려놓는다.

창환의 역할이 좀 더 컸었으면. 아쉽다.

그러던 와중에 법무법인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창환(이동휘)의 배신이 눈에 띈다. 창환은 당시 현우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뒷거래를 통해서, 자신의 사무실을 만든다. 오히려 준영은 공익보다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했던 변호사였지만, 현우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를 겪는다. 그런 와중에 창환은 오히려 권력이나 오히려 법을 이용하는 편에 확실하게 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이 재심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끌러가는 준영. 참 노답상황이다.

법이 또다시 현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현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결정한다. 바로 자신을 고문했던 형사를 살해하기로 결심하여 그것을 결행하려 한다. 그 순간 준영은 현우를 막아선다. 그러면서 자신이 법의 대리인으로 재심으로 싸워준다고 설득한다. 그러면서 준영은 자신이 금기시 여기던 변호사의 미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심을 이야기하는 준영의 연기는 일품.

"내가 미안해. 내가 얘기해줄게. 너 살인범 아니라고"

재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때 당시 알리바이를 알고 있던 다방종업원이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증언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결국에 용기를 내게 되어 결국 재심은 받아들여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총평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변호사는 신이 아니라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변해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며, 설령 그것이 부도덕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변호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 보면 영화 <재심>은 이러한 이야기에 반대되는 선상에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법 앞에서 약자가 된다.

"법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무었을까?" 하는 간단한 물음에 감독은 법이라는 것은 공익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은 의뢰인의 이득을 우선시하던 준영의 변화에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도 명확하게 한계는 있다. 변호사는 나약한 인간이고, 그 인간에게는 공익을 판단하는 기준이 점차 다르다. 실제로 재심청구로 인해서 다방종업원은 자신의 과거를 법정에서 고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미 복역한 10년도 돌아오지는 못한다. 창환이 말한 것처럼 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나은 결말이라고 생각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바른길을 찾은 변호사를 보는 흐뭇한 우리의 표정.

하지만 영화는 그런 물질적인 것보다 자신이 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 소명함에 대해서 더욱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힘들지만 결국엔 재심을 청구한 것이고, 의도적으로 재심의 시작에서 영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재심은 현재 남아있는 현우나 현우의 어머니에게 더욱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그러한 한계보다는 그런 청구가 담고 있는 의의를 영화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고통이나 창환의 이야기에 좀 더 조명했었더라면, 오히려 준영과 현우의 선택이 더욱 관객에게 깊숙하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둘은 어쩌다가 엇갈리게 되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준영이 왜 갑자기 공익의 목적에 빠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득, 변호사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영화 전반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화는 정말 좋은 연기를 하는 두 주인공에 비해서 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법의 역할과 법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시선에는 매우 동의한다.


특히나 요즘 시국상황에서 법의 올바른 방향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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